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정문. 사진=한경DB
서울대학교 정문. 사진=한경DB
서울대가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전형) 지원자를 전원 탈락시킨 뒤 해당 선발인원을 정시모집으로 이월해 선발한 것을 두고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예체능계열 특정 학과의 지균전형 지원자 17명이 면접평가에서 모두 과락 점수를 받아 탈락한 것으로 "서류평가와 자체 사정원칙을 무시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왔다. 면접에서 전원 과락 처리한 것은 결국 정시로 합격자를 뽑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대 예체능계열 A학과는 2018년 입시전형이 진행된 2019학년도 지균 면접평가를 통해 모집정원 6명을 선발하려 했다. 하지만 면접에서 '학업능력 미달', '대학 인재상 미부합'을 이유로 지원자 17명 전원에 C등급을 줘 탈락시켰다.

서울대의 '2019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수시 모집 지역균형선발전형 사정원칙'은 면접평가 등급 권장 비율(서류평가 별도)을 △A+등급 10% △A등급 30% △B등급 30% △C등급 30%로 두고 학생들을 평가하도록 권고했지만 이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지원자 17명 중 서류평가 결과의 경우 A등급 이상 지원자는 4명, B등급 이상 지원자까지 범위를 넓히면 10명이었고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한 학생도 7명이었다. 하지만 면접에선 전원 탈락된 것이었다. 이에 교육부는 지균전형 취지에 맞게 면접평가 세부기준을 설정해 운영하라고 학교 측에 통보하고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

정말 문제가 있었던 걸까. 정시 선발을 위해 지균전형 지원자를 탈락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에 지장 있다고 판단 시 선발 안 해" 모집요강 명시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받은 2019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요강을 보면 "서울대에서 수학하기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되는 자는 지원 및 모집인원과 관계없이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물론 평가등급 비율을 지키라는 권고 사항을 무시한 것에 대해선 책임 소지가 있다. 서울대도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문제로 인식하고 다음 해부터 제도를 일부 바꿨다. 기존 서류평가와 면접평가를 특정 비율 없이 종합적으로 평가하던 것을 2020학년도 입시부터 '서류 70%+면접 30%'를 반영하도록 구체화해 방식을 변경한 것이다.

핵심은 권고 사항이 '의무'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가급적 따라야 하지만 면접관들이 해당 규정을 반드시 지켜야 할 강제력이 있지는 않았다.

지균전형 전원 과락과 그에 따른 기관경고 처분을 받은 게 2019학년도가 처음이라는 점도 서울대가 당시 지균전형 지원 학생들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2019학년도 선발 때까지 서류와 면접을 종합해 평가하던 것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제도를 개선했다"며 "교육부가 4년치 감사를 했는데 그해(2019학년도)만 문제가 됐고, 이를 제외하고는 지균전형 집단과락 같은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마다 편차가 있는 것으로 학교 측은 판단하고 있고, 따라서 지균전형으로 뽑힌 학생들이라고 해서 이들을 낮게 평가하거나 (정시 선발 학생은 높게 평가하는) 그런 일은 없다"며 "학교 측에서는 전형별로 비율을 둬 지균전형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원 과락 후 정시 선발?…"미충원분 정시 이월"도 명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사진=연합뉴스
수시에서 충원되지 않은 인원이 정시로 이월돼 선발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모집요강에서 "수시모집에서 발생한 미충원 인원은 정시모집 일반전형으로 이월해 선발(음악대학 제외)한다"고 안내했다. A학과는 예체능 계열로 알려졌지만 음대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는 또 "지원자가 모집인원에 미달하거나 초과한 경우에도 수학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단계별 선발 인원 및 최종 모집인원을 채우지 않을 수 있다"고도 적시했다.

학교 관계자는 "집단과락 문제는 특정 학과에서 일어난 이례적 사례일 뿐, 지균전형 전체 또는 학교 전체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일각에서 A학과 지원자 탈락을 좌우했던 면접 시간이 고작 10분 안팎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면접을 운영하는데) 현실적 문제가 있고, 학생들이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면접관들이 질문하는 건데 그 시간 내에 평가가 가능하니까 지금까지 그렇게 해온 것"이라고 했다.

"선발권 있는데 교육부 감사 결과 과하다" 지적 나오기도

이번 교육부 감사 결과가 다소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능최저기준 미충족자 등 명시된 기준에 어긋난 지원자를 합격시킨 것도 아니고, 나름의 기준을 통해 합격과 불합격을 가린 뒤 정시 선발을 통해 변별력을 확보한 것을 문제삼긴 어렵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 선발 공정성에 직접 관련되지 않은 문제에도 과도한 징계를 내린 것 같다"고 평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부정 논란이 불거지며 정부가 사태 무마 차원에서 각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과정을 문제삼은 차원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면접 단계에서 모두 과락시켰다는 것이 지균전형 취지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면접기준 등을 비롯한 제도 개선 차원에서 '기관경고'를 내린 것"이라며 "자체 사정원칙에 명시된 사항이 '의무' 수준이었다면 면접관 개인에 대한 신분상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기관경고는) 면접관의 재량이 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에서 기관경고를 받으면 문제 사항을 자체적으로 관리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감사 결과에 대해선 서울대도 수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