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기업 간 인수합병(M&A)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막대한 부채 부담을 덜고 새로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생존형 M&A’라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미 셰일기업 파이어니어내추럴리소시스가 경쟁사 파슬리에너지를 45억달러(약 5조1000억원)에 M&A하기로 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이어니어는 미 남서부 셰일오일의 생산지로 유명한 퍼미안 분지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대형 셰일업체다. 파슬리에너지도 퍼미안 분지를 주요 활동 무대로 두고 있다.

이번 M&A는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이뤄진다. 교환 비율은 파슬리에너지 주식 1주당 파이어니어 주식 0.1252주다. 파이어니어 주주는 합병 회사 지분의 76%를 소유하게 되며, M&A 절차는 내년 1분기 마무리될 전망이다. 스콧 셰필드 파이어니어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인 ‘탈(脫)화석연료’ 바람 속에서 규모의 경제가 생존에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번 M&A로 연간 3억2500만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석유 수요가 감소하면서 ‘비용 절감’이 셰일기업들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원유 가격은 올 들어 3분의 1가량 하락해 배럴당 40달러 안팎으로 곤두박질쳤다. 셰일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M&A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전날에는 미국 주요 석유회사 중 하나인 코노코필립스가 셰일업체 콘초리소시스를 97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 석유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M&A다. 이 밖에 데본에너지와 WPX에너지의 합병(26억달러), 셰브런의 노블에너지 인수(50억달러) 등 올 들어 M&A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투자은행 튜더피커링홀트의 매슈 포르티요 이사는 “기업가치가 최소 50억달러를 넘고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을 매력적인 인수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M&A가 활발해 인수 대상이 되는 기업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