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누굴 원망하나"…불안한 독감 백신 접종자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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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뒤로 미루겠다" 불안감 고조
의료계 "백신 부작용에 따른 사망 가능성 희박"
의료계 "백신 부작용에 따른 사망 가능성 희박"

"부모님이 이미 병원에 예방 접종 예약 까지 해놨는데 이번 사고를 보고 미루고 있어요." "정확한 경위가 나오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려 합니다."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은 10대 고교생에 이어 70대 여성까지 잇따라 숨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독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20일 의료계에서는 건강한 사람이 독감 백신 접종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미 '상온 노출'과 '백색 입자' 사태로 논란을 빚은 독감 백신이 다시 한 번 이슈화되면서 올해 백신 예방접종을 취소하겠다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독감 백신 접종 미루겠다" 안전성 불안감 커져

전북 고창에서도 전날(19일) 동네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78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백신은 상온에 노출되거나 백색 입자가 검출된 제품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한 인천 고교생이 접종한 백신과도 다른 제품이라고 전북도 보건당국은 설명했다.
특히 고교생의 경우 평소 알레르기 비염 외 특이 기저질환을 갖고 있지 않은 남성이 독감 백신 접종 직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백신 예방접종을 둘러싼 회의적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독감 예방 접종 예약을 미뤘다는 김모씨(25)는 "원래는 독감 백신을 매년 맞지는 않았는데 이번엔 코로나19 때문에 접종 예약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보고 걱정돼 사고 원인이 정확히 나올 때까지 접종을 뒤로 미룰 생각"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미 예방 접종을 마친 이들도 걱정이 컸다. 4살 아들의 무료 독감 예방 접종을 한 김모씨(32)는 "아이들이 맞는 백신과 중·고생들이 맞는 백신이 차이가 있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그는 "예방 접종을 하는 사람들에게 백신 유통 과정을 자세히 알려줄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의료계 "사망사고와 독감 백신 부작용 가능성은 희박"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길랑바레 증후군은 접종 후 1~3주 정도 지나 다리부터 마비가 오고, 심한 경우 호흡 곤란이 나타나는 데 해당 학생에게는 그러한 증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낙필락시스 반응은 보통 접종 이후 30분 이내 혈압이 떨어지고 호흡 곤란이 오는데 17세 학생이 이틀 뒤에 사망한 것으로 봤을 때는 아낙필락시스 가능성도 낮다"고 부연했다.
정은경 질병청장도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고인이 접종한 제품이) 신성제약에서 유통했던 제품이 맞지만 해당 제품에 대해선 유통 과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상황"이라며 "보통 인플루엔자 백신으로 인한 중증 이상반응은 접종 직후 일어나는데 접종 전후로 특이사항은 없었다. 사망 원인 규묭을 위해 부검을 통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독감 백신 유통 문제부터 이물질 검출까지 논란
올해 독감 백신 관련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질병청은 앞서 국가 조달 백신 물량을 공급하는 신성약품이 백신 배송 과정에서 냉장유통 원칙을 지키지 않아 지난달 21일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 중단을 발표했다.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한국백신사의 독감백신 '코박스플루4가PF주'에서 백색 입자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전문가들은 백신을 제조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항원 단백질이 응집돼 이물질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백신 오염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생각한다. 모든 백신에 문제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으나 이번엔 백신 접종 사망사고까지 잇따라 발생했다.
김기운/김수현/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kkw102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