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곳곳에 경제적 어려움·사내 부당한 처우 밝혀
로젠택배 "A씨, 보증금·권리금 안 냈다"…노조는 파업 돌입

경제적 어려움과 사내에서 겪은 부당함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택배기사 죽음에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으나 실마리는 잡히지 않고 있다.

11번째 택배기사 죽음 실마리 풀리나…경찰 수사 돌입
지난 20일 오전 3시께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 근무하는 A(50)씨는 자필 유서를 남기고 사망했다.

A씨는 유서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사내에서 겪은 부당함을 토로했다.

유서에 따르면 A씨는 택배 배송에 쓰이는 차량을 구매하는 등 초기 자금을 들여 택배기사가 됐다.

한 달 200만원도 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한여름에도 이동식 에어컨을 지원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유서에는 '화나는 일이 생겼다고 하차작업 자체를 끊고, 먹던 종이 커피잔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소장을 직원 이하로 보고 있음을 알았다' 등 부당한 처우가 담겼다.

A씨는 '3개월 전에만 사람을 구하든지,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후임을 구해야 그만둘 수 있는 구조가 A씨를 압박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계약서에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계약 시 냈던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다.

또 계약을 해지하면서 지점에 손해가 발생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노조는 A씨가 보증금 50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섣불리 퇴사하지 못하고 구인에 힘썼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의 차량에 후임을 구하는 구인 광고를 붙이고 일한 것으로 파악했다.

11번째 택배기사 죽음 실마리 풀리나…경찰 수사 돌입
그러나 로젠택배 측은 A씨가 보증금과 권리금을 직접 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A씨에게 일을 소개한 지인이자 로젠택배 관계자인 B씨는 22일 "A씨의 제정 상황이 좋지 않아 본인이 보증금과 권리금을 대납했다"고 주장했다.

로젠택배에 따르면 A씨는 이달 말 그만두기로 지점과 협의가 끝난 상태였다.

일방적 계약 해지 시 위약금 1천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계약서는 2017년도 내용으로, 지난해 말 입사한 A씨의 계약서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로젠택배는 자체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노조는 이날부터 사 측의 사과·보상과 개선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했다.

부산 강서지점에 근무하는 노조원 10명은 집하 물품은 처리하되 배송은 하지 않는 방식으로 파업한다.

경찰은 수사전담팀을 꾸려 관계자를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전담팀은 A씨가 남긴 유서의 사실관계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 사건 관련 관계자의 불법행위 유무 등을 수사한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평소 경제적 어려움을 자주 호소해온 것으로 파악했다"며 "고인의 죽음에 아쉬움이 없도록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만 A씨를 포함해 택배기사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앞서 사망한 10명은 과로사로 추정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