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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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했던 은행주(株)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3분기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는데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배당 매력이 부각돼서다. 일각에서는 은행주의 유일한 장점인 배당도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연간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스피도 12% 올랐는데…은행주 고작 0.8% 상승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은행업종 지수는 전날 1.52포인트(0.88%) 173.49로 장을 마쳤다. 하반기 첫 거래일인 지난 7월 170.06 대비 불과 3.43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2.53%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부진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은행주는 이렇다 할 반등 동력을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영업환경 악화와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면서 충당금을 쌓은 것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우리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6779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1조2320억원보다 45% 줄어든 수준이다. 신한은행의 순이익도 같은 기간 11%, 국민은행도 4.5% 감소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았고, 이는 실적에 부담으로 이어졌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3369억원을, 신한은행은 3352억원을 각각 충당금으로 배치했다. 국민은행도 1150억원을 미래를 위해 적립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뺀 점도 은행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통상 은행주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 하반기 들어 외국인은 은행업종을 920억원 팔아치웠다. KB금융은 이날 기준 외국인 지분이 65.6%에 달하고, 하나금융지주(63.5%) 신한지주(54.0%) 등도 외국인이 절반 넘게 가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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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호실적 전망·배당시즌 도래에 주가 상승 전망

최근 은행주는 부진을 딛고 반전을 노리고 있다. 신한지주는 이날 오전 10시43분 전날보다 750원(2.57%) 오른 2만99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1.75%) KB금융(1.45%) 등도 강세다. 이들 은행주는 최근 3거래일 이상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호실적 전망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신한·KB·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합산 전망치는 2조9935억원이다. 지난해 3조2446억원 대비 7.7%, 전분기 2조6848억원보다 11.5%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배당시즌이 돌아오고 있다는 점도 은행주를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은행들은 통상 5%대 내외의 배당을 지급해왔다. 국내 기준금리 0.5%로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예금보다는 훨씬 좋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이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분기 은행들의 실적은 기대치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며 "마진 하락 부담은 높은 성장으로 만회하고 있고, 2분기와 같은 대규모 비용 지출도 없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말 배당수익률로 인한 단기 트레이딩 수요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적어도 연말 배당락 시점 전후로는 편안한 투자 국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은행주의 배당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경고도 나온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3분기까지 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은행들의 자본 유보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또 코로나19 사태로 연간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은행들은 공격적 배당 정책을 뒤로하고 다소 보수적으로 배당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