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학창시절부터 친했던 친구가 아빠에게 혼주석에 앉아달라고 부탁을 했다더라"는 네티즌 A씨의 사연이 공개돼 화제다.
A씨는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기분이 영 찝찝하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글을 시작했다.
사연은 이렇다. 어릴 때부터 절친한 사이였던 친구 A씨와 B씨. 집도 가까웠기에 B씨는 자주 A씨의 집에서 놀고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이혼가정에서 자란 B씨는 늘 A씨를 부러워했다고 한다. 이런 B씨의 사정을 잘 아는 A씨의 부모는 매번 따뜻하게 B씨를 맞아줬고, 친근하게 딸이라고 부르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B씨는 최근 결혼 소식을 전했다. 일찍 결혼하고 싶어했던 B씨였기에 A씨는 잘됐다며 기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의 입에서 나온 말에 충격을 받은 A씨.
"내가 B의 결혼식날 아버지 자리에 앉으면 불편하겠니?"
결혼을 앞두고 비워져 있을 혼주석이 걱정됐던 B씨의 제안이었던 것. 아빠는 "네가 불편하다면 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A씨는 영 찜찜했다고 한다. A씨는 "그런 제안 자체가 황당한데 심지어 나를 통해서 말한 것도 아니고 아빠한테 직접 물어봤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또 신부 측 부모 자리에 앉는 건 최소한 내 결혼식이 먼저 아닐까 싶다"면서 "반대하고 싶은데 너무 매몰차보이진 않을까 싶다"며 답답해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글쓴이 엄마도 있지 않느냐", "아무리 딸이라고 불렀어도 친아버지는 아니잖아", "친구엄마랑 아빠가 혼주석에 같이 앉아있는 꼴을 어떻게 보냐", "황당하네", "이건 거절해도 될 문제인 듯", "후기가 궁금하다", "머리로도 이해하기 힘든 일인데", "이건 친구의 욕심이다", "이건 좀 이상하네", "다른 친척을 앉히는 게 맞지 않나" 등의 의견을 내며 대부분 A씨의 심정에 동의했다.
실제 온라인 상에서 이혼가정에서 자란 예비 부부들이 올린 혼주석 관련 고민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혼주석을 비워둘 것인지, 친척을 앉힐 것인지 고민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A씨의 사연처럼 친구의 부모님을 고려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일가 친척 및 지인들은 불러 놓고 혼인을 서약한다는 게 결혼식의 본질이지만, 사실상 장소부터 비용, 형식까지 많은 부분을 두고 예비 부부들이 고민한다. 이에 하객은 물론 부모 대행까지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취업 포털이 직장인 53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가운데 7명(70.8%)은 '결혼식 가짜 하객 동원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결혼식 하객 수를 걱정해본 적이 있는 경우도 이와 비슷한 69.5%에 달했다. 그만큼 결혼식에서 타인의 시선을 많이 신경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혼식장에서 누구의 시선을 가장 의식하게 되느냐'라는 또 다른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본인의 가족 및 친지'(41.5%)를 가장 많이 꼽았고, 여성은 '시가의 가족 및 친지'(54.0%)를 과반수 이상이 선택했다.
결혼식에서 혼주 입장, 화촉 점화, 양가 인사 등 부모님들의 역할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실로 '결혼식순 중 자신이 가장 돋보이는 순간'에 대한 물음에 남녀 모두 '신랑, 신부 입장'(남 35.1%, 여 38.1%)을 1위로 택했는데, 남성은 그 바로 뒤를 이어 '양가 부모께 인사'(23.4%)라는 답변이 많았다. 여성 역시 '축가'(23.4%), '결혼행진'(17.4%)과 함께 '양가 부모께 인사'(12.8%) 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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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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