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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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의 유족들이 "실종 공무원은 자진 월북했다"는 해양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에 강하게 반발하며 검찰이 수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사망 공무원의 친형인 이래진씨(55)는 23일 기자들에게 반박문을 보내 "기초적인 증거와 동료 선원들의 진술은 배제한채 마치 소설을 쓰듯이 (동생을) 마치 범죄자인 것처럼 발표했다"며 "부실수사를 하고 동생의 개인 신상과 관련한 인격모독과 명예훼손에만 급급해보인다"는 입장을 냈다.

그는 "선박의 가드레일이나 갑판 등은 늘 미끄러운 상태이고, 무궁화 10호처럼 작은 선박은 파도에 늘 출렁거림이 있다"며 "휴대전화나 담배 등 개인 소지품이 몸에서 이탈할 때 본능적으로 잡으려는 행동 등을 배제하고 모든 상황을 추정으로만 단정 지은 것은 수사의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연평도 주민들이 월북은 불가능하고 헤엄도 불가능하다고 이구동성 이야기하고 있다"며 "중요 증언과 선박 상황은 배제하고, 개인의 신상 공격으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수사는 인격모독과 이중 살인 행위"라고 했다. 그는 "근거없이 정신적 공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또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1m 크기의 누울 수 있는 부유물에 의지했다고 했는데, 이는 펜더(충돌 시 충격 완화용 시설물)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펜더 1개로는 중심 잡기가 도저히 불가능하고 최소한 펜더 2∼3개를 연결해야 하는데, 이런 기초적인 부분부터 체크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NLL 인근에서 체포됐던 당시 상황에 대한 보고와 통신을 공개하라"며 "실족과 실종으로 결론지어 수사를 종결하는 것보다 검찰에 이첩해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양경찰은 지난 22일 인천 여수구 해경청사에서 열린 피격 공무원 수사 관련 간담회에서 "(피격당한 공무원이) 도박 빚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해경은 이씨가 최근 15개월간 600번에 가까운 도박 자금을 송금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빠져 작년 6월부터 실종 직전까지 빌린 도박 자금이 1억2300만원이라고 밝혔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