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빌딩' 우후죽순 늘어나는데…불 끌 장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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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층 이상 건물 4700개, 고가사다리차는 10대
"난연성 기준 통과해도 화재 위험 여전"
법 개정 전 지은 건물들 화재에 더 취약
"영국, 참사 이후 고층건물 재시공 지원"
"난연성 기준 통과해도 화재 위험 여전"
법 개정 전 지은 건물들 화재에 더 취약
"영국, 참사 이후 고층건물 재시공 지원"
울산 주상복합아파트의 대형 화재로 고층 건물에 대한 화재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층 건물에 발생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데다 건설 자재마저 불에 잘 타는 소재로 된 곳이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화재를 목격한 네티즌들은 '나무 목재에 석유를 부은 것처럼 불이 타오르더라', '저 아파트 사는데 평소에 윗층에서 담배꽁초 던지는 모습을 자주 봤다', '불에 잘타는 공법 누가 해줬는지 찾아야 한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울산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2차 합동 감식 중간브리핑에서 화재가 처음 발생한 지점을 3층 야외 테라스의 나무 데크라고 밝혔다. 데크는 공원이나 테라스의 바닥재로 많이 사용된다.
당시 화재는 불에 약한 나무 데크 위에 발생한 화재가 벽면에 있던 알루미늄 복합 패널에 옮겨 붙으면서 시작됐다는게 경찰의 설명이다. 벽면 외장재로 사용되는 알루미늄 복합 패널 역시 불에 잘타는 소재라 화재가 더욱 컸다는 분석이다.
이번 울산 화재와 비슷한 2010년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대형 화재 역시 불에 약한 알루미늄 복합 패널로 된 외벽 마감재가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4층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38층 옥상까지 번져 인근 군부대까지 동원해 화재를 진압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고층에서 화재가 발생할 시 옥내 소화전에 의존하곤 한다. 소방인력들이 무거운 장비를 메고 30층 이상 높이를 올라가야 해 화재 진압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이번 울산 화재에서도 소방인력들이 건물 내부로 진입해 화재 진압를 진행했지만 불이 외부 벽면을 타고 번지면서 시간이 다소 걸렸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산피해 역시 같은 기간 5억1900만원에서 91억26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고층건물들이 화재에 취약한 상황임에도 최대 70m까지 올라가 불을 끌 수 있는 고가사다리차는 전국에 단 10대에 불과하다. 울산 화재 당시에도 울산에 고가사다리차가 없어 부산에 있는 한 대가 출동했다.
이어 “2010년 법 개정 이후 난연성 기준이 강화 되기는 했지만 이번 울산 화재처럼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들은 마감재가 아닌 단열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화재의 가능성이 있
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울산 화재가 처음 시작됐던 나무 데크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회사내 자체 실험 결과 나무 데크 위에 담배꽁초로 인해 그을린 자국이 지속해서 누적 되면 그 자국에 작은 불씨가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불에 강한 자재들도 많이 개발 됐지만 일부 시공업자들은 가격이 쌀 뿐더러 옮기기 쉽고 가공하기 쉬운 자재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화재에 약한 자재들이 여러곳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그렌펠 타워에서는 4층에서 시작된 불이 24층까지 번져 수십명이 숨졌다. 그렌펠 타워도 건물 벽 외장재가 알루미늄 복합 패널로 구성돼 있어 화재 전파 속도가 빨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2018년 영국은 재시공 지원금을 발표한 후 지난해 2900억원의 재시공 지원금을 확정했다”며 “이런 국가적 지원과 함께 불연 자재들에 대한 기준을 손봐 불연 자재들이 가격경쟁이 아닌 품질경쟁으로 나갈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kkw1024@hankyung.com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불에 잘타는 소재에 불 붙어 시작
지난 8일 울산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16가구가 전소되고 8가구가 반전소 됐다.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던 날 불길이 건물의 외벽을 타고 빠르게 올라가면서 화재를 더욱 키웠다.당시 화재를 목격한 네티즌들은 '나무 목재에 석유를 부은 것처럼 불이 타오르더라', '저 아파트 사는데 평소에 윗층에서 담배꽁초 던지는 모습을 자주 봤다', '불에 잘타는 공법 누가 해줬는지 찾아야 한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울산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2차 합동 감식 중간브리핑에서 화재가 처음 발생한 지점을 3층 야외 테라스의 나무 데크라고 밝혔다. 데크는 공원이나 테라스의 바닥재로 많이 사용된다.
당시 화재는 불에 약한 나무 데크 위에 발생한 화재가 벽면에 있던 알루미늄 복합 패널에 옮겨 붙으면서 시작됐다는게 경찰의 설명이다. 벽면 외장재로 사용되는 알루미늄 복합 패널 역시 불에 잘타는 소재라 화재가 더욱 컸다는 분석이다.
이번 울산 화재와 비슷한 2010년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대형 화재 역시 불에 약한 알루미늄 복합 패널로 된 외벽 마감재가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4층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38층 옥상까지 번져 인근 군부대까지 동원해 화재를 진압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고층에서 화재가 발생할 시 옥내 소화전에 의존하곤 한다. 소방인력들이 무거운 장비를 메고 30층 이상 높이를 올라가야 해 화재 진압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이번 울산 화재에서도 소방인력들이 건물 내부로 진입해 화재 진압를 진행했지만 불이 외부 벽면을 타고 번지면서 시간이 다소 걸렸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층 건물 늘어남과 함께 화재 사고도 증가
고층 건물들은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30층 이상 고층 건물들은 모두 4692개에 달한다. 지난 3년간 약 1000개가 늘어났다. 30층 이상 건물에서 발생하는 화재도 늘었다. 소방청 통계를 살펴보면 2014년 107건이었던 30층 이상의 건축물 화재는 매년 늘어 2017년에는 145건으로 증가했다.재산피해 역시 같은 기간 5억1900만원에서 91억26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고층건물들이 화재에 취약한 상황임에도 최대 70m까지 올라가 불을 끌 수 있는 고가사다리차는 전국에 단 10대에 불과하다. 울산 화재 당시에도 울산에 고가사다리차가 없어 부산에 있는 한 대가 출동했다.
업계, "고층 건물 건축에 사용되는 자재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필요"
건축 자재 업계에서는 고층 건축물을 지을때 사용하는 자재의 난연성 기준을 강화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10년 해운대 화재 이후 정부는 고층 건물 외벽에는 불연재료를 마감재료로 사용해야한다고 건축법을 개정 했다. 하지만 이 법이 개정되기 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여전히 화재에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울산 화재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알루미늄 복합 패널은 난연성 시험에 통과 된 자재다”며 “하지만 알루미늄 패널 사이에 들어가는 폴리에틸렌이라는 소재는 불에 잘타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난연성 시험을 통과 했다 해도 화재에 위험하다”고 설명했다.이어 “2010년 법 개정 이후 난연성 기준이 강화 되기는 했지만 이번 울산 화재처럼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들은 마감재가 아닌 단열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화재의 가능성이 있
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울산 화재가 처음 시작됐던 나무 데크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회사내 자체 실험 결과 나무 데크 위에 담배꽁초로 인해 그을린 자국이 지속해서 누적 되면 그 자국에 작은 불씨가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불에 강한 자재들도 많이 개발 됐지만 일부 시공업자들은 가격이 쌀 뿐더러 옮기기 쉽고 가공하기 쉬운 자재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화재에 약한 자재들이 여러곳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화재 위험 높은 공공건물과 고층건물 재시공 사례도
일각에서는 해외사례를 들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국에서 2017년 6월 발생한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 이후 정부 주도로 공공건물과 고층건물에 대한 재시공을 추진한 사례를 들었다.당시 그렌펠 타워에서는 4층에서 시작된 불이 24층까지 번져 수십명이 숨졌다. 그렌펠 타워도 건물 벽 외장재가 알루미늄 복합 패널로 구성돼 있어 화재 전파 속도가 빨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2018년 영국은 재시공 지원금을 발표한 후 지난해 2900억원의 재시공 지원금을 확정했다”며 “이런 국가적 지원과 함께 불연 자재들에 대한 기준을 손봐 불연 자재들이 가격경쟁이 아닌 품질경쟁으로 나갈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kkw102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