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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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가 23일부터 1주일간 독감 백신 접종을 중단하기로 했다. 일선 의료기관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공문도 보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접종 중단이 필요 없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어 독감 백신을 둘러싼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유·무료 독감 백신 접종을 23~29일 1주일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의사협회는 동네의원 등 일선 의사들에게 이런 권고문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의사협회가 백신 안전성 등을 이유로 접종을 중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현재 국내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사망했다고 신고한 사람은 28명에 이른다. 전날 10명에서 하루 새 18명이 급증했다. 인천의 17세 남자 고등학생과 서울지역 53세 여성 사망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60대 후반에서 90대에 이르는 고령층이다.

서울에서는 강남구와 영등포구에서 한 명씩 사망자가 신고됐다. 경북은 성주, 안동, 상주, 영주 등 네 곳에서 사망자가 나왔다. 경남 창원과 통영에선 사망자가 세 명 신고됐다. 전남 순천, 전북 임실, 강원 춘천과 홍천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일부 고령 접종자 중에는 중증 이상반응으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대부분 백신을 접종한 뒤 수시간에서 100시간 안에 숨졌다. 백신 접종 때문에 사망했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는데도 의사협회가 백신 접종을 중단한 이유다.

서울 영등포구는 이날 지역 의료기관에 독감 예방 접종 보류를 권고했다. 영등포구 보건소는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주의 및 보류 권고 사항 안내’라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사망자가 접종했던 백신의 상품명과 제조번호도 알렸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구민 안전을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박종관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