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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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르면 연내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추진한다. 현재 연 24%를 연 20% 안팎으로 내리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대부업 등 금융회사의 ‘폭리’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자칫 신용등급 문제로 대출받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제도권 밖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어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연 24%로 규정돼 있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의원 발의 등 최고금리 인하 요구가 많다”며 “내달 법안소위에서 금융위 입장을 밝히고 의원 발의안과 조율해 처리되도록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홍 부총리는 “현행 법정 최고금리인 연 24%가 너무 높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높다고 본다”며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8년 금융위는 대부업법 시행령을 바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7.9%에서 연 24%로 낮췄다. 이번에도 정부 의지에 따라 이르면 연내라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과도한 최고금리 인하로 저신용자는 대출 자체가 불가능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민들 불법 사채시장으로 더 밀려날 듯
"최고금리 年20%로 낮아지면 86만명 제도권 금융 막혀"

2002년 연 66%였던 법정 최고금리는 여섯 차례에 걸쳐 2018년 24%까지 하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임기 내 최고금리를 연 20%로 내리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고금리를 연 10%로 내리자”는 주장까지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최고금리 인하 법안도 쏟아지고 있다. 송갑석 의원은 연 22.5%, 김철민·박홍근 의원은 연 20%, 문진석·김남국 의원은 연 10%로 명시한 대부업법·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내놨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추경호 의원이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추는 법안을 다음주께 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최고금리 인하가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통제인 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부터 제도권 금융에서 돈 빌릴 기회를 잃고 불법사채 시장으로 밀려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지난해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대부시장 저신용자 배제 규모 추정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고금리가 연 20%로 낮아지면 최대 86만 명의 저신용자가 합법 대부업에서 배제될 것”으로 추산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지난해 초 대부업체 250곳을 조사한 결과 연 24.0%로 최고금리가 인하된 이후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고 밝힌 곳이 24.7%였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서민들은 불법 사채 시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부업체는 정부에 등록해 관리·감독을 받지만 불법 사채는 정확한 통계 자료조차 잡히지 않는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이용자가 부담한 평균 금리는 연 110%(2018년 기준)였다.

이런 우려에 대해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서도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인하 필요성과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취약계층이 자칫 잘못하면 제도권 바깥으로 나가서 음성적으로 더 높은 금리에 노출될까 봐 그런 점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국가 가운데 최고금리가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일본 정도다. 일본 정부는 최고금리를 20%포인트(1991년 40%→2010년 20%) 내리는 데 19년이 걸렸다. 한국은 똑같은 20%포인트(2010년 44%→2018년 24%) 인하를 8년 만에 처리했다.

강진규/임현우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