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덕수궁에서 현대미술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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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플랜트 아시아 2020…이불·이우환 등 33명 작품 전시
덕수궁 유일의 2층 목조 건물인 석어당에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이불의 설치작품 ‘키아즈마(Chiasma)’가 걸려 있다. 키아즈마는 세포분열에서 염색체가 교차하는 현상이다. 염색체 사이에 일어나는 유전적 물질 교환의 결과 염색분체가 X자 형태로 꼬인 새로운 조합을 이루는 상황을 표현한 2005년도 작품이다. 함녕전 행각에는 또 다른 세계적 설치작가 양혜규의 ‘중간 유형’ 시리즈 ‘소리 나는 깜깜이 털투성이 포옹’이 걸려 있다.
가을색이 짙어가는 덕수궁에 현대미술품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서울정동동아시아예술제위원회와 중구청 주최로 열리고 있는 예술축제 ‘아트 플랜트 아시아(Art Plant Asia) 2020’이다. 주제전시 ‘토끼방향 오브젝트’를 비롯해 국제 학술세미나, ‘갤러리 데이’ 등의 행사가 이어진다.
‘토끼방향 오브젝트’는 덕수궁이 자리한 정동(貞洞)과 발음이 같은 정동(正東)이 묘방(卯方), 즉 토끼방향을 의미했다는 점에 착안해 설정한 주제다. 박수근 김홍주 윤형근 이우환 박서보 김창열 등 한국 근현대 작가 11명, 강서경 김희천 양혜규 이불 등 동시대 대표작가 19명, 싱가포르의 호추니엔을 비롯한 아시아 작가 3명 등 총 33명의 작품이 전각과 행각, 야외공간에 펼쳐졌다.
함녕전을 둘러싼 행각에는 김홍주 김창열 윤형근 이우환 박서보 등 대가들의 작품과 박정혜, 박광수, 슬기와 민, 박경률, 이우성, 양혜규 등의 작품이 전시됐다. 문화재인 고궁의 목조 건물을 훼손하지 않도록 작품들을 가벽에 걸거나 바닥에 놓았다. 김창열의 ‘물방울 no.3’, 윤형근의 ‘엄버블루 78’,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박서보의 ‘묘법 no 21-75’ 등의 작품을 고풍스러운 궁궐 전각에서 만날 수 있다.
고종이 외교사절을 맞이했던 정관헌에서는 김희천 차재민 정은영 작가 등의 영상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덕수궁의 건축물과 역사, 아름다운 야외공간을 활용한 구동희 오종 정지현 최고은 작가 등의 커미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비상(飛翔)’이라는 키워드로 조회되는 전국 공공조형물의 이미지를 입체로 재구성해 덕수궁 연못에 띄운 구동희의 ‘비상-수평선’, 중화전 앞 해태상을 재구성한 정지현의 ‘에브리 해태’, 궁궐 내 굴뚝과 소화전의 원형을 대리석 판석재로 재가공한 최고은의 조각 ‘오페쿨러’ 등이 눈길을 끈다.
궁궐 건물을 활용한 전시여서 관객들은 영상 등 일부 작품을 제외하면 전각 밖에서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 자연광의 반사나 그림자가 감상에 방해되기도 하고, 대가들의 고가 작품은 작품 보호를 위해 설치한 유리벽의 반사광 때문에 제대로 보기가 어려운 점은 아쉽다. 덕수궁 입장료(1000원) 외에 별도 관람료는 없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가을색이 짙어가는 덕수궁에 현대미술품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서울정동동아시아예술제위원회와 중구청 주최로 열리고 있는 예술축제 ‘아트 플랜트 아시아(Art Plant Asia) 2020’이다. 주제전시 ‘토끼방향 오브젝트’를 비롯해 국제 학술세미나, ‘갤러리 데이’ 등의 행사가 이어진다.
‘토끼방향 오브젝트’는 덕수궁이 자리한 정동(貞洞)과 발음이 같은 정동(正東)이 묘방(卯方), 즉 토끼방향을 의미했다는 점에 착안해 설정한 주제다. 박수근 김홍주 윤형근 이우환 박서보 김창열 등 한국 근현대 작가 11명, 강서경 김희천 양혜규 이불 등 동시대 대표작가 19명, 싱가포르의 호추니엔을 비롯한 아시아 작가 3명 등 총 33명의 작품이 전각과 행각, 야외공간에 펼쳐졌다.
함녕전을 둘러싼 행각에는 김홍주 김창열 윤형근 이우환 박서보 등 대가들의 작품과 박정혜, 박광수, 슬기와 민, 박경률, 이우성, 양혜규 등의 작품이 전시됐다. 문화재인 고궁의 목조 건물을 훼손하지 않도록 작품들을 가벽에 걸거나 바닥에 놓았다. 김창열의 ‘물방울 no.3’, 윤형근의 ‘엄버블루 78’,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박서보의 ‘묘법 no 21-75’ 등의 작품을 고풍스러운 궁궐 전각에서 만날 수 있다.
고종이 외교사절을 맞이했던 정관헌에서는 김희천 차재민 정은영 작가 등의 영상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덕수궁의 건축물과 역사, 아름다운 야외공간을 활용한 구동희 오종 정지현 최고은 작가 등의 커미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비상(飛翔)’이라는 키워드로 조회되는 전국 공공조형물의 이미지를 입체로 재구성해 덕수궁 연못에 띄운 구동희의 ‘비상-수평선’, 중화전 앞 해태상을 재구성한 정지현의 ‘에브리 해태’, 궁궐 내 굴뚝과 소화전의 원형을 대리석 판석재로 재가공한 최고은의 조각 ‘오페쿨러’ 등이 눈길을 끈다.
궁궐 건물을 활용한 전시여서 관객들은 영상 등 일부 작품을 제외하면 전각 밖에서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 자연광의 반사나 그림자가 감상에 방해되기도 하고, 대가들의 고가 작품은 작품 보호를 위해 설치한 유리벽의 반사광 때문에 제대로 보기가 어려운 점은 아쉽다. 덕수궁 입장료(1000원) 외에 별도 관람료는 없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