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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고 스마트카 플랫폼. (사진 = 오비고)
오비고 스마트카 플랫폼. (사진 = 오비고)
#. 2013년 글로벌 자동차 회사인 J사는 스마트카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한국 기업인 오비고 대신 일본 경쟁사의 플랫폼을 택했다. 이 플랫폼은 차량에서 각종 앱이 원활한 실행을 돕는다. 최근 출시되는 거의 모든 차량에 이 기능이 탑재되면서 관련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황도연 오비고 대표는 낙심했다. 일본 경쟁사보다 기술력은 앞섰지만, 인지도가 부족한 탓이라는 생각에 분한 마음이 들었다. 영업력이 부족했고, 유럽 내 조직이 없다는 점도 오비고가 탈락한 이유가 됐다. 절치부심한 오비고는 6년만의 복수전에서 성공했다. 이 일본 플랫폼을 계속 써오던 J사가 오비고로 갈아타기로 한 것이다.


황도연 오비고 대표는 지난 19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쪽에 뛰어든 지 10년만에 글로벌 톱 10개 자동차 업체 중 8곳에 오비고 스마트카 플랫폼을 납품하는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오비고는 세계 최초로 차량용 웹 브라우저를 완성차에 상용화했다. 스마트폰 플랫폼을 통해 차량에도 스마트폰 앱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핸드폰 모바일 웹 브라우저 사업을 하던 오비고는 2009년 차량용 웹 브라우저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는 "핸드폰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 점유율 20%에 달했던 만큼, 자동차 분야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며 "초기엔 자동차 업체들과의 미팅도 미국 에이전시를 통해 겨우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동차는 핸드폰보다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 핸드폰은 6개월로 신제품 출시 기간이 짧은 반면 자동차는 3년마다 새로운 모델이 나온다. 여기에 중앙처리장치(CPU) 용량도 제약이 크다.

황 대표는 "자동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내비게이션이 전체 CPU의 50%를 차지하고, 전화 연결 등 블루투스 기능이 30%, 나머지 20%로 고사양을 구축해야 한다"며 "주행 중 구동도 잘 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술 검증도 더 많이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비고는 블랙베리폰을 만드는 QNX와도 4년째 거래하고 있다. QNX는 전세계 자동차 내비게이션 운영체제(OS) 업계 1위로, OS엔 오비고의 웹 브라우저가 들어간다. 해당 브라우저는 지난해 이탈리아 상용차 브랜드 이베코와 글로벌 차량 제조사 J사 차량에 적용됐고, 제조사 F사의 차량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황도연 오비고 대표.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황도연 오비고 대표.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7차례 이상 기술력 검증도 '통과'…"인도·유럽 누비는 오비고 플랫폼"

오비고의 기술력은 세계 1위 독일 전장업체 H사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2015년 오비고에 H사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유럽에 있는 차량 제조사가 스마트카 플랫폼을 찾는데, 오비고의 제품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 길로 오비고는 6개월에 걸쳐 H사에 기술력을 설명했다.

다음해 1월 H사는 전 세계 8~10개 업체 중 4곳을 골라 비교했는데, 여기서 오비고가 1등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알고보니 글로벌 Top3 차량 제조사 R사가 H사에 소프트웨어 잘하는 업체를 골라달라고 컨설팅을 맡긴 것이었다. 오비고는 2월에 R사를 직접 만나 데모 버전을 보여줬더니 "같이 일해보자"는 답을 받았다. 계약서를 쓰자고 했더니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하드웨어 업체와도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오비고는 세계 2위 전장업체 B사를 직접 만났는데, 여기서는 자체 개발한 SW솔루션을 쓰겠다고 했다"며 "R사에선 B사 것과 우리 것을 직접 비교해보라고 해서 3개월 동안 검증했는데 오비고의 플랫폼이 우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B사의 R&D팀의 검증을 또 거쳤다.

마침내 계약을 하나했더니 R사는 직접 오비고의 기술 프로세스를 보겠다고 한국을 찾았다. 그 뒤 품질 관리OD 등 총 2년 간 7차례 이상 기술 검증을 받았다. 작년에 R사에서 오비고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적용된 차가 나왔다.

황 대표는 "연간 1000만대를 생산하는 차에서 기술적 결함이 생기면 안 되니 검증절차도 꼼꼼하게 진행됐다"며 "R사로부터는 1대당 로열티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초기 웹브라우저를 국내 자동차 회사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한 번에 통과했다. 황 대표는 "해당 자동차 회사로부터 소프트웨어를 한 번에 양산한 게 처음이라고 칭찬을 들었다"며 "다른 곳은 중간에 포기하거나 뛰쳐나갔지만 다 통과해서 양산까지 잘 해냈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 자동차 업체와의 계약도 속속 진행됐다. 해외에서도 오비고 플랫폼이 적용된 차량을 속속 볼 수 있다. 그는 "인도에 있는 차량엔 맛집 검색, 일기예보, 팟캐스트 등도 들어갔다"며 "유럽에서 달리는 차엔 에코드라이빙 시스템이 적용, 급가속 급제동을 얼마나 했는 지 파악돼 이를 자동차 보험료를 산출하는 근거로도 일부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비고 스마트카 플랫폼. (사진 = 오비고)
오비고 스마트카 플랫폼. (사진 = 오비고)

"지금이 전성기"…전기차로 모빌리티 시대 '개화'

오비고의 전성기는 지금부터다. 황 대표는 "커넥티드 카 시스템이 원활히 가동되기 위해선 차에 와이파이가 들어가야 한다"며 "최근에야 차량에 와이파이가 적용되기 시작한 만큼, 이제서야 커넥티드 카 환경이 구축된 셈"이라고 밝혔다.

최근 스마트카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오비고가 보유한 특허도 A등급 비중이 높아졌다. 오비고는 97건의 국내외 특허로 독자기술을 인정 받았다. 핵심 제품인 AGB 브라우저(28%), 앱프레임워크(64%)에 전체 특허 중 92%가 집중돼 자체 핵심 기술이 보호되고 있다.

그는 "옛날엔 보유하고 있는 특허등급이 B였는데 지금은 같은 특허도 A등급을 받았다"며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특허의 가치가 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8년 오비고가 보유한 A등급 특허 비율은 30%였지만, 올해 5월엔 78%로 비중이 높아졌다.

오비고는 미래차 시대를 앞두고 다른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전기차에 이어 자율주행차도 상용화를 눈앞에 둔 만큼, 모빌리티 생태계가 커지고 있어서다.

전기차가 상용화되면서 모빌리티 시대는 이미 눈앞에 다가왔다. 황 대표는 "테슬라 이용자들은 차량 넷플릭스 이용 요금으로 한 달에 9.9달러를 따로 내고 있다"며 "테슬라 화면도 크고, 차의 스피커도 좋아 미니 영화관 역할을 하면서, 하교를 기다리는 부모나 캠핑할 때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황도연 오비고 대표가 자동차 제조사들이 오비고 플랫폼을 차량에 적용하는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황도연 오비고 대표가 자동차 제조사들이 오비고 플랫폼을 차량에 적용하는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2013년부터 매년 참석했던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도 모빌리티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그는 "CES 때 기술을 선보이면서 고객들의 반응도 살피고, 자동차 업체들과의 미팅도 진행했다"며 "처음 참석 땐 차량에서 일기예보, 뉴스, 음악을 틀어주는 시스템이었는데 제작년부터 데이터 중심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는 차에서도 미리 스타벅스 커피를 주문할 수 있게 된다. 차로 주문한 뒤 드라이브스루로 바로 가서 받을 수 있는 '카 커머스' 시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황 대표는 "인공지능 앱이 적용되면서 음성으로 커피나 음식도 주문할 수 있게 된다"며 "주행거리나 주행패턴을 산정해 보험료에도 적용되고, 차에 있는 데이터가 엔진오일 교체주기도 알려주는 '모빌리티 서비스'가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비고는 모빌리티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유통 F&B 등 회사들과 협력할 계획이다. 또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해 자율주행 차량클라우드 관제시스템과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황도연 오비고 대표는 "오비고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해 구글처럼 전 세계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며 "코스닥 상장을 통해 모인 자금으로 이같은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비고는 연내 기술특례 심사를 거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