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사원, 대통령 소속이라 독립성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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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과학協 용역 보고서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 기관이라 직무 독립성이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 산하 감사연구원이 한국사회과학협의회에 의뢰해 최근 제출받은 ‘적극행정을 위한 법체계와 감사원의 역할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다.
보고서는 “감사원은 헌법상 직무의 독립을 보장받지만 대통령 소속 기관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언론, 정치권, 시민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의 4대강 사업 관련 감사나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관련 감사 등을 둘러싼 논란만 보더라도 법·제도에 의해 주어진 감사원 직무의 독립성이 현실에서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20일 감사원은 1년여간의 진통 끝에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가 축소됐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실질적 징계를 받는 사람은 담당 공무원 2명뿐이라 ‘꼬리 자르기’ 논란이 일었다.
소극행정의 근본적 원인은 감사가 아니라 정치 주도 행정에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는 “정치가 주도하는 현실에서 아무리 적극행정을 강조하고 제도를 개선해도 ‘다음 정부에서 어떻게 뒤바뀔지 모른다’는 불신으로 인해 적극행정을 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脫원전 감사가 부른 '감사원 독립' 논란
“감사원이 입법부 소속이든, 순수 독립기관이든 실질적으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의 임기는 좀 더 길게 해야 한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 말이다. 월성 1호기 감사 발표를 앞두고 “이렇게 저항이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한 자리에서다.
월성 1호기 감사 논란이 감사원의 독립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과학협의회는 감사원 산하 감사연구원에 제출한 용역연구 보고서를 통해 “4대강 사업 관련 감사나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관련 감사 등을 둘러싼 논란만 보더라도 법·제도에 의해 주어진 감사원 직무의 독립성이 현실에서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감사원법 제2조1항)는 모순이 한계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감사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감사원을 행정부 소속으로 둔 나라는 스위스와 한국 2개국뿐이다. 스위스는 연방재무부 소속이다. 감사원이 행정부, 그중에서도 대통령 소속이라고 적시해놓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 독일 등 절반(17개국)은 감사원을 입법·행정·사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뒀다. 미국 등 15개국은 감사원이 의회 소속이거나 의회에 연계돼 있다.
행정부 업무를 감찰하는 역할을 맡은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 기관이라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대지 못한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감사원 독립기관화를 포함한 헌법 개정을 제안했을 정도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구조 아래에서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나 측근 인사에 대한 감사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감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권력을 견제할 ‘경보기’가 꺼지는 것”이라고 했다.
구은서/강영연 기자 koo@hankyung.com
보고서는 “감사원은 헌법상 직무의 독립을 보장받지만 대통령 소속 기관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언론, 정치권, 시민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의 4대강 사업 관련 감사나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관련 감사 등을 둘러싼 논란만 보더라도 법·제도에 의해 주어진 감사원 직무의 독립성이 현실에서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20일 감사원은 1년여간의 진통 끝에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가 축소됐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실질적 징계를 받는 사람은 담당 공무원 2명뿐이라 ‘꼬리 자르기’ 논란이 일었다.
소극행정의 근본적 원인은 감사가 아니라 정치 주도 행정에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는 “정치가 주도하는 현실에서 아무리 적극행정을 강조하고 제도를 개선해도 ‘다음 정부에서 어떻게 뒤바뀔지 모른다’는 불신으로 인해 적극행정을 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脫원전 감사가 부른 '감사원 독립' 논란
'대통령 소속-직무 독립' 모순…최재형 "감사위원 임기 늘려야"
“감사원이 입법부 소속이든, 순수 독립기관이든 실질적으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의 임기는 좀 더 길게 해야 한다.”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 말이다. 월성 1호기 감사 발표를 앞두고 “이렇게 저항이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한 자리에서다.
월성 1호기 감사 논란이 감사원의 독립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과학협의회는 감사원 산하 감사연구원에 제출한 용역연구 보고서를 통해 “4대강 사업 관련 감사나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관련 감사 등을 둘러싼 논란만 보더라도 법·제도에 의해 주어진 감사원 직무의 독립성이 현실에서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감사원법 제2조1항)는 모순이 한계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감사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감사원을 행정부 소속으로 둔 나라는 스위스와 한국 2개국뿐이다. 스위스는 연방재무부 소속이다. 감사원이 행정부, 그중에서도 대통령 소속이라고 적시해놓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 독일 등 절반(17개국)은 감사원을 입법·행정·사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뒀다. 미국 등 15개국은 감사원이 의회 소속이거나 의회에 연계돼 있다.
행정부 업무를 감찰하는 역할을 맡은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 기관이라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대지 못한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감사원 독립기관화를 포함한 헌법 개정을 제안했을 정도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구조 아래에서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나 측근 인사에 대한 감사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감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권력을 견제할 ‘경보기’가 꺼지는 것”이라고 했다.
구은서/강영연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