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족 머문 톈진호텔…냉장고 없고, 방엔 먼지 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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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부임 앞둔 강현우 특파원의 中 격리 체험기
코로나 음성 확인서 들고 하늘길
착륙 후 공항서 코로나 검사
모두 마치자 버스로 격리 호텔行
코로나 음성 확인서 들고 하늘길
착륙 후 공항서 코로나 검사
모두 마치자 버스로 격리 호텔行
유학·사업 등으로 전 세계에 퍼져 있던 중국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본국으로 속속 돌아가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비행편 통제로 항공권 구매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자는 당초 베이징 특파원 부임 시기(7월 초)를 석 달이나 넘긴 지난 6일 인천발 톈진행 항공권을 이리저리 수소문한 끝에 어렵게 구해 중국에 입국했다. 아내와 7세 딸, 10개월 아들 등 네 가족이 함께 들어왔다. 공항 입국부터 호텔 격리까지 앞으로 중국행 비행기를 탈 독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조리기구도 없다. 기자는 2만~3만원대 전기쿠커 두 대를 구입했다. 음식물로는 라면, 컵반, 각종 양념류, 과자, 멸균우유 등을 준비했다. 밥맛에 예민한 사람은 즉석밥을 준비하는 걸 권한다.
핸드캐리 가방에는 마스크를 담았다. 수하물에는 실을 수 없다. 체류 기간에 따라 소지 가능 숫자가 늘어난다. 4개월 이상이면 1인당 150개까지 가능하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 보건당국이 지정한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음성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확인서 발급일이 탑승일 기준 3일 이내여야 한다. 지정 병원은 주한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 준비할 것은 휴대폰에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설치하고, 위챗 안에 다시 ‘세관 신고’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것이다. 세관 신고 프로그램 안에 ‘건강 신고’ 메뉴로 들어가 여권번호 등을 넣으면 QR코드가 생성된다. 이 QR코드를 캡처해서 저장해두고 입국 시 공항에서 수시로 보여줘야 한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입국심사를 한 다음 코로나19 검사로 이어진다. 문진하고 열을 잰다. 코와 목에 면봉을 쑤셔넣어 검체를 채취한 뒤 피검사도 한다. 만 3세까지는 검사를 받지 않는다. 어린이들은 코 검체 채취를 면제해주기도 한다.
코로나19 검사가 끝나면 공항 건물 밖으로 나간다. 검사를 마친 순서대로 버스에 배정돼 격리 호텔로 이동한다. 버스에 별다른 정보가 쓰여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호텔로 갈지는 알 수 없다.
호텔에 도착하면 방 열쇠 카드가 들어 있는 봉투를 나눠준다. 이 봉투 안에는 커다란 QR코드가 프린트된 종이도 있다. QR코드를 찍으면 각 층의 담당자가 개설한 위챗 대화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 모든 소통은 이 위챗 대화방을 통해 이뤄졌다.
방은 먼지투성이였다. 14일 동안 가장 괴로웠던 부분이다.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청소는 아예 하지 않으며, 투숙객이 나가면 소독약을 뿌리고 침구류는 모두 태워버린다고 한다.
기자 가족은 차량용 공기청정기 3대를 24시간 가동했다. 침대는 하루에 두 번 테이프롤러로 밀었다. 쌓여 있던 먼지가 워낙 많은 탓인지 며칠이 지나도 줄어드는 것 같지 않았다.
호텔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수도꼭지를 틀면 녹물이 나왔다. 한국에서 사간 샤워필터로 바꿔 달았더니 물을 틀자마자 흰색이던 필터가 누렇게 변했다. 딱 1주일 만에 필터가 검붉은색이 됐다. 톈진 격리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샤워필터를 준비하기 바란다.
음식은 하루 세끼 모두 중국식 도시락이 제공됐다. 밥(아침에는 중국식 빵)을 기본으로 고기류 2종, 채소류 2종에 수프가 포함된 도시락이었다. 과일이나 요거트가 디저트로 포함됐다. 밥값은 하루 80위안(약 1만3000원). 현지 물가를 생각하면 싸지 않은 수준이다. 매일 비슷한 식사를 하는 것은 견디기 힘들었다. 특히 아이들은 한국에서 싸간 식재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호텔 방값은 하루 290위안(약 5만원)이었다. 인터넷 상태도 안 좋았다. 많은 격리 후기에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으로 버텼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호텔에선 동영상 시청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모든 소통은 위챗으로 이뤄졌다. 오전 7시30분과 오후 3시 측정한 체온을 위챗으로 보고해야 한다. 체온을 재라고 수은 체온계를 나눠주긴 했으나 결과가 오락가락해 개인적으로 준비한 체온계를 활용했다.
hkang@hankyung.com
기자는 당초 베이징 특파원 부임 시기(7월 초)를 석 달이나 넘긴 지난 6일 인천발 톈진행 항공권을 이리저리 수소문한 끝에 어렵게 구해 중국에 입국했다. 아내와 7세 딸, 10개월 아들 등 네 가족이 함께 들어왔다. 공항 입국부터 호텔 격리까지 앞으로 중국행 비행기를 탈 독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1) 준비 과정
항공기 수하물은 2주간 격리될 상황을 고려해 음식물을 가능한 한 많이 담는 게 좋다. 숙소가 호텔이라고는 하지만 냉장고는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기자가 묵는 호텔에도 냉장고가 없었다. 시중에서 파는 김치와 밑반찬 가운데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포장을 뜯지만 않으면 상당 기간 보존할 수 있는 제품들이 있다.조리기구도 없다. 기자는 2만~3만원대 전기쿠커 두 대를 구입했다. 음식물로는 라면, 컵반, 각종 양념류, 과자, 멸균우유 등을 준비했다. 밥맛에 예민한 사람은 즉석밥을 준비하는 걸 권한다.
핸드캐리 가방에는 마스크를 담았다. 수하물에는 실을 수 없다. 체류 기간에 따라 소지 가능 숫자가 늘어난다. 4개월 이상이면 1인당 150개까지 가능하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 보건당국이 지정한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음성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확인서 발급일이 탑승일 기준 3일 이내여야 한다. 지정 병원은 주한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 준비할 것은 휴대폰에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설치하고, 위챗 안에 다시 ‘세관 신고’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것이다. 세관 신고 프로그램 안에 ‘건강 신고’ 메뉴로 들어가 여권번호 등을 넣으면 QR코드가 생성된다. 이 QR코드를 캡처해서 저장해두고 입국 시 공항에서 수시로 보여줘야 한다.
(2) 톈진으로 이동
비행기 안에선 탑승객에게 A4용지 두 장씩을 나눠준다. 이 종이에는 자신의 이름, 여권번호, 비자번호, 항공편, 좌석번호, 중국 내 주소와 연락처 등을 기입해야 한다. 서류는 공항 도착 이후 코로나19 검사를 마칠 때까지 계속 들고 다녀야 한다.비행기에서 내리면 입국심사를 한 다음 코로나19 검사로 이어진다. 문진하고 열을 잰다. 코와 목에 면봉을 쑤셔넣어 검체를 채취한 뒤 피검사도 한다. 만 3세까지는 검사를 받지 않는다. 어린이들은 코 검체 채취를 면제해주기도 한다.
코로나19 검사가 끝나면 공항 건물 밖으로 나간다. 검사를 마친 순서대로 버스에 배정돼 격리 호텔로 이동한다. 버스에 별다른 정보가 쓰여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호텔로 갈지는 알 수 없다.
(3) 호텔은 기대하지 말자
기자 가족은 공항에서 15분 거리의 리펑호텔에 배정받았다. 중저가 호텔 브랜드다. 관리 상태는 엉망이었다. 기자가 보기엔 코로나19 여파로 휴업 또는 폐업했던 호텔을 급하게 되살린 느낌이었다.호텔에 도착하면 방 열쇠 카드가 들어 있는 봉투를 나눠준다. 이 봉투 안에는 커다란 QR코드가 프린트된 종이도 있다. QR코드를 찍으면 각 층의 담당자가 개설한 위챗 대화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 모든 소통은 이 위챗 대화방을 통해 이뤄졌다.
방은 먼지투성이였다. 14일 동안 가장 괴로웠던 부분이다.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청소는 아예 하지 않으며, 투숙객이 나가면 소독약을 뿌리고 침구류는 모두 태워버린다고 한다.
기자 가족은 차량용 공기청정기 3대를 24시간 가동했다. 침대는 하루에 두 번 테이프롤러로 밀었다. 쌓여 있던 먼지가 워낙 많은 탓인지 며칠이 지나도 줄어드는 것 같지 않았다.
호텔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수도꼭지를 틀면 녹물이 나왔다. 한국에서 사간 샤워필터로 바꿔 달았더니 물을 틀자마자 흰색이던 필터가 누렇게 변했다. 딱 1주일 만에 필터가 검붉은색이 됐다. 톈진 격리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샤워필터를 준비하기 바란다.
음식은 하루 세끼 모두 중국식 도시락이 제공됐다. 밥(아침에는 중국식 빵)을 기본으로 고기류 2종, 채소류 2종에 수프가 포함된 도시락이었다. 과일이나 요거트가 디저트로 포함됐다. 밥값은 하루 80위안(약 1만3000원). 현지 물가를 생각하면 싸지 않은 수준이다. 매일 비슷한 식사를 하는 것은 견디기 힘들었다. 특히 아이들은 한국에서 싸간 식재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호텔 방값은 하루 290위안(약 5만원)이었다. 인터넷 상태도 안 좋았다. 많은 격리 후기에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으로 버텼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호텔에선 동영상 시청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모든 소통은 위챗으로 이뤄졌다. 오전 7시30분과 오후 3시 측정한 체온을 위챗으로 보고해야 한다. 체온을 재라고 수은 체온계를 나눠주긴 했으나 결과가 오락가락해 개인적으로 준비한 체온계를 활용했다.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