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근로자성 인정은 시대를 선도하는 판정?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특수고용직 종사자 산재보험이 단연 부각된 이슈였다.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정부를 향해 특고 산재보험 제도의 느슨한 운영을 질타하는 내용이었다.

여당 의원들은 최근 택배 배송 업무 도중 사망한 40대 CJ대한통운 택배기사 A씨가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해 관련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주의 권유나 강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에서는 특고 산재보험은 물론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전국민 고용보험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및 그를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 관련 현안에 대해 파고드는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같은 풍경을 놓고 환노위 안팎에선 "여야가 뒤바뀐 국감, 야성(野性)이 사라진 국회에서 국감을 받는 고용부는 참 편할 것 같다"는 웃지못할 지적도 나왔다.

압권은 저녁식사 후 8시30분에 속개된 저녁 질의에서 나왔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불러 마이크를 켜게 했다. 이내 이어진 질의의 내용은 지난 5월 중노위가 서울지노위의 초심을 뒤집고 타다 운전기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결에 관한 것이었다.

김 의원은 박 위원장에게 "이 판정은 정말 획기적이고 시대를 선도하는 판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타다가 운전기사에게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한 것이 아니라고 했던 것을, 각종 매뉴얼에 의해 구속이 되고 어플리케이션 자체 지시를 사용자 지시라는 것으로 명확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플랫폼 기반 사업에서 누구를 사용자로 볼 것인지는 어려운 문제인데, 한방에 꿰어서 정리했다"고 치켜세웠다.

김 의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그는 "이번 판정이 플랫폼 관련 (근로자성 다툼에서) 앞으로 선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법원에 가서 이 판정을 유지시키면 (위원장님은) 역사에 남으실 것"이라고도 했다.

야당 의원의 때아닌 칭찬을 받은 박 위원장도 맞장구를 쳤다. 박 위원장은 "이 판정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IT산업 발전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라 재심 판정이 유지돼야 한다"며 "외부의 일가견 있는 변호사 등을 활용할 대응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법원을 설득하려면 전문연구자들의 논문이 있어야 하는데, 내년에 예산을 투입해 용역도 하고 열심히 해보겠다"고도 했다.

이날 두 사람이 화제로 삼은 이 사건은 노동계에서도 놀랄만큼 중노위가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한 판정이었다. 중노위가 타다 운전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지노위 판정을 뒤집을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업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당도 아닌, 야당 국회의원이 해당 판정의 의미를 부각시키면서 '역사에 남으실 중노위원장'이라고 칭송한 것을 두고 환노위 안팎에선 '생경한 풍경'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여야를 떠나 법률가 출신인 김 의원이 소신을 표현한 것이라는 관전평과 함께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는 이슈인데다 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사안에 대한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