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 ‘인재 영입 전담팀’을 가동 중이다. 이 팀의 주요 업무는 미국 서부 주요 대학과 연구소를 돌며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인공지능(AI) 관련 인재를 찾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SRA 인재팀은 1년 내내 현장에서 AI 인재를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한국 주요 기업의 AI 인재 확보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S급 인재는 총수가 나서 ‘삼고초려’ 할 정도다. AI 적용 분야가 그룹의 미래가 걸린 반도체, 첨단 가전, 자율주행차 등 핵심 제품부터 애프터서비스(AS) 등 고객 관리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확장되고 있어서다.

총수가 직접 영입

AI 핵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 총수들이 직접 나서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고액 연봉을 내세워도 구글, 아마존, 애플 등과의 영입 경쟁에서 이기는 게 쉽지 않아서다. 총수들이 나서야 비로소 인재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게 대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지난 6월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발탁된 ‘뇌 기반 AI 연구’ 권위자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8년 3월 캐나다로 날아가 승 소장을 ‘자문역’으로 초빙했고, 올해엔 아예 삼성의 AI 전략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혔다.

대기업 최고위 경영진은 매년 두세 차례씩 해외에서 열리는 리크루트 행사에 직접 뛰어들기도 한다. LG는 매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LG테크콘퍼런스’를 열고 있다. 총수가 직접 참여하는 LG의 공식적인 AI 인재 영입 행사다. 고(故) 구본무 회장은 2018년을 제외하고 매년 참석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구광모 회장 역시 취임 이후 첫 출장으로 이 행사를 선택했다.

AI 경쟁력에 기업 미래 걸어

기업들이 AI 인재를 탐내는 이유는 ‘AI가 기업의 명운을 쥐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2030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선 AI 연산을 담당하는 뉴로모픽프로세서유닛(NPU)의 성능이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미래 먹거리로 꼽힌 자율주행차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안전한 제어’다. 주행 중 전방에 나타난 물체에 대한 판단, 주변 환경 인지, 주행 경로 설정 등을 사람 대신 AI가 맡게 된다. 현대차가 지난 9월 AI 분야 최고 석학으로 손꼽히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토마소 포지오 교수와 다니엘라 러스 교수를 ‘자문위원’으로 영입한 것도 AI 기술 경쟁력 향상에 대한 필요성 때문이다. AI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기업들이 손을 잡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KT는 올해 2월 현대중공업그룹, 한양대, 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AI 원팀’을 구성했다.

AI 인재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이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AI 관련 석사 학위 소지자는 8000만~1억원, 해외 유명 대학 박사 출신은 2억원 선에서 연봉 협상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관계자는 “‘석학’이라고 불리는 S급 인재를 영입하려면 일반 임원 연봉의 2~3배를 제시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황정수/이승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