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악성민원에 시달리던 아파트 경비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경비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상남도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소장으로 일하던 A씨는 2017년 7월 회사 대표에게 "사장님 죄송합니다. 몸이 힘들어서 내일부터 출근하기 힘듭니다"는 문자를 남기고 이틀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A씨의 배우자 등은 A씨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2018년 7월 "망인은 업무적 스트레스보다는 개인의 경제적 문제, 정신적 취약성 등으로 자살에 이르렀다"며 거절했다. 이에 불복한 A씨 유족들이 소송에 나섰다.

재판부는 A씨가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악성민원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세가 심해져 사망했고, 이를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 입주민은 A씨 개인 휴대전화로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 연락해 언성을 높여 민원을 제기했고, 공개된 장소에서 일방적인 질책과 폭언을 하기도 했다"며 "이외에도 주차장의 차량이 CCTV 사각지대에서 훼손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묻는 등 합리적인 민원 제기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의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기록을 보면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내용이 있는 등 A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