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우포늪이 푸르름에 휩싸였다. 안개에 싸인 수풀이 고요한 물에 비치니, 실제 세상과 수면 위 그림자가 만나 한 폭의 추상이 됐다. 기온, 습도, 바람, 구름 등 수많은 자연의 요소들이 극히 짧은 순간 이뤄낸 이 꿈결 같은 풍경은 경남 창녕군 우포늪을 카메라에 담아온 ‘우포늪 사진가’ 정봉채의 작품 가운데 하나다.

정씨는 사진전을 할 때마다 다수의 해외 컬렉터들이 찾아와 작품을 사가는 인기 사진가다. 한국에만 매년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전국의 사진 명소를 찾아다니며 줄을 서서 셔터를 누른다. 하지만 정씨의 작품처럼 사람의 마음을 끄는 사진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작가는 그 결정적 이유를 ‘겸손’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20년 전 교직을 떠나 전업 사진가로 우포늪 인근에 머물며 사진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작가로서의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눈을 뜨는 데만 10년이 걸렸다. 그리고 비로소 우포늪의 숨겨진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고도아트갤러리 31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