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으로 승진하면 당연히 계약직이 되고 정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건 업계 상식이다. 이번에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18일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유환우)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한 화물운송업체가 낸 소송에서 비등기 임원은 계약직 근로자이므로 정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 화물운송업체에서 2002년부터 약 10년간 인사 관련 부서의 팀장으로 근무했던 모 씨는 2016년 상무보로 승진했다. 승진과 함께 1년의 계약 기간과 연봉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회사와 체결하고 그 후에도 8개월 또는 1년의 계약 기간을 정해 재계약을 반복 체결했다.

2018년 말 조직개편을 이유로 회사 대표가 사직을 권고하자 이 임원은 1년의 계약 기간을 정해 매년 근로계약을 체결해 왔지만, 자신이 여전히 정규직 근로자이므로 정년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이를 거부하고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자 이 임원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로 인정하자 이 업체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중노위... 정규직이므로 정년 안 지켰다면 부당해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기존 근로관계가 단절되지 않았고 4대 사회보험도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을 들어 이 임원이 여전히 정규직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정년이 적용되므로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임원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정한 이유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임원 계약에서 기간을 1년으로 정했고 이후 연봉계약서를 계속 작성한 것도 연봉을 정하려는 의사와 더불어 근로관계가 해당 계약 기간에만 존속한다는 데 합의한 것이라고 봤다.

해당 임원이 인사 및 노무 담당 업무를 오랜 기간 수행해 왔기 때문에 임원으로 승진하면 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거라는 점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또 법원은 기간제 근로자인 이 임원은 연봉이 고액이므로 2년 이상 근무했더라도 무기계약직 전환에 관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기간제법 제4조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2018년 고시한 연봉 금액 6069만3000원을 초과하는 고액 연봉 수령자는 2년의 기간제 사용 기간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원 인사 관리에 참고할 만한 사례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비등기 임원이 계약직 근로자라는 명시적 판결로는 최초 사례라고 한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설명한다. 비등기 임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대법원판결은 있었지만, 임원 승진 전후의 근로계약 관계의 변화에 대해서는 아직 판결이 내려진 적이 없다. 임원 승진 전과 후에 업무가 크게 달라지지 않고 4대 사회보험이 그대로 유지되는 등의 사정이 있더라도 당사자가 계약 기간을 명시한 계약서에 서명했다면 계약직 신분을 수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데 이번 서울행정법원 판결의 의미가 있다.
최종석 전문위원/좋은일터연구소장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