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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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세가 10개월째 지속중이다. 그간 국내외적으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피로증이 지구촌 전체에 커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코로나 백신은 여전히 개발중이지만 중요한 것은 점점 더 많은 전문가들이 설사 백신이 나온다 하더라도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긴급대응팀장인 마이크 라이언 박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일종의 풍토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코로나가 독감처럼 그냥 관리 가능한 전염병으로 계속 남을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백신으로 제거된 질병은 천연두 뿐이며 그나마 완전 퇴치에 200년이 걸렸다.

그렇다면 코로나에 대한 우리의 대응 역시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은 전 세계가 사실상 코로나로 인한 셧다운을 유지중이고 이로 인해 경제활동을 비롯,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사람간 교류와 상호작용이 중단 내지 극히 제한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가 어차피 감기나 독감처럼 영구 퇴치가 불가능한 존재라면 코로나와 더불어 사는 지혜도 생각해볼 때가 됐다.

교통사고 뿐 아니라 치명적인 다른 질병에 비해 월등히 낮은 코로나 사망률

코로나로 인한 지나친 일상생활의 통제와 규제에 문제를 제기하면 어김 없이 돌아오는 대답이 있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헌데 현실은 너무 지나치게 조심한 결과 나쁠 게 없는 게 아니라 나쁠 게 많다. 코로나가 경제와 교역 등 일상 전반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고 있는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걸리면 죽는데"라는 대답 역시 코로나와 관련해 많은 이들이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역시 매우 과장된 얘기다. 물론 코로나에 걸려 죽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그 숫자 역시 결코 적지는 않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은 죽는다. 그리고 사실 코로나보다 다른 원인으로 훨씬 더 많이 죽는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률만 봐도 그렇다. 국제자동차연맹(FIA) 장 토드 회장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죽은 사람들보다 매일 평균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죽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2020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코로나 로 인한 전 세계 일일 평균 사망자 숫자보다 많은 하루 평균 3800명에 달한다”며 교통사고 사망률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게 목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발생이 두려워 코로나 셧다운을 유지해야 한다면 전 세계 자동차 운행부터 먼저 중단시키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 국내 코로나 사망자 수는 어제(10월15일)까지 누적 439명이다. 올들어 월평균 40명대다. 2018년 사망 통계를 보면 월간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평균 392.7명이며 연간으로는 4712명이다. 가장 많은 사망 원인은 암으로 월평균 6658명이 사망했고 다음으로는 심장질환(2692명) 폐렴(1959명) 뇌혈관질환(1928명) 자살(1147명) 등이다.

결코 적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

코로나에 걸린 사람중 증상이 없는 이른바 무증상 감염자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통일된 통계를 찾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무증상 감염자는 본인이 코로나에 걸렸는지 모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검사를 받지 않을 확률이 높고 그렇다 보니 확진자 중 정확한 비율을 산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각종 검사에서 무증상 감염자 비율이 들쭉날쭉하는 이유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이 영국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주민 3만 606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감염여부를 검사한 결과 양성 판정자 중 16명(13.9%)은 증상을 보였으나 99명(86.1%)은 아무런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9월초 미래통합당 박대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 누적 확진자 중 10명에 4명 꼴인 39%가 무증상자였다.

코로나 확진자 중 무증상자가 많다는 얘기는 한편으로는 소리소문 없이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다는 경고 사인일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코로나는 큰 병이 아니라는 얘기도 된다. 많은 이들에게 감기보다도 증상이 약한 병이라면 지금처럼 거의 모든 사회 활동에 영향을 줄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낮은 치명률, 높은 무증상 감염율이 뜻하는 것

국내에서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들의 통계를 보면 코로나는 한마디로 '고령자들 병'으로 부르는 게 마땅해 보인다. 사망자중 80대 이상이 50.46%, 70대가 32.87%로 70대 이상이 전체의 83%를 차지 한다. 사망자들 대부분은 고령에 이미 기저질환을 가진 노인들이었다.

이는 고령자라도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거나 60대 이하 연령층에는 코로나가 그리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전 국민이 코로나 방역에 매달려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기보다는 고령자 기저질환자 위주의 집중적인 관리가 사망율도 낮추고 코로나로 인한 불필요한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음압병실과 같은 코로나 관련 의료시설이나 의료 인력도 고령자에 대한 예방과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단순한 확진자 수 발표 방식은 재고해야

지금까지 질병관리청은 하루 확진자 수 동향을 매일 발표해왔다. 하지만 단순한 확진자 수만을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의 방역조치 단계를 상향 또는 하향하는 식의 방역지침은 불필요한 일상생활에 대한 규제를 낳을 확률이 높고 코로나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라고도 보기 힘들다.
하루에 발생한 확진자 수가 10명 정도라도 이들이 모두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어 사망 위험이 높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일 수 있다. 반면 하루 확진자가 100명 200명을 넘기더라도 이들 대다수가 무증상 확진자이고 비교적 젊은 연령대라면 추가 감염을 막기위한 확진자에 대한 동선관리 등은 필요하겠지만 전 국민을 상대로 방역단계를 높이는 따위의 조치는 불필요할 수도 있다.

막연한 공포보다는 통계와 과학에 입각한 대응 필요

아직 코로나에 대해서는 의료인들조차 100%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백신이나 치료제 역시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과도한 공포가 조장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지 10여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나온 간헐적인 통계들을 보면 정부나 국민 모두가 코로나에 대해 다소 과잉반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미국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한국 등 14개국 국민 1만42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들이 코로나에 대해 가장 많이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89%가 코로나를 '중대한 위협'으로 꼽아서 일본(88%) 미국·스페인(78%) 영국·프랑스(74%) 등에 비해 높았다.

한국인은 유독 확진자로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확진자가 되면 마치 가족이나 직장에서 죄인이라도 된 듯한 자책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한국인이 가진 집단주의적 사고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런저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국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그 결과 확진자나 사망자 숫자도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물론 이는 결과적으로 코로나 확산 방지에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게 마련이다. 자동차 사고 사망자가 많다고 차량 통행을 금지시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로 사망자가 생긴다고 일상과 경제활동을 이렇게 틀어막고 규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곰곰히 따져볼 때가 됐다.

아무리 마스크를 쓴다고 해도 밀폐된 공간이어서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높은 지하철 운행은 허용하면서 일정 수 이상 야외 집회는 마스크를 써도 못하게 하는 것은 어떻게 봐도 과학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를 대략 정리하면 코로나는 전염력은 매우 강하나 보통 사람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못하고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자들에게는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질병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방역도 전 국민을 상대로한 무차별적인 '몇단계' 등의 조치를 고집할 게 아니라 '선택과 집중'으로 큰 방향을 전환할 때가 됐다.

그게 정작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와 고령자들에 대한 치료효과를 높이고 사망률도 줄이는 것과 동시에 일상생할에서의 불필요한 불편과 낭비, 비효율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