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산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추락한 항공사들에서는 실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불 꺼진 이스타항공 본사. 사진=연합뉴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추락한 항공사들에서는 실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불 꺼진 이스타항공 본사.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산업현장에 날씨보다 한발 앞서 혹독한 추위가 몰아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항공·여행·외식업계에서 인력 구조조정 소식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추락한 항공사 직원들 간 실직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존폐 위기에 놓이면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이 같은 흐름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4일 예고대로 605명의 직원에 대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추후 추가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 수는 400여 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선·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할 당시 직원 수(1680여 명)를 고려하면 10명 중 3명 만 회사에 남는 것이다.

그동안 240일 기한으로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유급휴직을 무급휴직과 병행하던 다른 항공사들 사이에서도 걱정이 한층 커지고 있다.

항공사들은 우선 정부 지원금 기한이 만료되면서 무급휴직 수순을 밟는 분위기다. LCC 제주항공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은 유급지원 종료 후부터 12월 말까지 무급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대형항공사(FSC)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도 각각 직원 70% 순환휴직과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문제는 내년이다. 해외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항공업계의 표정이 한층 어두워지고 있다.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신청이 줄을 잇고 있지만 일부 LCC의 경우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항공업계와 궤를 함께 하는 여행업계도 고사 위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폐업 신고를 한 여행사가 918곳이 넘는다.

업계 1위 하나투어는 이미 지난 6월 창사 이래 첫 무급휴직을 실시했다. 롯데관광개발도 인원 감축에 들어갔다. 여행업은 정부의 직원 고용유지지원금 대상이지만 영세 업체에서는 이마저도 포기하는 분위기다.

2018년 NHN그룹사로 편입된 NHN여행박사도 전체 인원 260명중 10명을 제외하고 전직원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일본 전문 여행사로 출발해 탄탄한 종합 여행사로 발돋움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직격탄을 버티지 못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예식장에서 한 직원이 피로연장 주방 도구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예식장에서 한 직원이 피로연장 주방 도구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유통업계도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입었으나 가장 벼랑 끝에 몰린 업종은 외식, 특히 뷔페업계다. 코로나19로 다중이용시설 기피 현상이 확산된데다 지난 8월 코로나19 재확산 후 수도권 매장은 일부 영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한때 '한식 뷔페 빅4'로 손꼽히던 '풀잎채'는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기업회생은 법원의 관리 아래 진행되는 기업 구조조정 절차다.

또 다른 한식 뷔페 '계절밥상'을 운영하는 CJ그룹 외식전문기업 CJ푸드빌은 오는 26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한다. 재직 5년차 이상 직원이 대상이며, 외식 매장이나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제외된다. 대상인 5년차 이상 직원은 400여 명으로 전해졌다.

CJ푸드빌 관계자는 희망퇴직에 대해 "강제성이 없다"며 "사내 동요를 줄이기 위해 대상 인원과 신청 기간을 줄였고, 희망자가 인사팀에 신청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애슐리', '자연별곡'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그룹의 외식 계열사 이랜드이츠도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초밥 뷔페 브랜드 '수사'를 철수하기로 결정했고, 한식뷔페 '자연별곡' 매장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영화관도 불이 꺼져 가고 있다. CJ CGV는 오는 26일부터 대학로, 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 등촌, 연수역, 홍성, 대구아카데미, 광주금남로 등 7개 지점 운영을 중단한다. 이미 지난달 인천공항점은 영업을 중단했다. 3년 안에 전국 직영점 119곳 중 35∼40곳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이미 '허리띠 졸라매기'가 극에 달했고, 코로나19가 끝이 나지 않는 이상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장기화될수록 인력 구조조정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어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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