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클래식 기타 선율로 '만추'를 풀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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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박규희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가 묵직한 기타 선율로 '만추(晩秋)'를 풀어냈다. 지난 1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박규희는 화려한 기타 연주법과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을 깊은 가을로 이끌었다.
지난달 17일 인터뷰에서 박규희는 "기타 한 대만으로 공연장을 가득 채우겠다"고 장담했었다. 허언이 아니었다. 첫 곡 어거스틴 망고레의 '훌리아 플로리다'로 시작해 이삭 알베니스의 '카탈루니아 기상곡'과 '아스투리아스'로 이어진 무대에선 박규희의 노련미가 돋보였다. 마이크를 활용한 탓에 강약조절과 트레몰로(농현)에 초점을 맞춰서다.
독주의 백미는 알베르토 히나스테라의 '기타 소나타'. 히나스테라의 소나타는 온갖 연주법을 활용해야 완주할 수 있어 기타리스트들이 연주하기 꺼려하는 곡이다. 기타 본체를 두드리고, 손톱으로 기타 줄을 튕기고 쓸어내리는 등 화려한 연주법으로 아르페지오를 매끄럽게 풀어냈다.
지난 인터뷰에서 박규희는 "히나스테라 소나타를 연주하다 손톱이 망가져 나머지 독주곡을 치지 못할까 염려된다"고 했지만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아다지에토)도 흐트러짐없이 들려줬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간명하게 심금을 울리는 기타 울림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며 "오케스트라 현악부가 수위를 높이며 밀려오던 느낌이 어떻게 기타 한 대로 가능한 지 놀랍다"고 평했다. 이어지는 2부 무대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웨인 린와 플루티스트 조성현이 박규희와 무대에 함게 올랐다. 조성현과의 듀오가 돋보인 합주였다.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가 청량한 플루트 선율에 중후한 클래식 기타가 어우러지자 객석에선 감격어린 탄식이 흘러나왔다. 기타의 매력을 관객들에게 또렷하게 전달한 순간이었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김진세, 임미가, 박지형과 함께 콰르텟(4중주)를 꾸려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이 마지막 곡으로 올린 게 주효했다. 긴박하면서도 두터운 음색으로 해석한 '하바네라'는 오케스트라에 비견될 웅장함을 들려줬다.
앙코르로 다리우스 미요의 '스카라무스 모음곡'과 페르난도 소르의 '연습곡 e단조'까지 들려주며 약 150분 동안 연주에 나선 박규희. 지친 기색 없이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촬영하는 팬서비스까지 눈길을 끌었다. 기타 한 대만으로도 2000여석 규모의 대극장을 풍성하게 채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한 명연이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독주의 백미는 알베르토 히나스테라의 '기타 소나타'. 히나스테라의 소나타는 온갖 연주법을 활용해야 완주할 수 있어 기타리스트들이 연주하기 꺼려하는 곡이다. 기타 본체를 두드리고, 손톱으로 기타 줄을 튕기고 쓸어내리는 등 화려한 연주법으로 아르페지오를 매끄럽게 풀어냈다.
지난 인터뷰에서 박규희는 "히나스테라 소나타를 연주하다 손톱이 망가져 나머지 독주곡을 치지 못할까 염려된다"고 했지만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아다지에토)도 흐트러짐없이 들려줬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간명하게 심금을 울리는 기타 울림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며 "오케스트라 현악부가 수위를 높이며 밀려오던 느낌이 어떻게 기타 한 대로 가능한 지 놀랍다"고 평했다. 이어지는 2부 무대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웨인 린와 플루티스트 조성현이 박규희와 무대에 함게 올랐다. 조성현과의 듀오가 돋보인 합주였다.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가 청량한 플루트 선율에 중후한 클래식 기타가 어우러지자 객석에선 감격어린 탄식이 흘러나왔다. 기타의 매력을 관객들에게 또렷하게 전달한 순간이었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김진세, 임미가, 박지형과 함께 콰르텟(4중주)를 꾸려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이 마지막 곡으로 올린 게 주효했다. 긴박하면서도 두터운 음색으로 해석한 '하바네라'는 오케스트라에 비견될 웅장함을 들려줬다.
앙코르로 다리우스 미요의 '스카라무스 모음곡'과 페르난도 소르의 '연습곡 e단조'까지 들려주며 약 150분 동안 연주에 나선 박규희. 지친 기색 없이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촬영하는 팬서비스까지 눈길을 끌었다. 기타 한 대만으로도 2000여석 규모의 대극장을 풍성하게 채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한 명연이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