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5년을 기다려온 가덕도 신공항
정부와 부산시 합동으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추진한 지 벌써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1990년대 당시 정부는 여러 차례 신공항 후보지를 물색했고, 부산과 함께 창원, 김해 등지를 적극 검토했다. 필자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있던 1995년 무렵, 가덕도는 당시에도 지금처럼 부산시민이 가장 선호하던 신공항 후보지였다.

그러나 가덕도는 당시 기술로는 짓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무산됐다. 부산 인근이면서 밀양과도 가까운 창원 대산면으로 방향이 바뀌었으나 그마저도 외환위기로 계획이 흐지부지됐다. 이후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청주 무안 양양 등 전국 도처에 공항이 생겨났으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지역 초미의 관심사가 된 상황에서 오래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그만큼 해묵은 숙원 사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주민들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신공항 건설을 요구해왔으나, 번번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계획은 연기되거나 변경됐다.

부산·울산·경남이 다른 현안을 제쳐두고 가덕도에 매달리는 이유는 그만큼 필요성과 당위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의 김해공항은 포화상태다. 이를 확장하는 방안은 안전성과 항공 수요, 이용자 편의 및 비용, 소음, 환경 등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이 따로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고 부·울·경이 힘을 합쳐 한목소리로 신공항을 요청하는 등 지역갈등도 해소됐다.

부산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본 플래카드나 현수막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가덕도 신공항이라 답할 것이다. 지역 전체가 신공항을 바라는 플래카드로 도배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동남권 주민들은 24시간 이착륙이 가능하고 안전한 공항만이 한국 제2경제권의 재도약을 위한 첫걸음으로 보고 있다.

신공항 건설은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이었다. 국책사업으로도 여러 번 추진됐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다. 정부 차원의 용역 등 입지의 적절성에 대한 평가나 검증도 여러 번 있었으나, 그 결과는 주민 불신을 키우고 허탈감만 안길 때가 많았다. 특히 중국 민항기 추락 참사를 빚었고, 시뮬레이션에서도 위험하다고 나타난 김해공항 확장안이 왜 다시 거론되는지 모두 의아해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정치 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발전 문제이기도 하다. 신공항이 꼭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가 국가사업으로 확정돼 동남권이 적극 나서고 있지만, 해외 방문객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공항이 없으면 유치 성공이 힘들기 때문이다. 부·울·경 전역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자축하는 플래카드가 물결치고, 주민들이 불신을 벗어던지는 모습을 이번에는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