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가 자사 직원을 도요타자동차 등 다른 회사로 임대 보내는 이례적인 대책을 내놓는다. 올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5000억엔(약 5조3800억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되자 고정비를 줄이려는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2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ANA는 27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도요타 등 복수의 기업에 자사 직원의 파견을 받아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ANA의 직원 임대는 소속을 ANA로 유지한 채 도요타 등 상대 기업과 복수의 고용계약을 맺고 새 회사 직원과 같은 대우를 받는 ‘출향’이라는 방식이다. 파견회사 소속으로 원청기업으로부터 업무 명령만 받는 파견과는 차이가 있다. 출향 방식에 따라 앞으로 ANA와 고용계약을 해지하고 도요타 등 상대 기업 직원으로 전직도 가능하다.

ANA가 다른 기업에 자사 직원의 고용을 부탁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내린 것은 고정비의 30%를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ANA는 직원 임대 외에도 2022년까지 신입직원 채용을 중단하고, 자사 직원의 전직을 유도해 직원 수를 3500여 명 줄일 계획이다. 이는 4만6000명에 달하는 전체 직원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이 밖에 직원 급여 삭감, 대형 항공기 매각 등을 통해 올해 800억엔의 비용을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5000억엔의 적자가 예상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데 따른 생존 전략이다.

비용 절감과 함께 항공사업에 쏠린 사업구조를 바꾸는 작업에도 착수한다. 산케이신문은 ANA그룹이 4000만 명에 달하는 마일리지 회원 정보를 활용해 보험 등 금융사업을 벌이는 ‘ANA X’와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ANA 세일즈’ 등 2개의 자회사를 내년 초 신설한다고 보도했다.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 현재 75%에 달하는 항공사업 비중을 낮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ANA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한 번 더 유행하면 회사가 끝나버리고 말 것”이라고 했다.

일본 2위 항공사인 일본항공(JAL)도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는 30일 실적을 발표하는 JAL이 올 3분기 850억엔의 순손실을 냈다고 보도했다. 항공 여객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급감하면서 시장에서 예상한 것(715억엔 적자)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