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 매각에 나섰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대우조선해양 합병,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등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상장 전 투자유치(Pre-IPO)를 위해 KKR과 협상 중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그동안 소수의 글로벌 PEF를 대상으로 투자유치를 타진해왔다. 이 가운데 KKR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 단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양측이 판단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의 기업가치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약 2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KKR 측은 이보다 낮다고 보고 있다. 지분을 얼마나 매각할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30~40% 수준이 유력하다. 기업가치 2조원을 가정하면 최대 8000억원이 현대중공업에 들어온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현대중공업의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을 물적분할해 출범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건조한 선박과 타 선박의 AS 및 개조 등을 담당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합병이 마무리되면 일감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작년 매출 8090억원, 영업이익 1085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규제로 선박 개조 사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스크러버 수주와 함께 기존 선박연료유를 액화천연가스(LNG) 등 이중연료 사용으로 교체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구주매출을 통해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쓸 ‘실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자회사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매각해 1조3749억원을 확보했다.

KKR은 올해 한국에서 활발하게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지난 8월 홍콩계 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폐기물업체 에코그린홀딩스를 875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약 4400억원을 들여 TSK코퍼레이션 지분도 사들였다.

차준호/최만수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