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교직원공제회도 쥐락펴락…140억 끌어다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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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케이손보를 '돈줄'로 활용
사라진 4000억, 부동산 PF에?
사라진 4000억, 부동산 PF에?
5000억원대 펀드 사기를 벌인 옵티머스 사건의 주모자들이 공공기관인 한국교직원공제회에도 로비한 정황이 포착됐다. 2017년 펀드 사기를 벌이기 시작했을 때 경기 광주시 곤지암 봉현물류단지 부지를 사들이면서 교직원공제회의 100% 자회사였던 더케이손해보험(현 하나손해보험) 자금을 끌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교직원공제회는 뒤늦게 내부 감사에서 부당 대출로 결론 짓고 올해 초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옵티머스 일당’은 펀드 투자금을 부실 장외법인으로 빼돌려 각종 로비를 통해 이 같은 부동산 프로젝트 사업을 벌였다. 검찰은 옵티머스 일당이 수많은 부동산 프로젝트 수익권을 정관계 로비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옵티머스 일당은 핵심 자금횡령 통로였던 골든코어를 앞세워 2017년 6월 봉현물류단지 부지를 220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펀드 사기를 시작했을 무렵이다. 공공기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의 펀드 투자금으로 토지 매입대금을 마련했다. KCA의 투자금을 인터호라이즌, 코리아리츠 등 장외업체로 돌려 자금을 빼냈다. ‘펀드 돌려막기’를 위해 자금이 필요하자 더케이손보에 접근했다. 더케이손보는 2017년 9월 인터호라이즌 등의 근저당권을 이전받는 식으로 140억원을 단기로 빌려줬다. 손보사는 부동산 관련 대출을 많이 하지만 더케이손보의 봉현물류단지 대출은 상식 밖이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봉현물류단지 필지는 총 일곱 곳으로 쪼개져 있는데 다섯 곳은 일반 법인이 취득할 수 없는 전답(田畓)이어서 옵티머스 일당 중 한 명인 유현권 골든코어 당시 대표(구속) 명의로 인수했다. 게다가 골든코어는 부지 매입 잔금 48억원가량을 지급하지 않아 소송에 휘말려 있었다. 한 증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자는 “주관 증권사도 없고 복잡한 채무관계가 엮인 사업장에 손보사 단독으로 토지 가격의 70% 수준을 대출해주는 건 정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케이손보는 만기 1년짜리 단기 자금(연 6.5%)을 빌려줬다가 현재까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올해 내부 감사를 벌여 부당 대출로 결론 짓고 담당 본부장과 실무진 등을 징계했다. 담당자들은 모두 징계 전후로 퇴사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 사태가 터진 데다 봉현물류단지 프로젝트가 무위에 그칠 것으로 우려되자 정관계 로비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직원공제회 측은 “물류단지 대출 건은 더케이손보가 자체 판단한 투자로 공제회와는 무관하다”며 “주행위자는 형사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넉 달간의 옵티머스 수사를 통해 이미 로비 창구로 활용된 PF 프로젝트의 실체를 어느 정도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많은 검찰 전관과 정치권 인사가 연루돼 있어 섣불리 수사에 속도를 못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옵티머스 수사팀 확대를 주문한 뒤 검찰은 이제서야 KCA 조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16일 인천 KCA 경인본부와 펀드 판매사인 대신증권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김재현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정관계 로비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조진형/이인혁 기자 u2@hankyung.com
‘옵티머스 일당’은 펀드 투자금을 부실 장외법인으로 빼돌려 각종 로비를 통해 이 같은 부동산 프로젝트 사업을 벌였다. 검찰은 옵티머스 일당이 수많은 부동산 프로젝트 수익권을 정관계 로비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물류단지를 둘러싼 로비의 실체
봉현물류단지는 옵티머스 주모자인 김재현 대표(구속)와 윤석호 변호사(구속)가 지난 5월 작성한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란 제목의 문건에 등장하는 핵심 사업지다. 문건에선 옵티머스 고문을 맡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올해 5월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나 해당 물류단지 패스트트랙 인허가를 논의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인허가 시점은 9월, 예상 차익은 최소 1680억원이었다.옵티머스 일당은 핵심 자금횡령 통로였던 골든코어를 앞세워 2017년 6월 봉현물류단지 부지를 220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펀드 사기를 시작했을 무렵이다. 공공기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의 펀드 투자금으로 토지 매입대금을 마련했다. KCA의 투자금을 인터호라이즌, 코리아리츠 등 장외업체로 돌려 자금을 빼냈다. ‘펀드 돌려막기’를 위해 자금이 필요하자 더케이손보에 접근했다. 더케이손보는 2017년 9월 인터호라이즌 등의 근저당권을 이전받는 식으로 140억원을 단기로 빌려줬다. 손보사는 부동산 관련 대출을 많이 하지만 더케이손보의 봉현물류단지 대출은 상식 밖이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봉현물류단지 필지는 총 일곱 곳으로 쪼개져 있는데 다섯 곳은 일반 법인이 취득할 수 없는 전답(田畓)이어서 옵티머스 일당 중 한 명인 유현권 골든코어 당시 대표(구속) 명의로 인수했다. 게다가 골든코어는 부지 매입 잔금 48억원가량을 지급하지 않아 소송에 휘말려 있었다. 한 증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자는 “주관 증권사도 없고 복잡한 채무관계가 엮인 사업장에 손보사 단독으로 토지 가격의 70% 수준을 대출해주는 건 정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케이손보는 만기 1년짜리 단기 자금(연 6.5%)을 빌려줬다가 현재까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올해 내부 감사를 벌여 부당 대출로 결론 짓고 담당 본부장과 실무진 등을 징계했다. 담당자들은 모두 징계 전후로 퇴사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 사태가 터진 데다 봉현물류단지 프로젝트가 무위에 그칠 것으로 우려되자 정관계 로비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직원공제회 측은 “물류단지 대출 건은 더케이손보가 자체 판단한 투자로 공제회와는 무관하다”며 “주행위자는 형사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PF 수익권 로비 창구로 활용”
옵티머스 펀드 자금 5151억원 가운데 현재 4000억원 이상이 사라졌다. 검찰은 이 자금이 봉현물류단지 같은 수많은 부동산 개발 사업에 활용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 PF 사업은 각종 인허가 이슈가 있는 데다 정관계 로비로 활용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PF를 위해선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데, SPC 지분을 특정인에게 헐값으로 몰아주는 게 가능하다. 투자자 수익권도 임의로 배정할 수 있다.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에는 ‘이혁진(옵티머스자산운용 창업자)과의 (경영권 분쟁) 문제 해결 과정에서 도움을 줬던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돼 있다’고 적혀 있다.검찰은 넉 달간의 옵티머스 수사를 통해 이미 로비 창구로 활용된 PF 프로젝트의 실체를 어느 정도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많은 검찰 전관과 정치권 인사가 연루돼 있어 섣불리 수사에 속도를 못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옵티머스 수사팀 확대를 주문한 뒤 검찰은 이제서야 KCA 조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16일 인천 KCA 경인본부와 펀드 판매사인 대신증권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김재현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정관계 로비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조진형/이인혁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