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매출 10배 뛴 中企 뒤엔…구미전자정보기술원 컨설팅 있었다
1인 창업 기업인 선테크(대표 한병삼)는 2013년 창업 1년 후 매출이 3억원에서 3년 만에 10배인 32억원으로, 지난해는 20배인 60억원으로 뛰었다. 올해와 내년에는 2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구미의 주목받는 대표 스케일업(고성장) 기업이다. 한병삼 대표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실패도 맛봤지만 사물인터넷(IoT) 기술력만큼은 꾸준히 키웠다”며 “번 돈은 거의 모두 연구개발에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 247억원 가운데 27%인 67억원을 연구개발(R&D)비로 투자했다. 직원의 70%가 R&D 인력이다.

선테크의 폭풍성장 뒤에는 구미전자정보기술원(GERI·원장 박효덕·사진)이 있었다. 스마트안전 디바이스인 IoT헬멧과 바디캠, 스마트밴드와 스마트앱 등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개발 그리고 이를 종합한 스마트안전 플랫폼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시제품 제작, 디자인, 마케팅까지 전주기적 지원을 받았다. 선테크는 자체 개발한 첨단 모듈만 50개에 달한다. 10년간 축적한 기술을 융합해 만든 개념설계 제품들이다.

GERI가 구미의 전자산업을 50년 만에 대변신시키는 혁신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구미는 포스텍과 KAIST가 있는 포항, 대전에 비해 신산업 생태계를 만들 혁신주체가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2017년 박효덕 원장 부임 이후 GERI는 구미 기업과 전자산업 스케일업의 핵심 기관으로 부상했다.
3년 만에 매출 10배 뛴 中企 뒤엔…구미전자정보기술원 컨설팅 있었다
GERI의 지원을 통해 성장한 기업은 스타트업보다는 중소·중견기업이 더 많다. GERI는 5G와 웨어러블, 해외통신사업자 인증랩 등 3개의 연구 기반을 구축하고 올해만 115건의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했다. 여기에 참여한 기업만 119개로 542억원의 정부 R&D 자금이 투자됐다. 구일엔지니어링(대표 백승균)은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미래먹거리인 비파괴·비접촉 반도체 첨단 검사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100억원 규모의 정부과제 3개에 사운을 걸고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66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 회사는 사업화가 완료되면 최대 2000억원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현장형 분자진단시스템 기업인 티엔에스는 지난해 40억원의 매출 성과를 올렸다.

구미시와 GERI는 구미의 혁신을 주도할 기업협의체도 지난해 발족시켰다. 매출 500억원 이상인 30개 중견기업이 모인 구미중견기업협의체(GLCC)로 구미 혁신의 민간 구심체다. 구미신전자사업 융합얼라이언스로 신성장 아이템을 발굴하고 시장에서 요구하는 R&D를 주도한다.

평판디스플레이의 핵심 부품인 드라이브IC와 광케이블(AOC) 커넥터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엘비루셈(대표 박노만)은 GERI의 각종 지원으로 매출이 2017년 1289억원에서 2018년 1386억원, 지난해는 1696억원으로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오는 중견기업이다. 정치영 GERI 기업협력본부장은 “GLCC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으로 5G 시대 핵심 부품인 8K 케이블의 생산을 추진해 14억원의 수주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종업원을 2017년 381명에서 지난해 530명으로 늘렸다. GERI 기업협력본부는 정부 사업화지원사업을 유치해 2017년 471건(15억원)이던 지원사업을 지난해 803건(28억원)으로 늘렸다. 정 본부장은 “수혜기업의 매출이 2017년 1749억원에서 지난해 2481억원으로 42%, 고용은 386명에서 1007명으로 2.6배 늘었다”고 밝혔다.

GERI는 경상북도 구미시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 중심이던 구미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 위해 디지털4.0 시대에 대비한 신전자산업 육성을 추진 중이다. 박 원장은 “선테크와 같은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엘비루셈 같은 중견기업, 그리고 GERI와 분야별 전국 최고 연구기관까지 연결하는 오픈이노베이션으로 기업 수요주도형 연구개발(R&BD)을 하고 신성장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대 신전자산업은 5G 융합, 융복합 소재, 홀로그램 AR VR 분야에서 2030년까지 7대 분야 120개의 강소기업을 발굴·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박 원장은 “지금까지는 대기업 중심, 정부주도 사업으로 구미 경제가 성장했지만 이제는 구미의 중견·강소기업이 협력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자립형 신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구미의 50년 미래가 열린다”고 강조했다. GLCC를 중심으로 펀드도 조성하고 투자를 통해 신사업과 스타트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박 원장은 “2013년 376억달러에서 2018년 259억달러로 120억달러 감소한 구미의 수출이 신전자산업을 통해 회복된다면 구미 전자산업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미=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