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남관 차장검사와 논의하고 있다. 윤 총장은 “법무부가 사실상 대검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남관 차장검사와 논의하고 있다. 윤 총장은 “법무부가 사실상 대검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는 그야말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작심발언’ 장(場)이었다. 여당 의원들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해 공세를 펼쳤지만, 윤 총장은 움츠러들지 않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윤 총장이 출석한 국감은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TV 생중계 시청률이 10%에 육박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검사 비리 의혹 철저 수사 지시”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라임 사태 수사와 관련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구속)의 폭로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수사 검사들이 술 접대를 받았다는 검사 비위 의혹과 야권 정치인 연루설을 윤 총장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내가 검사장(남부지검장)의 직보를 받고 ‘제 식구 감싸기’라는 욕을 먹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라고 했다”며 “지난 16일 김 전 회장이 언론사에 보낸 편지에 검사들 접대 얘기가 나와서, 그 보도를 접하자마자 10분 안에 남부지검장에게 철저히 조사해 접대받은 사람을 색출하라고 지시했다”고 반박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김 전 회장의 폭로를 바탕으로 19일 윤 총장이 라임 수사에서 손을 떼도록 하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전날엔 자신의 SNS에 “‘중상모략’이라고 한 검찰총장은 화부터 내기 전에 알았든 몰랐든 지휘관으로서 성찰과 사과를 먼저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 총장은 이와 관련, “도대체 무슨 근거로 검찰총장도 이 부실 수사와 관련돼 있다는 취지로 발표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중상모략’이란 단어는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고 응수했다.

윤 총장은 작심한 듯 추 장관을 저격했다. 그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며 “일선 검사와 수사관 상당수는 뭐 내가 ‘사기꾼’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중범죄 혐의를 받고 수감 중인 사람(김봉현) 얘기 하나로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검찰에 뭐라고 하는 것은 정말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추 장관은 즉각 SNS에 “검찰총장은 법상 법무부 장관의 지휘 감독을 받는 공무원”이라는 반박의 글을 올렸다.

추 장관은 또 ‘라임 사태’ 관련 검사 비위 의혹에 대한 보고 과정에서 은폐나 무마가 있었는지, 야당 정치인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는지 등 진상 파악을 위한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 감찰을 지시했다. 그러자 윤 총장은 “법무부 직제령을 보면 일선청 감사는 수사나 소추 관여 목적으로 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현재 라임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수사나 소추 관여로 보일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검 감찰부는 총장 소관인데, 이건(법무부와 함께 감찰하라는 지시) 좀 일방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의 검찰 인사는 없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이 올 1월 취임 직후 ‘조국 수사’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 등 정권을 겨냥해 수사한 검사들을 대거 지방으로 좌천시킨 데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윤 총장은 “이런 식의 인사는 없었다. 대검과 실질적 협의가 없었다”며 “힘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수사는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데, (앞으로) 힘 있는 (자들에 대한) 수사에 아무도 나서지 않을까봐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내가 2003년 대선자금 수사팀에 파견 나가서 대통령 측근을 수사했는데, 그때는 수사에 관여했던 선배 검사들이 영전까진 아니어도 정상적 인사를 받았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 장관이 새로 임명한 검사들이 총장에게 제대로 보고도 안 하고 ‘패싱’한다는 게 사실이냐”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는 “그렇게야 하겠느냐. 나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총장의 이날 국감 발언을 놓고 여야는 첨예하게 각을 세웠다. 야당은 “세 차례에 걸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사실상 수사 방해 행위라는 점이 국감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특검(특별검사)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범여권에선 “검찰 전관예우의 폐해가 낱낱이 드러났다”(김남국 민주당 의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빨리 출범해야 한다”(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등 공수처 출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와대도 여론의 향배를 면밀히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가 조기 매듭되지 않고 장기화되면 정권 말기 레임덕을 가속화하고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영향을 줄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국감 이후 여론 추이에 따라 추 장관을 포함한 정부 부처 개각이 조기에 이뤄질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인혁/좌동욱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