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의 고성과 윤석열의 '낮은 호통'이 남긴 것들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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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010/ZA.24166608.1.jpg)
거친 매너로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추장관이 부러웠던 것일까. 이제 대한민국 국회의 발언대에 선 이들은 너나없이 호통과 조롱과 동문서답을 탑재한 모습이다. 22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불러놓고 벌어진 국정감사장 공방은 추 장관의 맹활약 이후 달라진 국회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거대 여당의원들은 눈엣가시 같은 윤 총장에 '호통 폭탄'을 퍼부었다. 박범계 의원이 선봉에 섰다. 사법연수원 동기지만 나이가 어려 윤 총장을 '형'이라 부른다는 박 의원은 거침없는 답변에 당황하다 "똑바로 앉으라"고 소리치며 꼰대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두어해전 박근혜 정부에 맞선 윤 총장의 소신을 칭찬하며 절대 사퇴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범계 아우가 드리는 호소'라는 페북 격려문까지 낸 박의원의 놀라온 표변이다.
"내가 조국이냐,조국이야"는 샤우팅으로 유명세를 얻은 김종민 의원도 호통계의 신성이다. 김의원은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냐 아니냐"는 일차원적 질문과 호통으로 일관했다. 송갑석 의원 역시 고성과 삿대질로 국정감사장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의 호통은 윤총장의 현란에 회피술에 밀려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는 게 중론이다. 윤 총장은 "조국 딸 상장 쪼가리는 탈탈 털더니…" 라는 여당의원 저급한 공격에 "장난합니까"라는 막말로 한술 더떴다. '선택적 정의에 빠졌다'는 지적에는 '의원님의 선택적 의심을 돌아보라'고 맞받았다. 답변태도 꼬투리 역시 "허,참~"이라는 한마디 탄식으로 흘려보내는 내공을 발휘했다. 여당의원들의 하이데시벨 호통을 윤 총장의 조근조근 '낮은 호통'이 압도했다는 평가다.
호통은 대화의 불능을 의미한다. TV 카메라로 생중계된 국회의 거친 설전은 대화가 단절되고 비상식과 악다구니만 넘치는 한국의 현주소다. 넘치는 조롱은 선진사회의 필수재인 품격이라는 미덕이 실종되고 있음을 확인해준다. 논쟁하고 설득으로 해법을 찾기보다 저급한 언동으로 자신의 화를 푸는 데 치중하는 선량과 공복의 모습은 서글프기 짝이 없다. 문재인 정부 3년 만에 펼쳐진 스산한 풍경들이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