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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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 들어 9조원 이상의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을 이뤄냈다. 10개월 만에 2019년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쾌거를 이뤘다는 평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전날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을 미국 바이오기업 오릭파마슈티컬스에 7000억원대 규모로 기술 이전했다. 선 계약금은 1300만달러(약 148억원)다.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등을 포함한 총 계약금은 6억2100만달러(약 7087억원)다. 상업화에 성공하면 판매액의 10%가량을 경상기술료(로열티)로 받는 조건도 포함됐다.

이 계약으로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기술수출 건수는 10건, 총 규모는 9조1390억원이 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9년에는 14건의 기술수출이 성사됐고, 총 규모는 8조5022억원이었다.
자료 출처=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보로노이
자료 출처=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보로노이
알테오젠이 4조원대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알테오젠은 지난 6월 글로벌 제약사에 최대 4조7000억원 상당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에 대한 비독점적 기술수출 계약이다. 계약 규모는 최대 38억6500만 달러(약 4조6770억원)다. 계약금 1600만 달러(약 194억원)와 마일스톤을 포함한다. 계약 상대방은 공개되지 않았다.

ALT-B4는 정맥주사 의약품을 피하주사로 바꾸는 기술이다. 알테오젠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정맥주사를 피부 아래 투여하는 피하주사로 바꿀 수 있다. 전임상을 완료한 상태다. 이 기술은 지난해 11월에도 1조6000억원대 규모로 기술수출됐다. 알테오젠은 이 기술의 제조방법에 대한 권리 특허도 출원한 상태다.

한미약품은 지난 8월 미국 제약사 MSD에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신약후보물질 ‘LAPS 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HM12525A)’를 수출했다. 이 후보물질은 얀센에 기술 수출했다가 반환된 물질이다.

HM12525A에는 한미약품의 약효 지속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됐다. 원래 비만과 당뇨를 동시에 치료하는 치료제로 개발돼 왔다. 2015년 얀센에 1조원에 수출됐지만 당뇨 부문 치료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지난해 반환됐다. MSD는 이 후보물질을 NASH 등 만성 대사성 질환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최대 8억7000만 달러(약 1조273억원)다. 계약금으로 1000만 달러, 마일스톤으로 최대 8억6000만 달러를 받는다.

같은 달 유한양행도 미국 프로세사 파마수티컬에 기능성 위장관 질환 신약후보물질 ‘YH12852’를 기술이전했다. 최대 4억1050만 달러(약 5000억원) 규모다. 유한양행은 계약금 200만 달러(약 24억원)를 프로세사 주식으로 수령한다. 마일스톤을 포함해 제품 상용화 후에는 순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로열티를 받는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성과도 돋보였다. 레고켐바이오는 올 상반기에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와 기술수출 계약을 연이어 체결했다. 총 7700억원 규모다. 회사는 4월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링커를 3개 표적에 적용하는 기술을 4963억원에 이전했다. 이어 5월에는 ADC 항암신약 후보물질 ‘LCB73’을 최대 2784억원에 기술이전했다.

퓨처켐도 지난 5월과 9월 오스트리아와 중국 기업에 전립선암 진단 방사성의약품 ‘FC303’을 각각 16억원, 65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이달 들어서는 올릭스SK바이오팜, 보로노이가 각각 2288억원 5788억원 7087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에도 지난해보다 높은 금액의 기술수출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높아진 기술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