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협업 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업무가 일상화되면서 업무 현황을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협업 툴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났다. 카카오, 네이버, 삼성SDS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슬랙, 노션 등 외국 기업도 한국어판 서비스를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들은 편리한 사용자환경(UI), 보안 기능,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기능 등을 내세우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뛰어든 협업 툴 시장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지난달 내놓은 카카오워크는 카카오톡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별도의 교육이나 사전 지식 없이 누구나 사용 가능한 쉬운 인터페이스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톡과는 달리 신규 참여자도 그룹 채팅방에 초대되기 이전의 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 ‘캐스퍼’, 화상회의, 전자결재 등 기능도 갖췄다. 카카오워크는 출시 한 달 만에 5만 곳 이상의 사용자 집단을 확보했다.

네이버 자회사 웍스모바일은 2016년부터 협업 툴 ‘네이버웍스(구 라인웍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웍스모바일은 네이버·라인 서비스와 비슷한 UI, 높은 보안성 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네이버웍스의 화상회의에는 최대 200명까지 참여가 가능하다. 대웅제약, 일동제약, GS그룹 등이 네이버웍스를 쓰고 있다. 일찍부터 공략한 일본 시장에서는 유료 협업 툴 메신저 점유율 1위다.

삼성SDS의 ‘브리티웍스’는 메일, 메신저, 영상회의 등 기본 기능뿐 아니라 업무 자동화를 위한 RPA, 대화형 AI 챗봇 기능 등도 탑재하고 있다. 삼성SDS는 브리티웍스의 강점으로 데이터 암호화, 화면 캡처 방지·워터마크 기능 등 보안 체계를 꼽았다. 브리티웍스는 지난 5월 삼성그룹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온라인 직무적성검사(GSAT)에도 활용됐다. 회사 관계자는 “브리티웍스는 50만여 명의 삼성 임직원이 사내외 협업과 업무 자동화에 써왔던 솔루션”이라며 “사용성과 보안 시스템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말했다.

NHN은 협업 툴 ‘두레이’를 서비스하고 있다. ‘프레젠테이션 모드’ 기능을 통해 별도의 문서 제작 과정 없이 발표 자료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다른 서비스와의 차별점이다. 다수의 인력이 다양한 웹오피스에서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공동편집’ 기능도 갖추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KB금융지주, 대한제분, 아모레퍼시픽, NS홈쇼핑 등이 두레이를 쓰고 있다.

스타트업·외국 업체도 경쟁

협업 툴 전문 스타트업 제품도 주목받고 있다. ‘잔디’를 서비스하는 토스랩, ‘플로우’ 운영사 마드라스체크가 대표적이다. 이들 서비스는 여러 사업을 동시에 하는 대기업의 소프트웨어보다 사용성 측면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의 서비스에 꾸준히 집중해 기능을 개선해왔기 때문이다.

토스랩의 잔디는 국내 스타트업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로 꼽힌다. 매끄러운 사용자경험(UX)과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에 어울리는 이모티콘 등을 제공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한양건설, 코스맥스, 넥센타이어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최근 140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해외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플로우를 서비스하는 마드라스체크도 현대자동차그룹, 메가박스 등 1000여 개 기업에 제품을 공급했다. 사내 인프라망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대기업과 금융회사 등을 위한 구축형(on-premise) 제품도 서비스한다. 플로우는 각 회사가 쓰고 있는 그룹웨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의 연동도 쉽다. 현대모비스는 SAP의 ERP시스템과 이 제품을 연동해 쓰고 있다.

국내 협업 툴 시장 규모는 올초 3000억~5000억원 수준이었다. 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 규모가 최근 급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 협업 툴 전문 기업들도 국내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속속 한국어판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노션은 지난 8월 한국어판 서비스를 출시했다. 노션을 통해 사내 업무 관리뿐만 아니라 대외적 회사 정보 관리를 위한 위키 페이지, 채용 공고 등도 만들 수 있다. 각자의 업무 특성과 취향에 맞게 화면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슬랙’ 운영사 슬랙테크놀로지도 이달 한국어판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