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유세장에 처음으로 직접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뛰어들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리얼리티쇼' 등이라고 하면서 맹비난하고 나섰다.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부통령을 지냈다.

"트럼프, 대통령직을 리얼리티쇼로 착각"

21일(현지시간) 미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바이든 후보의 드라이브인 유세에 참여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지 찬조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리얼리티쇼처럼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투표'라고 적힌 마스크를 썼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나는 과거에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번에 대선에 출마한 두 사람과 앉았던 적이 있는데 그들은 무척 다르다"면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 비전을 수용하거나 내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았지만 나는 우리나라를 위해 그가 대통령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데 관심을 보이길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그런 일을 일어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수행하거나 자신과 지지자들 이외의 누구를 돕는 데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대통령직을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리얼리티쇼처럼 다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TV 시청률은 하락했고 그는 화가 나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리얼리티쇼가 아니고 현실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감염병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자신을 지키는 기본적인 조취도 취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즉 우리 모두를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11월 3일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말했다.그는 "우리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인 대선까지 13일이 남았다"면서 "우리가 앞으로 이 13일 동안 하는 일이 향후 수십년 동안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거짓말에 무감각해지면 안돼"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선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하진 않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이 후보로 지명된 뒤론 공개적으로 지지 활동을 시작했다. 바이든 캠프 측은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원이 청년층과 흑인 유권자 등의 투표 참여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날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가 어떤 수치를 가리키든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어떤 의혹도 남겨선 안 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선거가 접전이라면 아마도 결과를 꿰맞출 것 같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의혹도 남길 수 없고 (여론조사 결과에)자만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나오는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지만 민주당 캠프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중론'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은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하는 거짓말에 무감각해졌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지도자로 있어야 할 사람들이 매일 거짓말을 하고 일을 꾸며낸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거짓말에 무감각해졌고 면역도 생겼다"고 지적했다.

또 "진실성과 민주주의, 시민의식 그리고 책임감이라는 개념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원칙이 아닌 미국의 원칙"이라며 "우리가 이 가치들을 생활의 중심으로 되돌려 놓으려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