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조국 전 장관은 유재수 전 부시장의 비위가 '비위'라고 볼 만한 근거가 약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추가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은 박형철 전 비서관이 업무를 제대로 챙기지 않아서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3일 박형철 전 비서관은 이런 조 전 장관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습니다. 박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의 말은 '허위'이고 유재수 전 부시장의 혐의는 형사처벌까지 생각할 정도였다고 증언했습니다. 한 때 함께 일했던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시각과 증언, 그날의 법정을 재구성했습니다.
1. "유재수 혐의는 입증됐다"
우선 이날 박형철 전 비서관은 유재수 전 부시장의 비위와 그 혐의가 입증됐다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작성한 '유재수 비위 보고서'에 따르면 유재수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던 시절 금융업 종사자들로부터 기사 딸린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거나 가족이 해외에 거주하는데 항공료를 업체로부터 대납받고 골프채 등을 선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이에 대해 박형철 전 비서관은 앞선 검찰조사에서 유 전 부시장이 기사 딸린 차량, 골프채, 골프빌리지 10회 제공 등 재산상 얻은 이익이 적지 않아 중징계는 물론 형사처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리고 법정에서 조국 전 장관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중단될 이유가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실제 10월 23일 법정 발언>
▶검찰 : 조국 전 장관의 감찰 중단 지시가 없었다면 별다른 공식 조치 없이 (유재수에 대한 감찰이) 중단될 수 있나요?
▶박 전 비서관 : 아닙니다
▶검찰 : 감찰 중단 지시를 받기 전까지는 감찰을 중단한다는 생각이 없었고 감찰을 진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나요?
▶박 전 비서관 : 당시 유재수 전 부시장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한 상태여서 특별한 상황이 아니었으면 계속 감찰을 했을 겁니다. 그 당시면 상당부분 혐의가 입증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감사원이나 금융위 이첩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생각한 상태입니다.
박형철 전 비서관은 유재수 전 부시장이 본인의 혐의에 대해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었다는 점을 변호인 반대신문에서도 증언했습니다.
<실제 10월 23일 법정 발언>
▶변호사 : 유재수 당시 금융정책국장이 뭐라고 변소(설명)했는지는 기억 나나요?
▶박 전 비서관 : 일단 항공권 관련해서는 자기가 계산했다고 하면서 한 두차례 본인 카드로 계산한걸 내고 나머지는 추후 제출하겠다고 했습니다. 골프빌리지는 본인이 서울에서 강릉까지 왔다갔다하다가 중간에 잠깐 머물렀다는 취지로 얘기했고요. 기사 딸린 차량 제공받은 것은 인정한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골프채의 경우에는 사달라고 부탁한 건 맞는데 본인이 그 가격을 지불했다는 취지로 진술한걸로 기억합니다.
▶변호사 : 지금 말하는 내용은 그때까지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을 때 업무관련성이나 대가관계와 관련해 확신을 가질 정도였나요?
▶박 전 비서관 : 기본적으로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일도 포함됐습니다. 그리고 차량 제공 부분은 인정했고, 항공권 같은 경우에도 하나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전혀 소명을 못했습니다. 충분히 기회를 줬는데도 안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수사의뢰하거나, 감사원 이첩할 정황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 "결정 권한은 수석(조국 전 장관)에게 있었다"
박 전 비서관은 유재수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비정상적'으로 종료됐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감찰 결과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정하는 권한은 민정수석, 즉 조국 전 장관에게 있었다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검찰은 박 전 비서관에게 유재수 전 부시장이 형사처벌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면서 왜 감찰이 유야무야 종료됐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고 물었습니다. 검찰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을 금융위원회 등에 공개하지 않는 식으로 조 전 장관의 범행에 가담했고, 박 전 비서관 역시 이들의 지시를 받아 감찰을 방해한 것으로 봤습니다.
이에 대해 박 전 비서관은 "결정 권한은 민정수석에게 있었고 전 수석님(조 전 장관)에게 감찰결과나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 제 의사를 충분히 말했습니다" 라고 답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의 변호인은 박 전 비서관이 감찰무마에 동의한 것은 조 전 장관의 지시뿐만 아니라 백원우 전 비서관의 의견도 고려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박 전 비서관은 재차 "결정권한은 수석에게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10월 23일 법정 발언>
▶조국 변호인 : 당시 백원우 전 비서관과 증인은 호형호제하면서 굉장히 가까웠고, 그 과정에서 이 사건이 사표수리로 끝나겠다고 짐작한건 아닌가요?
▶박 전 비서관 : 백 전 비서관이 그렇게 얘기했고, 그 당시에 감찰이 이뤄지지 않고 있던 그런 상황이어서 크게 반발하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조국 변호인 : 결과적으로 (감찰 종료에) 동의한 건 백원우 전 비서관의 입장도 고려한 건 맞죠?
▶박 전 비서관 : 음...그때 사표수리로 종료된다고 얘기 할 때는 백원우 전 비서관의 입장을 고려하고 그럴 상황은 아니었고요. 저는 충분히 제 의견을 개진했고 또 결국 어떻게 할지 권한은 수석에게 있는거고.
3. "조국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이날 박 전 비서관은 조국 전 장관의 국회 발언이나 검찰조사 진술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11월 조국 전 장관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유재수 첩보 조사 결과 비위첩보 자체의 근거가 약하다고 봤다"고 말했습니다.이에 대해 박 전 비서관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허위로 방어 논리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앞선 검찰조사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금융위가 하지 않은 것이고, 박 전 비서관이 업무를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 전 비서관은 역시나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은 박 전 비서관에게 왜 유재수 전 부시장 사건과 관련해 조국 전 장관의 지시를 보다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못했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 전 비서관은 "저는 그 전에 충분히 수사의뢰나 감사원 이첩 등 제 의견을 말씀드리고 보고서로 보고드렸지만 결국은…"이라며 "어떤 결정을 하는지는 최종결정권자가 수석님이니까 이미 의견을 다 개진한 입장에서 특별히 의견을 제시할 게 없었습니다"고 답했습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