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슬람교] ②"무슬림은 테러리스트" vs "평화 추구하는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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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공세적 포교·성차별' 등 무슬림 향한 부정적 인식 많아
무슬림 "테러리스트는 무슬림으로 인정 안 해…여성차별도 오해 커"
"진정한 인정 받으려면 시대 변화 발맞춘 자기개혁 요구돼"
탐사보도팀 = "선생님, 저는 아버지가 아랍인이고 어머니는 한국인인데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 모두 이슬람은 나쁜 테러 집단이라고 했어요.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보니 이슬람은 그런 미개한 종교가 아니었네요.
아버지의 종교를 제대로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인천평화성원에서 활동하는 박동신 이맘(이슬람교 교단의 지도자)은 최근 자신을 한국에 사는 다문화가정 학생이라고 밝힌 유튜브 시청자에게서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박 이맘은 이슬람교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자 수년 전 국내 최초로 이슬람 전문 유튜브를 개설하고 활동해왔다.
한국의 "이슬람교" / 연합뉴스 (Yonhapnews)
박 이맘은 "한국 사회는 무슬림에 대한 오해가 깊어 아버지나 어머니가 무슬림인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고 테러리스트인가보다'하는 생각들로 힘들어하다가 유튜브에서 제 강의를 듣고 연락을 주는 학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무슬림은 한국인 무슬림 6만 명을 포함해 2018년 기준 약 26만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슬림 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하지만 한국 사회는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어 이슬람교를 무조건 배척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 이슬람교에는 테러범이 많다?…무슬림 "이슬람은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
"우리나라에 불법 체류한 무슬림들은 더럽고 냄새나고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경찰 알기를 우습게 압니다.
그들의 종교가 우리나라에서 인정받는 것은 기분 나쁩니다.
"
"언니가 외국인 이슬람 신자인 남자친구와 곧 결혼한다는데 무서워요.
뉴스를 보면 테러를 일으키는 이슬람 무장집단도 있다고 해서 불안한데 괜찮을까요?"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이다.
여기에는 무슬림을 비판하는 내용의 답글이 줄줄이 달렸다.
특히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나 범죄자와 동일시하는 내용의 글이 많았다.
최영길 명지대 명예교수는 "무슬림에 대한 테러범 이미지는 이슬람국가(IS)나 탈레반 등 급진주의 단체들이 테러를 저지르고 난 뒤 자신들이 무슬림이라고 주장하면서 생겼다"며 "한국인에게는 김선일 씨 사건과 샘물교회 사건이 이슬람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데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김선일 씨 사건은 2004년 이라크에서 미군에 각종 물품을 제공하는 한국 군납업체인 가나무역 직원이었던 김씨가 이라크의 무장단체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에 납치돼 피살된 사건이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 선교 활동을 하러 갔던 샘물교회 봉사단은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됐다가 2명이 사망하고 21명은 40여일 만에 풀려났다.
최 교수는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살인을 허용하지만, 살인자는 천국에 갈 수 없다는 것이 코란의 가르침"이라며 "이슬람교는 교리상으로는 절대 살인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란에는 '쇠붙이로 형제를 가리키는 형제가 있다면 그가 그 쇠붙이를 놓을 때까지 천사들이 그를 저주할 것이다', '어떤 사람이 부정하게 살해되는 현장에 있으면서 살인을 막지 못한 자에게도 하나님의 저주가 있을 것이다', '딤미(비무슬림)를 살해한 자는 천국의 향수를 맡지 못할 것이다' 등 살인을 강력하게 금지하는 구절이 나온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이슬람권 내에서 극소수인 테러리스트를 전체 무슬림의 이미지로 보편화하는 오류에 빠져있다"며 "반인륜적 테러 집단과 건강한 이슬람 공동체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무슬림 사이에서도 테러리스트를 무슬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무슬림인 회사원 문 모(41) 씨는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슬람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자기들만의 명분으로 잔혹한 테러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무슬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교는 짐승을 도살할 때도 이슬람식으로 고통 없이 죽이는데 심지어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테러는 이슬람교의 정신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슬람 무장세력이 테러를 벌이는 것은 코란을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한국인 무슬림은 "전쟁이라는 역사적 상황에서 쓰인 코란 구절을 현시점에 있는 그대로 적용하면서 문제가 된 것"이라며 "조직 지도층이 코란을 잘 알지 못하는 조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선동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 한국에서 공세적 포교 활동 펼친다?…무슬림 "자발적 입교가 주류"
무슬림들이 한국에서 공세적으로 포교 활동을 펼치며 세력을 확장하려고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온라인에는 '이슬람의 한국 점령 전략', '이슬람 한국 점령 계획' 등의 제목으로 무슬림들이 취업을 가장해 이슬람을 전파할 목적으로 입국하고, 한국의 대학을 점령할 목적으로 많은 학생을 보낸다는 주장 등이 떠돈다.
"'코란에 이슬람을 믿지 않는 사람은 죽여도 좋다'고 나와 있기 때문에 이슬람의 한국 점령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에는 무슬림이 선교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슬람교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가 이런 인식을 만들어냈는데, 한국에 있는 무슬림들은 선교는커녕 자신의 신앙을 지키는 데 급급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슬람교에서 추구하는 선교는 어떤 모습일까.
경기도 김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반도현(57) 이맘은 "천주교, 불교 등 대부분의 종교가 한국에 들어올 때 순교자가 발생했지만, 이슬람교는 별다른 박해 없이 자연스럽게 들어왔다"며 "지금까지도 이슬람교는 별도의 선교 시스템 없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초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슬림들은 공세적인 선교 활동을 펼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코란(이슬람교 경전)에 무슬림은 모범적인 생활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는 방식으로 전도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반씨는 "이슬람교의 전도는 하나님과 이슬람교에 대해 설명하는 게 아니라 모범적인 생활을 통해 사람들이 '저 사람은 어떻게 올바른 생활을 할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갖게 하고, 이를 통해 이슬람교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도록 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반씨도 이런 계기로 18년 전 무슬림이 됐다고 한다.
김포에서 컴퓨터 학원을 운영하던 반씨는 외국인 반을 따로 개설했는데, 원생 중 무슬림이 1명 있었다고 한다.
기독교인이었던 반씨는 이 원생의 선한 인성에 이끌려 친하게 지내다가 수개월이 지나서야 그가 무슬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무슬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반씨는 단순히 임금이 체불된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과정에서 무슬림들과 소통했지만, 점차 이들의 문화에 매료됐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다가 무슬림 친구에게 '솔직히 나는 이슬람교에 대해 잘 모른다'고 털어놓으니 '우리는 당신이 무슬림이 되면 좋지만, 누구도 강요해선 안 된다.
옳다고 생각하는 종교를 택하라'고 했습니다.
몇 개월 더 고민하다가 무슬림이 되기로 결심했어요.
"
반씨가 소속된 사원에 다니는 무슬림들은 회의를 열어 투표를 통해 반씨를 이맘으로 추대했다.
이맘은 이슬람교에 대한 지식이 많고 존경을 받는 연장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이맘은 예배를 이끄는 역할을 할 뿐 따로 월급을 받지는 않는다.
반씨도 지역 경로당 관리자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 여성 차별이 심하다?…무슬림 "남성과 여성의 차이 인정할 뿐"
이슬람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한 종교라는 인식이 있다.
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와 목 등을 가리기 위해서 쓰는 두건인 '히잡'은 여성을 억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무슬림들은 이에 대한 오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인 여성 무슬림 최 모 씨는 무슬림 여성으로 사는 삶에 만족한다고 했다.
최씨는 "이슬람교에서 말하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차별이 아닌 '구분'"이라며 "여성의 상반신을 히잡으로 가리게 함으로써 외모로 여성을 판단하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한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란이 말하는 것은 '남녀유별'"이라며 "남성은 여성보다 힘이 센 만큼 바깥일을 하거나 가족을 보호하는 역할이 강조되고, 여성은 아이들을 돌보는 등 부드럽고 섬세한 역할이 강조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무슬림 대학원생 배 모(27) 씨는 "코란이나 하디스(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에 나오는 올바른 남녀의 모습에서는 남성에게도 비슷한 제약을 두고 있다"며 "예를 들어 남자는 금을 착용하면 안 되고 어깨에서 무릎까지 가리도록 한다"고 말했다.
남자와 여자가 가리는 부위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이어 "코란은 남성과 여성은 다른 성향이 있기 때문에 각자 이러한 역할을 맡으면 좋겠다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이는 남존여비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슬람교는 남성에게 4명의 아내를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성 평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코란에는 '전쟁고아들을 공정하게 대해 줄 자신이 없거든 둘, 셋, 넷까지 아내를 구하라. 그러나 아내를 공정하게 대해 줄 자신이 없거든 한 아내로서 족하리라'는 구절이 있다.
이슬람교가 일부다처제를 도입한 것은 초기 이슬람 사회에 있었던 잦은 전쟁으로 남성이 부족해지자 공동체 유지를 위해 전쟁미망인을 맞아들이라는 코란 구절이 생기면서부터라고 한다.
한국인 무슬림 조 모 씨는 "아내를 4명까지 둘 수 있는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며 "모든 아내에게 동일한 평수의 집과 똑같은 차량을 지급해야 하는 등 공평하게 재산을 나눠야 하므로 매우 부유한 일부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는 '모든 아내에게 공정할 수 없다면 많은 아내를 두지 말라'는 의미가 더 크다"며 "외국인 무슬림을 만나봐도 여러 명의 아내를 둔 경우는 1%가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무슬림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시대 흐름에 맞춰 발전 모색해야"
취재에 응한 무슬림들은 이슬람교의 폭력성과 공세적 포교 활동, 여성 차별 등을 부정하는 입장이었다.
코란의 가르침과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부 이슬람 국가에 심각한 여성 차별이 존재하고, 무슬림에 의한 테러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물론 이슬람교가 국가마다 다양한 모습을 띠기 때문에 획일적 문화로 볼 수는 없다.
여성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범위에도 큰 차이가 난다.
튀니지나 터키, 모로코 같은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들은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는 등 자유로운 활동을 한다.
해변에서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고 자유롭게 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이나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이슬람 원리주의가 지배하는 곳은 여성이 남자 보호자를 대동하지 않고서는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은 지난달에야 처음으로 여성이 이용할 수 있는 헬스장이 생겨 화제가 됐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의 스포츠 경기장 입장과 운전이 2018년 이후에야 허용됐다.
이란도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해부터 여성에게 스포츠 관전을 허용했다.
이란에서는 여성이 승용차는 운전할 수 있지만, 오토바이는 몰 수 없다.
무슬림들은 종교 규율상 살인을 절대적으로 금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슬람교 이름을 내세우고 테러를 벌이는 집단이 존재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2015년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는 이슬람교 창시자를 풍자하는 만평을 실었다가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에 의한 총기 테러를 당해 기자와 만평가 등 12명이 숨졌다.
지난 17일에는 프랑스 이블린주 콩플랑 생토노린 학교 인근 거리에서 중학교 역사 교사가 참수된 채 발견됐다.
이 교사는 이달 초 학생들과 언론의 자유에 관해 수업하면서 이슬람교 창시자를 풍자한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보여줬다.
교사를 살해한 사람은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체첸 출신의 18세 청년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참혹한 사건들은 무슬림 스스로 말하는 '평화의 종교' 이미지를 깎아내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폭력과 성차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슬람교가 진정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자기 개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반도현 이맘은 "이슬람의 이름으로 테러 등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슬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결국 무슬림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무슬림이 올바르게 생활하지 않아 다른 종교에서 공격을 받는 것인데, 무슬림들은 핍박받는다고 생각하고 대응하니 오해와 다툼만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슬람 공동체 자체를 범죄 집단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지만, 반인륜적 행태에 대해서는 엄정한 비판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57개 이슬람 국가 중 대부분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 발전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무슬림 "테러리스트는 무슬림으로 인정 안 해…여성차별도 오해 커"
"진정한 인정 받으려면 시대 변화 발맞춘 자기개혁 요구돼"
탐사보도팀 = "선생님, 저는 아버지가 아랍인이고 어머니는 한국인인데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 모두 이슬람은 나쁜 테러 집단이라고 했어요.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보니 이슬람은 그런 미개한 종교가 아니었네요.
아버지의 종교를 제대로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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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평화성원에서 활동하는 박동신 이맘(이슬람교 교단의 지도자)은 최근 자신을 한국에 사는 다문화가정 학생이라고 밝힌 유튜브 시청자에게서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박 이맘은 이슬람교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자 수년 전 국내 최초로 이슬람 전문 유튜브를 개설하고 활동해왔다.
박 이맘은 "한국 사회는 무슬림에 대한 오해가 깊어 아버지나 어머니가 무슬림인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고 테러리스트인가보다'하는 생각들로 힘들어하다가 유튜브에서 제 강의를 듣고 연락을 주는 학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무슬림은 한국인 무슬림 6만 명을 포함해 2018년 기준 약 26만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슬림 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하지만 한국 사회는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어 이슬람교를 무조건 배척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 이슬람교에는 테러범이 많다?…무슬림 "이슬람은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
"우리나라에 불법 체류한 무슬림들은 더럽고 냄새나고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경찰 알기를 우습게 압니다.
그들의 종교가 우리나라에서 인정받는 것은 기분 나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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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외국인 이슬람 신자인 남자친구와 곧 결혼한다는데 무서워요.
뉴스를 보면 테러를 일으키는 이슬람 무장집단도 있다고 해서 불안한데 괜찮을까요?"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이다.
여기에는 무슬림을 비판하는 내용의 답글이 줄줄이 달렸다.
특히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나 범죄자와 동일시하는 내용의 글이 많았다.
최영길 명지대 명예교수는 "무슬림에 대한 테러범 이미지는 이슬람국가(IS)나 탈레반 등 급진주의 단체들이 테러를 저지르고 난 뒤 자신들이 무슬림이라고 주장하면서 생겼다"며 "한국인에게는 김선일 씨 사건과 샘물교회 사건이 이슬람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데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김선일 씨 사건은 2004년 이라크에서 미군에 각종 물품을 제공하는 한국 군납업체인 가나무역 직원이었던 김씨가 이라크의 무장단체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에 납치돼 피살된 사건이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 선교 활동을 하러 갔던 샘물교회 봉사단은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됐다가 2명이 사망하고 21명은 40여일 만에 풀려났다.
최 교수는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살인을 허용하지만, 살인자는 천국에 갈 수 없다는 것이 코란의 가르침"이라며 "이슬람교는 교리상으로는 절대 살인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란에는 '쇠붙이로 형제를 가리키는 형제가 있다면 그가 그 쇠붙이를 놓을 때까지 천사들이 그를 저주할 것이다', '어떤 사람이 부정하게 살해되는 현장에 있으면서 살인을 막지 못한 자에게도 하나님의 저주가 있을 것이다', '딤미(비무슬림)를 살해한 자는 천국의 향수를 맡지 못할 것이다' 등 살인을 강력하게 금지하는 구절이 나온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이슬람권 내에서 극소수인 테러리스트를 전체 무슬림의 이미지로 보편화하는 오류에 빠져있다"며 "반인륜적 테러 집단과 건강한 이슬람 공동체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무슬림 사이에서도 테러리스트를 무슬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무슬림인 회사원 문 모(41) 씨는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슬람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자기들만의 명분으로 잔혹한 테러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무슬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교는 짐승을 도살할 때도 이슬람식으로 고통 없이 죽이는데 심지어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테러는 이슬람교의 정신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슬람 무장세력이 테러를 벌이는 것은 코란을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한국인 무슬림은 "전쟁이라는 역사적 상황에서 쓰인 코란 구절을 현시점에 있는 그대로 적용하면서 문제가 된 것"이라며 "조직 지도층이 코란을 잘 알지 못하는 조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선동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 한국에서 공세적 포교 활동 펼친다?…무슬림 "자발적 입교가 주류"
무슬림들이 한국에서 공세적으로 포교 활동을 펼치며 세력을 확장하려고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온라인에는 '이슬람의 한국 점령 전략', '이슬람 한국 점령 계획' 등의 제목으로 무슬림들이 취업을 가장해 이슬람을 전파할 목적으로 입국하고, 한국의 대학을 점령할 목적으로 많은 학생을 보낸다는 주장 등이 떠돈다.
"'코란에 이슬람을 믿지 않는 사람은 죽여도 좋다'고 나와 있기 때문에 이슬람의 한국 점령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에는 무슬림이 선교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슬람교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가 이런 인식을 만들어냈는데, 한국에 있는 무슬림들은 선교는커녕 자신의 신앙을 지키는 데 급급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슬람교에서 추구하는 선교는 어떤 모습일까.
경기도 김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반도현(57) 이맘은 "천주교, 불교 등 대부분의 종교가 한국에 들어올 때 순교자가 발생했지만, 이슬람교는 별다른 박해 없이 자연스럽게 들어왔다"며 "지금까지도 이슬람교는 별도의 선교 시스템 없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초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슬림들은 공세적인 선교 활동을 펼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코란(이슬람교 경전)에 무슬림은 모범적인 생활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는 방식으로 전도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반씨는 "이슬람교의 전도는 하나님과 이슬람교에 대해 설명하는 게 아니라 모범적인 생활을 통해 사람들이 '저 사람은 어떻게 올바른 생활을 할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갖게 하고, 이를 통해 이슬람교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도록 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반씨도 이런 계기로 18년 전 무슬림이 됐다고 한다.
김포에서 컴퓨터 학원을 운영하던 반씨는 외국인 반을 따로 개설했는데, 원생 중 무슬림이 1명 있었다고 한다.
기독교인이었던 반씨는 이 원생의 선한 인성에 이끌려 친하게 지내다가 수개월이 지나서야 그가 무슬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무슬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반씨는 단순히 임금이 체불된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과정에서 무슬림들과 소통했지만, 점차 이들의 문화에 매료됐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다가 무슬림 친구에게 '솔직히 나는 이슬람교에 대해 잘 모른다'고 털어놓으니 '우리는 당신이 무슬림이 되면 좋지만, 누구도 강요해선 안 된다.
옳다고 생각하는 종교를 택하라'고 했습니다.
몇 개월 더 고민하다가 무슬림이 되기로 결심했어요.
"
반씨가 소속된 사원에 다니는 무슬림들은 회의를 열어 투표를 통해 반씨를 이맘으로 추대했다.
이맘은 이슬람교에 대한 지식이 많고 존경을 받는 연장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이맘은 예배를 이끄는 역할을 할 뿐 따로 월급을 받지는 않는다.
반씨도 지역 경로당 관리자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 여성 차별이 심하다?…무슬림 "남성과 여성의 차이 인정할 뿐"
이슬람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한 종교라는 인식이 있다.
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와 목 등을 가리기 위해서 쓰는 두건인 '히잡'은 여성을 억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무슬림들은 이에 대한 오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인 여성 무슬림 최 모 씨는 무슬림 여성으로 사는 삶에 만족한다고 했다.
최씨는 "이슬람교에서 말하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차별이 아닌 '구분'"이라며 "여성의 상반신을 히잡으로 가리게 함으로써 외모로 여성을 판단하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한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란이 말하는 것은 '남녀유별'"이라며 "남성은 여성보다 힘이 센 만큼 바깥일을 하거나 가족을 보호하는 역할이 강조되고, 여성은 아이들을 돌보는 등 부드럽고 섬세한 역할이 강조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무슬림 대학원생 배 모(27) 씨는 "코란이나 하디스(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에 나오는 올바른 남녀의 모습에서는 남성에게도 비슷한 제약을 두고 있다"며 "예를 들어 남자는 금을 착용하면 안 되고 어깨에서 무릎까지 가리도록 한다"고 말했다.
남자와 여자가 가리는 부위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이어 "코란은 남성과 여성은 다른 성향이 있기 때문에 각자 이러한 역할을 맡으면 좋겠다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이는 남존여비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슬람교는 남성에게 4명의 아내를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성 평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코란에는 '전쟁고아들을 공정하게 대해 줄 자신이 없거든 둘, 셋, 넷까지 아내를 구하라. 그러나 아내를 공정하게 대해 줄 자신이 없거든 한 아내로서 족하리라'는 구절이 있다.
이슬람교가 일부다처제를 도입한 것은 초기 이슬람 사회에 있었던 잦은 전쟁으로 남성이 부족해지자 공동체 유지를 위해 전쟁미망인을 맞아들이라는 코란 구절이 생기면서부터라고 한다.
한국인 무슬림 조 모 씨는 "아내를 4명까지 둘 수 있는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며 "모든 아내에게 동일한 평수의 집과 똑같은 차량을 지급해야 하는 등 공평하게 재산을 나눠야 하므로 매우 부유한 일부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는 '모든 아내에게 공정할 수 없다면 많은 아내를 두지 말라'는 의미가 더 크다"며 "외국인 무슬림을 만나봐도 여러 명의 아내를 둔 경우는 1%가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무슬림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시대 흐름에 맞춰 발전 모색해야"
취재에 응한 무슬림들은 이슬람교의 폭력성과 공세적 포교 활동, 여성 차별 등을 부정하는 입장이었다.
코란의 가르침과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부 이슬람 국가에 심각한 여성 차별이 존재하고, 무슬림에 의한 테러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물론 이슬람교가 국가마다 다양한 모습을 띠기 때문에 획일적 문화로 볼 수는 없다.
여성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범위에도 큰 차이가 난다.
튀니지나 터키, 모로코 같은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들은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는 등 자유로운 활동을 한다.
해변에서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고 자유롭게 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이나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이슬람 원리주의가 지배하는 곳은 여성이 남자 보호자를 대동하지 않고서는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은 지난달에야 처음으로 여성이 이용할 수 있는 헬스장이 생겨 화제가 됐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의 스포츠 경기장 입장과 운전이 2018년 이후에야 허용됐다.
이란도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해부터 여성에게 스포츠 관전을 허용했다.
이란에서는 여성이 승용차는 운전할 수 있지만, 오토바이는 몰 수 없다.
무슬림들은 종교 규율상 살인을 절대적으로 금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슬람교 이름을 내세우고 테러를 벌이는 집단이 존재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2015년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는 이슬람교 창시자를 풍자하는 만평을 실었다가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에 의한 총기 테러를 당해 기자와 만평가 등 12명이 숨졌다.
지난 17일에는 프랑스 이블린주 콩플랑 생토노린 학교 인근 거리에서 중학교 역사 교사가 참수된 채 발견됐다.
이 교사는 이달 초 학생들과 언론의 자유에 관해 수업하면서 이슬람교 창시자를 풍자한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보여줬다.
교사를 살해한 사람은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체첸 출신의 18세 청년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참혹한 사건들은 무슬림 스스로 말하는 '평화의 종교' 이미지를 깎아내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폭력과 성차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슬람교가 진정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자기 개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반도현 이맘은 "이슬람의 이름으로 테러 등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슬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결국 무슬림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무슬림이 올바르게 생활하지 않아 다른 종교에서 공격을 받는 것인데, 무슬림들은 핍박받는다고 생각하고 대응하니 오해와 다툼만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슬람 공동체 자체를 범죄 집단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지만, 반인륜적 행태에 대해서는 엄정한 비판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57개 이슬람 국가 중 대부분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 발전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