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part.3] DDS 정복 기업, 헤게모니 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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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RNA 유망기업은 어디...
바이오오케스트라, 레모넥스, 소바젠
바이오오케스트라, 레모넥스, 소바젠
제약업계에서는 siRNA를 표적 장기에 제대로 투여할 수 있는 약물전달시스템(DDS)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도전하는 비상장 기업들의 포부를 소개한다.
RNA 간섭이 학계에 보고된 때는 1998년. 그리고 이 현상을 발견한 두 생물학자는 200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불과 8년 만이다. 노벨상 수상은 보통 발견부터 수상까지 십수 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학계에선 이례적인 일로 평가했다. 그만큼 RNAi가 신약개발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 뜻이다.
빠른 노벨상 수상과 달리 siRNA를 활용한 신약의 등장 속도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네이키드(naked) RNA를 정맥주사로 투여하면 목표 장기에 가기 전에 간으로 대부분 몰려드는 게 문제였고, 혈류를 따라 이동하는 도중 혈액 내 분포한 RNA 분해효소 때문에 수 시간 만에 대부분 파괴됐다. 오랜 진화의 역사 동안 RNA 바이러스와 싸워온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세포 바깥에 서 배회하는 RNA를 가만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파괴될 것을 고려해 RNA를 과량으로 만드는 방법은 효율도 낮을뿐더러 환자에게 지우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컸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에서는 siRNA를 표적 장기에 제대로 투여할 수 있는 약물전달시스템(DDS·Drug Delivery System)을 개발하는 곳이 헤게모니를 쥘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도전하는 비상장사들의 움직임을 모아봤다
◆바이오오케스트라
“저희는 영장류 실험에 진입했습니다. RNA 분자를 뇌세포에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 중엔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죠.”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인 ‘BMD-001’의 영장류 실험이 끝나는 대로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승인계획(IND)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RNAi를 활용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중 첫 번째 주자가 BMD001이다. 류 대표는 “치매 증상을 늦추는 게 아니라 역전(치료)시킬 수 있는 세계 최초 치료제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적응증을 확장하는 개념에서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치료제 ‘BMD-002’와 파킨슨병(PD) 치료제 ‘BMD-003’ 또한 이르면 내년 중 IND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뇌는 siRNA 치료제가 접근하기 특히 어려운 장기로 꼽힌다. 정맥주사로 RNA를 주사하면 대부분 간으로 이동해 파괴되는 데다, 혈뇌장벽(BBB)을 통과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RNA를 뇌에 있는 세포로 전달하기 위해 뇌세포가 좋아하는 ‘미끼’를 붙이는 전략을 이용했다. 류 대표는 “RNA 치료제 역할을 하는 ASO를 폴리에틸렌글리콜(PEG)로 감싸고 여기에 뇌가 선호하는 특정 아미노산을 붙였다”며 “그러자 BBB가 이 아미노산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면서 ASO도 함께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정맥주사로 투여했을 때 약 7%가 뇌에 도달하는 것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 그는 “RNA를 네이키드 RNA 형태로 투여했을 때와 비교해 60배 이상 뇌로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네이키드 RNA란 치료용으로 합성한 RNA를 DDS 등으로 처리하지 않은 RNA를 말한다. 바이오오케스트라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ASO는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의 뇌에서 유독 많이 나타나는 마이크로 RNA(miRNA)를 억제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류 대표는 “의학계에서 베타아밀로이드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냐 결과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우리가 타깃으로 한 miRNA가 뇌에서 늘어나면 베타아밀로이드가 증가했기 때문에 우린 이 miRNA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동물실험에서 이 miRNA를 투여하자 베타아밀로이드가 늘어날 뿐 아니라 뇌신
경의 시냅스 가소성(연결)이 망가지는 등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개발한 ASO를 투여해 miRNA의 발현을 억제했을 때 알츠하이머 증세가 개선되는 것도 확인했다. 류 대표는 “동물실험에서 10mg/kg 이하 용량으로 1주에 4번 정맥주사를 투여했더니 베타아밀로이드가 감소하고 인지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4개월 정도 투여하면 상당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설립한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지난해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의 강점은 뇌까지 RNA 치료제를 전달할 수 있는 DDS 기술이다. 대전 유성구에 DDS 생산시설을 건설할 목적으로 100억 원 규모 브리지 펀딩을 계획하고 있다. IPO는 2022년께 추진할 예정이다.
◆레모넥스
“2013년 설립한 레모넥스는 DDS에 특화된 바이오 기업이다. 디그레이더볼(Degrada Ball)이라는 독자적인 약물전달 플랫폼을 개발했다.”
PEG나 리포솜으로 DDS를 만들던 기존 제약사와 달리 레모넥스는 실리카(규소)로 만든 나노구조물을 이용했다. 원철희 레모넥스 대표는 “실리카는 FDA에서 GRAS (Genarally Recogized As Safe) 등급을 받은 안전한 소재다. 게다가 리포솜처럼 저온 또는 냉동 보관하지 않아도 돼 상온 유통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레모넥스가 설명하는 디그레이더볼의 또 다른 장점은 체내에서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키드 상태로 정맥에 투여하면 수 시간 내로 사라지는 RNA와 달리 5~7일까지 약효가 유지된다. 디그레이더볼이 체내 RNA 분해효소로부터 안에 든 RNA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디그레이더볼은 150~350㎚ 크기의 다공성 구조인데 이 안에 RNA 간섭을 일으키는 치료제를 넣는 식이다.
원 대표는 “디그레이더볼은 정맥주사 대신 피하주사 형태로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으며 설치류와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을 마치고 독성 테스트도 끝낸 상태”라고 말했다.
디그레이더볼이 제약업계에서 DDS로 인정받기 위해선 인체 독성 테스트를 통과하는 일만 남았다. 레모넥스는 디그레이더볼을 활용한 RNA 치료제 ‘LEM-S401’을 개발 중이다. 비대 흉터 치료제로 오는 11월 호주에서 글로벌 임상 1상에 들어간다. 원 대표는 “LEM-S401의 임상에서 디그레이더볼의 인체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EM-S401은 비대 흉터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을 생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RNA를 디그레이더볼에 넣은 치료제다. 원 대표는 “LEM-S401은 흉터가 있는 정상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환자군을 수월하게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코로나19가 여전히 변수이지만 내년 하반기까지 안전성을 비롯해 일부 효력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모넥스는 지금까지 150억 원을 투자받았으며, 기존 투자자인 대교인베스트먼트의 주도 하에 시리즈C 투자를 진행 중이다. 내년 하반기 중 코스닥 상장이 목표다. ◆소바젠
“난치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선 소바젠은 RNA 업계에서 다크호스로 꼽힌다. 후천적 뇌 기형으로 생기는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의 전임상에 착수했다.”
지난 7월 ‘제3회 과학혁신가상’에서 ‘2020 신진과학자상’을 받은 이정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가 이 회사의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뇌 표본(약 3000개)을 보유한 연구자로도 알려졌다.
소바젠은 난치성 뇌전증 중 국소피질이형성증을 대상으로 한 siRNA 치료제‘SDF02’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는 약 6000명의 환자가 있다. 태아 발달 중 후천적인 이유로 뇌에 기형이 생기는 것이 이 병의 원인인데 지금까지는 치료제가 없어 환자 대부분에게 발달 장애가 왔다.
먼저 이 교수팀은 mTOR 유전자의 과발현이 이 병의 원인임을 밝혀냈다. 하지만 곧장 mTOR 유전자의 발현을 막을 수는 없었다. 면역력 등 다양한 곳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이기 때문에 이 유전자의 발현을 통째로 막는다면 다양한 부작용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대신 이 교수팀은 mTOR가 만드는 elF4E 단백질을 표적으로 했다. 이 단백질을 만드는 RNA를 억제하는 ASO를 투여해 병을 치료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병태 소바젠 대표는 “뇌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DDS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는데 척수로 주사하면 BBB를 통과할 수 있다”며 “다른 제약사 또한 뇌에 약물을 전달할 때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SDF02는 올 하반기부터 전임상 시험에 진입했다.
소바젠은 국소피질이형성증 치료를 위한 SDF02 외에도 다양한 RNA 치료제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RNA 치료제 SCP05는 소아뇌종양 치료제로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 있다. 소바젠은 소아 뇌종양 모델 마우스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후보물질을 안정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이 교수는 “소아뇌종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타깃으로 한 RNA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며 “후보물질 발굴 단계를 마치는 대로 전임상을 시작하기 위해 연구인력을 충원 중”이라고 말했다.
소바젠은 2018년 설립하자마자 100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유치에 이어 350억 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김 대표는 “RNA 치료제의 경우 전임상 단계라 해도 매우 높은 가격에 라이선스 아웃되기도 하는 것이 이 시장의 특징”이라며 “바이오젠은 아이오니스의 전임상 단계인 뇌질환치료제 후보물질 ‘ION-859’를 10억 달러에 기술도입했다”고 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0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
RNA 간섭이 학계에 보고된 때는 1998년. 그리고 이 현상을 발견한 두 생물학자는 200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불과 8년 만이다. 노벨상 수상은 보통 발견부터 수상까지 십수 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학계에선 이례적인 일로 평가했다. 그만큼 RNAi가 신약개발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 뜻이다.
빠른 노벨상 수상과 달리 siRNA를 활용한 신약의 등장 속도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네이키드(naked) RNA를 정맥주사로 투여하면 목표 장기에 가기 전에 간으로 대부분 몰려드는 게 문제였고, 혈류를 따라 이동하는 도중 혈액 내 분포한 RNA 분해효소 때문에 수 시간 만에 대부분 파괴됐다. 오랜 진화의 역사 동안 RNA 바이러스와 싸워온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세포 바깥에 서 배회하는 RNA를 가만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파괴될 것을 고려해 RNA를 과량으로 만드는 방법은 효율도 낮을뿐더러 환자에게 지우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컸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에서는 siRNA를 표적 장기에 제대로 투여할 수 있는 약물전달시스템(DDS·Drug Delivery System)을 개발하는 곳이 헤게모니를 쥘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도전하는 비상장사들의 움직임을 모아봤다
◆바이오오케스트라
“저희는 영장류 실험에 진입했습니다. RNA 분자를 뇌세포에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 중엔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죠.”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인 ‘BMD-001’의 영장류 실험이 끝나는 대로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승인계획(IND)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RNAi를 활용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중 첫 번째 주자가 BMD001이다. 류 대표는 “치매 증상을 늦추는 게 아니라 역전(치료)시킬 수 있는 세계 최초 치료제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적응증을 확장하는 개념에서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치료제 ‘BMD-002’와 파킨슨병(PD) 치료제 ‘BMD-003’ 또한 이르면 내년 중 IND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뇌는 siRNA 치료제가 접근하기 특히 어려운 장기로 꼽힌다. 정맥주사로 RNA를 주사하면 대부분 간으로 이동해 파괴되는 데다, 혈뇌장벽(BBB)을 통과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RNA를 뇌에 있는 세포로 전달하기 위해 뇌세포가 좋아하는 ‘미끼’를 붙이는 전략을 이용했다. 류 대표는 “RNA 치료제 역할을 하는 ASO를 폴리에틸렌글리콜(PEG)로 감싸고 여기에 뇌가 선호하는 특정 아미노산을 붙였다”며 “그러자 BBB가 이 아미노산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면서 ASO도 함께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정맥주사로 투여했을 때 약 7%가 뇌에 도달하는 것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 그는 “RNA를 네이키드 RNA 형태로 투여했을 때와 비교해 60배 이상 뇌로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네이키드 RNA란 치료용으로 합성한 RNA를 DDS 등으로 처리하지 않은 RNA를 말한다. 바이오오케스트라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ASO는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의 뇌에서 유독 많이 나타나는 마이크로 RNA(miRNA)를 억제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류 대표는 “의학계에서 베타아밀로이드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냐 결과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우리가 타깃으로 한 miRNA가 뇌에서 늘어나면 베타아밀로이드가 증가했기 때문에 우린 이 miRNA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동물실험에서 이 miRNA를 투여하자 베타아밀로이드가 늘어날 뿐 아니라 뇌신
경의 시냅스 가소성(연결)이 망가지는 등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개발한 ASO를 투여해 miRNA의 발현을 억제했을 때 알츠하이머 증세가 개선되는 것도 확인했다. 류 대표는 “동물실험에서 10mg/kg 이하 용량으로 1주에 4번 정맥주사를 투여했더니 베타아밀로이드가 감소하고 인지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4개월 정도 투여하면 상당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설립한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지난해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의 강점은 뇌까지 RNA 치료제를 전달할 수 있는 DDS 기술이다. 대전 유성구에 DDS 생산시설을 건설할 목적으로 100억 원 규모 브리지 펀딩을 계획하고 있다. IPO는 2022년께 추진할 예정이다.
◆레모넥스
“2013년 설립한 레모넥스는 DDS에 특화된 바이오 기업이다. 디그레이더볼(Degrada Ball)이라는 독자적인 약물전달 플랫폼을 개발했다.”
PEG나 리포솜으로 DDS를 만들던 기존 제약사와 달리 레모넥스는 실리카(규소)로 만든 나노구조물을 이용했다. 원철희 레모넥스 대표는 “실리카는 FDA에서 GRAS (Genarally Recogized As Safe) 등급을 받은 안전한 소재다. 게다가 리포솜처럼 저온 또는 냉동 보관하지 않아도 돼 상온 유통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레모넥스가 설명하는 디그레이더볼의 또 다른 장점은 체내에서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키드 상태로 정맥에 투여하면 수 시간 내로 사라지는 RNA와 달리 5~7일까지 약효가 유지된다. 디그레이더볼이 체내 RNA 분해효소로부터 안에 든 RNA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디그레이더볼은 150~350㎚ 크기의 다공성 구조인데 이 안에 RNA 간섭을 일으키는 치료제를 넣는 식이다.
원 대표는 “디그레이더볼은 정맥주사 대신 피하주사 형태로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으며 설치류와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을 마치고 독성 테스트도 끝낸 상태”라고 말했다.
디그레이더볼이 제약업계에서 DDS로 인정받기 위해선 인체 독성 테스트를 통과하는 일만 남았다. 레모넥스는 디그레이더볼을 활용한 RNA 치료제 ‘LEM-S401’을 개발 중이다. 비대 흉터 치료제로 오는 11월 호주에서 글로벌 임상 1상에 들어간다. 원 대표는 “LEM-S401의 임상에서 디그레이더볼의 인체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EM-S401은 비대 흉터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을 생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RNA를 디그레이더볼에 넣은 치료제다. 원 대표는 “LEM-S401은 흉터가 있는 정상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환자군을 수월하게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코로나19가 여전히 변수이지만 내년 하반기까지 안전성을 비롯해 일부 효력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모넥스는 지금까지 150억 원을 투자받았으며, 기존 투자자인 대교인베스트먼트의 주도 하에 시리즈C 투자를 진행 중이다. 내년 하반기 중 코스닥 상장이 목표다. ◆소바젠
“난치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선 소바젠은 RNA 업계에서 다크호스로 꼽힌다. 후천적 뇌 기형으로 생기는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의 전임상에 착수했다.”
지난 7월 ‘제3회 과학혁신가상’에서 ‘2020 신진과학자상’을 받은 이정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가 이 회사의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뇌 표본(약 3000개)을 보유한 연구자로도 알려졌다.
소바젠은 난치성 뇌전증 중 국소피질이형성증을 대상으로 한 siRNA 치료제‘SDF02’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는 약 6000명의 환자가 있다. 태아 발달 중 후천적인 이유로 뇌에 기형이 생기는 것이 이 병의 원인인데 지금까지는 치료제가 없어 환자 대부분에게 발달 장애가 왔다.
먼저 이 교수팀은 mTOR 유전자의 과발현이 이 병의 원인임을 밝혀냈다. 하지만 곧장 mTOR 유전자의 발현을 막을 수는 없었다. 면역력 등 다양한 곳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이기 때문에 이 유전자의 발현을 통째로 막는다면 다양한 부작용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대신 이 교수팀은 mTOR가 만드는 elF4E 단백질을 표적으로 했다. 이 단백질을 만드는 RNA를 억제하는 ASO를 투여해 병을 치료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병태 소바젠 대표는 “뇌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DDS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는데 척수로 주사하면 BBB를 통과할 수 있다”며 “다른 제약사 또한 뇌에 약물을 전달할 때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SDF02는 올 하반기부터 전임상 시험에 진입했다.
소바젠은 국소피질이형성증 치료를 위한 SDF02 외에도 다양한 RNA 치료제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RNA 치료제 SCP05는 소아뇌종양 치료제로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 있다. 소바젠은 소아 뇌종양 모델 마우스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후보물질을 안정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이 교수는 “소아뇌종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타깃으로 한 RNA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며 “후보물질 발굴 단계를 마치는 대로 전임상을 시작하기 위해 연구인력을 충원 중”이라고 말했다.
소바젠은 2018년 설립하자마자 100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유치에 이어 350억 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김 대표는 “RNA 치료제의 경우 전임상 단계라 해도 매우 높은 가격에 라이선스 아웃되기도 하는 것이 이 시장의 특징”이라며 “바이오젠은 아이오니스의 전임상 단계인 뇌질환치료제 후보물질 ‘ION-859’를 10억 달러에 기술도입했다”고 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0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