韓美 갈등 위험수위…공동성명에 '주한미군 유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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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안보실장 전격 訪美
워싱턴 '안보협의회' 異見 노출
양국 국방장관 공동회견 취소
美, 주한미군 감축-방위비 연계
쿼드·화웨이 제재 동참도 요구
"한국, '美·中 줄타기 외교' 한계"
워싱턴 '안보협의회' 異見 노출
양국 국방장관 공동회견 취소
美, 주한미군 감축-방위비 연계
쿼드·화웨이 제재 동참도 요구
"한국, '美·中 줄타기 외교' 한계"
“한국의 ‘줄타기 외교’가 중대 기로에 섰다.”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로 꼽히는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는 14일(현지시간) 현지 외교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런 견해에 미국의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가 공감하고 있다는 게 현지 외교가 인사들의 전언이다.
미·중 패권 다툼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이른바 중립 외교에 대해 미국은 그동안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해왔다. ‘동맹국 줄세우기’에 나선 미국과 ‘한국은 누구 편이냐’를 반복적으로 묻는 중국 사이에서 우리 정부가 고수해 온 ‘전략적 모호성’이 곧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작년 9월 이후 진행돼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1년 넘게 성과 없이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고, 전작권 전환 시기와 조건에 대해 한·미 군당국의 신경전은 다시 고조되는 상황이다. 전작권과 방위비 협상으로 인한 더 이상의 동맹 균열을 막고 최고위급 간 협의를 통해 숨통을 틔워보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서 실장이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안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지금은 한·미 간 견해 차가 그 어느 때보다 극명해진 상황”이라며 “방위비 분담금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미국의 오해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관광 등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적인 대북사업을 위해서도 미국 설득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추진’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군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임기가 만료되는 2022년 5월을 사실상 전작권 전환 시한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올해 시행하기로 했던 전작권 전환 2단계 검증 평가는 내년으로 미뤄졌다. 전체적인 전작권 전환 일정의 수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날 두 장관은 회의 직후 열기로 한 공동 기자회견을 사전 공지 없이 취소했다. 일각에선 전작권 전환 이견에 대해 미국이 기자회견 취소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우리 국방부는 “미국 측 사정으로 양해를 구해 와서 결정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미국의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풀어야 할 현안도 쌓여 있다. 미국은 대중(對中) 전략 중 하나인 ‘쿼드(인도·태평양 지역안보협의체) 플러스’와 아직은 개념적 수준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미국은 이제 한국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든 미국과 중국 중 한쪽을 선택할 시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이정호/하헌형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dolph@hankyung.com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로 꼽히는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는 14일(현지시간) 현지 외교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런 견해에 미국의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가 공감하고 있다는 게 현지 외교가 인사들의 전언이다.
미·중 패권 다툼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이른바 중립 외교에 대해 미국은 그동안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해왔다. ‘동맹국 줄세우기’에 나선 미국과 ‘한국은 누구 편이냐’를 반복적으로 묻는 중국 사이에서 우리 정부가 고수해 온 ‘전략적 모호성’이 곧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위급 소통으로 주요 현안 숨통 트이나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3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극비 방문한 것은 양국 외교가 안팎에서 제기되는 한·미 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방미는 연례 행사인 한·미 안보협의회(SCM) 개최일과 겹쳤다. 올해 SCM에서는 양국 간 주요 군사 현안인 전시작전통제권과 방위비 분담금 관련 논의가 핵심 의제였다.작년 9월 이후 진행돼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1년 넘게 성과 없이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고, 전작권 전환 시기와 조건에 대해 한·미 군당국의 신경전은 다시 고조되는 상황이다. 전작권과 방위비 협상으로 인한 더 이상의 동맹 균열을 막고 최고위급 간 협의를 통해 숨통을 틔워보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서 실장이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안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지금은 한·미 간 견해 차가 그 어느 때보다 극명해진 상황”이라며 “방위비 분담금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미국의 오해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관광 등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적인 대북사업을 위해서도 미국 설득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작권 조기 전환” vs “시간 걸려”
이날 미 국방부에서 열린 제52차 SCM에서 양국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 전환에 대한 견해 차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작권 전환 조건의 조기 구비’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시한에 얽매이지 말고 전환 조건을 충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문 대통령은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추진’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군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임기가 만료되는 2022년 5월을 사실상 전작권 전환 시한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올해 시행하기로 했던 전작권 전환 2단계 검증 평가는 내년으로 미뤄졌다. 전체적인 전작권 전환 일정의 수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날 두 장관은 회의 직후 열기로 한 공동 기자회견을 사전 공지 없이 취소했다. 일각에선 전작권 전환 이견에 대해 미국이 기자회견 취소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우리 국방부는 “미국 측 사정으로 양해를 구해 와서 결정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견제 동참 압박 계속될 듯
에스퍼 장관은 SCM에서 방위비 분담금 조기 타결을 재차 압박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미국 납세자가 불공평한 대우를 받아선 안 되며 한반도에 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보장하기 위해 빠른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식 석상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수차례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에스퍼 장관이 주한미군 주둔과 방위비를 연계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작년 대비 50%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13% 인상안을 제시한 상태다. 이날 공동성명에서도 예년과 달리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빠지면서 미국이 방위비 협상과 주한미군 숫자를 연계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졌다.다음달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미국의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풀어야 할 현안도 쌓여 있다. 미국은 대중(對中) 전략 중 하나인 ‘쿼드(인도·태평양 지역안보협의체) 플러스’와 아직은 개념적 수준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미국은 이제 한국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든 미국과 중국 중 한쪽을 선택할 시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이정호/하헌형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