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TV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올해 처음으로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시작된 치킨게임에서 중국 업체들이 승리하면서 한국 업체들이 감산에 나선 영향이 크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결정권을 쥐게 되면서 TV용 LCD 패널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중국 업체들의 TV용 LCD 패널 시장점유율 전망치는 56.9%다. 지난해(47.8%)보다 9.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업체별로는 BOE가 25.1%, CSOT 15.4%, HKC 11.7%, CHOT 4.7% 순이다.

중국 업체들의 ‘LCD 굴기’는 치킨게임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BOE, CSOT 등은 2017년께부터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10.5세대 공장을 증설하며 낮은 수율을 감수하고 패널을 찍어냈다. 가격은 한국 제품보다 20~30% 싸게 팔았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를 견디지 못한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TV용 LCD사업 철수를 선언하고 LCD 라인을 QD디스플레이와 중소형 OLED로 전환 중이다. LG디스플레이도 TV용 LCD사업 비중을 낮추기로 했다. 한국 업체들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26.1%에서 올해 17.8%로 하락할 전망이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상승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50인치 LCD 패널 가격은 올 3월 말 95달러에서 지난달 말 117달러로 23%, 55인치는 같은 기간 115달러에서 145달러로 26%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춤하던 소비가 살아나면서 TV 수요가 늘어난 데다 한국 업체들의 감산으로 공급이 부족해진 영향이 크다.

시장에선 내년 상반기까지 TV용 LCD 패널 가격이 ‘적어도 크게 하락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홈 이코노미’ 확대로 TV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50% 넘는 점유율로 가격 결정권을 손에 쥔 중국 업체들이 패널 가격을 떨어뜨릴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LCD 패널을 쓰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TV업체들은 수익성 하락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샤오미, TCL, 콩가 등 상대적으로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국 TV업체들은 지난달 제품 가격을 최대 30%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