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양도세에 뿔난 개미들…코스피선 '순매도'로 돌아서[이슈+]
연말이 다가오면서 국내 증시에서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개미들이 대주주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주식을 정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 매도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개미들은 청와대 청원글을 통해 대주주 양도세 범위 확대 방안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해임시켜달라는 청원글까지 등장했다.

개미들 매수 동력 점점 약해져…코스피선 '순매도'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개미들이 전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4075억원에 그쳤다. 지난달 주식시장에서 7조6287억원을 사들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94%가량 급감한 수준이다. 10월이 약 열흘이 남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부진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의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다. 하반기 들어 7월(2조2389억원) 8월(6조1707억원) 9월(4조9663)까지 순매수를 유지하던 개미들은 이달 들어 9403억원 팔아치우면서 순매도로 돌아섰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이달 들어 순매수 규모는 1조3400억원으로 전월(2조6567억원)보다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개미들의 순매수 강도가 약해진 것은 대주주 양도세 이슈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최근 개인 대주주로 분류되는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하향 조정해 납세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특정 주식 보유액이 직계존비속 포함 3억원을 초과하면 내년 4월부터 대주주로 분류된다. 해당 투자자는 내년 4월부터 해당 주식을 매도해 수익이 나면, 주식 보유기간에 따라 1년 미만의 경우 30%를, 1년 이상의 경우 25%를 양도세로 내야한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을 포함해 2010년 이후 대주주 기준을 총 다섯 차례 변경됐는데, 그 해 연말 대주주 지정을 피하려는 개인들의 매물 압력이 강화됐다"며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적용 범위가 크게 확대돼 더 많은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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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대주주 양도세 범위 확대 반대…청원글 동의만 21만명

지난달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는 제목으로 대주주 양도세 범위 확대를 반대하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에 찬성한 사람들은 21만6844명으로 청와대의 답변 대상이 됐다.

해당 청원글의 작성자는 10가지의 근거를 제시하면서 "2023년부터 주식 양도세 전면 과세가 시행되는 만큼, 올해 3억원으로 급격하게 조정하는 것은 증시혼란만 초래할 뿐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기존 10억원을 유지하거나 이참에 폐지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주주 양도세는 정책목표도 불확실하고, 증시의 불확실성만 증폭시키고, 국민만 고생시키는 잘못된 정책"이라며 "빠른 시일 내 제도 개선이 될 수 있도록 재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해임을 요청하는 청원글까지 등장했다. 지난 5일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청원에 동의한 인원은 벌써 14만959명으로, 20만명이 넘어서면 청와대가 답변을 해야 한다.

작성자는 "대주주 3억에 대한 폐지 또는 유예에 대하여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기재부 장관의 해임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학 개미들의 주식 참여로 어려운 경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 여론 뿐 아니라 대통령도 개미투자자들의 주식 참여 열의를 꺾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기재부 장관은 얼토당토않는 대주주 3억원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