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평가와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폐쇄 결정을 되돌리진 못했다. ‘뚝심’의 최 원장조차 여당 성향 감사위원들의 저항에 부딪혀 타협안을 내놨다는 관측이 나온다.

감사원은 20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 대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즉시 가동 중단 결정에 대해서는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 한계가 있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관료 세계에서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책결정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으면 정책결정이 잘못된 것 아닌가”라며 “정권과 관련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안팎에서는 여당 성향 감사위원의 압박에 최 원장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했다. 감사원의 최고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장을 포함해 7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된다. 현재는 지난 4월 공석이 된 한 자리가 비어 있어 6명의 감사위원이 활동한다. 5명의 감사위원은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등 여권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그간 월성 1호기 관련 감사가 길어지며 최 원장과 감사위원 사이의 갈등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여권에서는 최 원장이 ‘답을 정해놓고 감사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 원장 흔들기도 계속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41%)을 언급하며 “탈원전 정책에 국민들이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최 원장의 발언에 대해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선에 불복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최 원장의 가족이 원전업계에 있고, 탈원전에 비판적인 언론 매체에서 일하는 것을 거론하며 “스스로 제척했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감사위원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이것을 정치적 성향의 프레임으로 단정짓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감사 결과로 이 같은 관측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 성향 감사위원이 장악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제성 평가 문제를 지적하는 대신 탈원전 정책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절충안이 나온 것이란 해석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 정도 결론이라면 지난 2월 법적 시한 시점에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며 “최 원장이 감사 결과 도출에 신경 쓰다 보니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는 감사원장을 포함한 감사위원 모두가 동의하고 합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