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검 '화환 행렬' 이유 외면하는 여당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4일 SNS에 “국정감사를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 스스로가 검찰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밝혀냈다”고 적었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감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는 등 윤 총장의 작심 발언을 문제 삼은 글이었다.

박 위원장은 지금의 검찰 상황을 “추미애와 윤석열의 싸움이 아니라 검찰개혁 완수와 저항의 막바지 전쟁”이라고 규정짓는 등 윤 총장을 일방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난데없이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화환을 보낸 윤 총장 지지자들까지 겨냥했다. 박 위원장은 “일반 국민에 대한 기소율은 40%가 넘고 검사 범죄에 대한 기소율은 1%도 안 되는 현실엔 분노하지 않고 대검에 ‘윤석열 힘내라’고 화환을 보내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모든 어려움을 뚫고 검찰개혁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이번에는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일 한 시민이 윤 총장을 응원하는 뜻에서 화환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현재 대검 정문 양옆에는 100개가 넘는 화환이 줄지어 서 있다. 화환에는 ‘윤석열 총장님 파이팅’ ‘힘내세요’ ‘윤석열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등의 문구가 붙어 있다.

범여권인 열린민주당의 황희석 최고위원도 화환을 보낸 윤 총장 지지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황 최고위원은 24일 SNS에 화환 사진을 게시하며 “나는 이런 사진을 보면서 ‘후지다’는 세 글자가 떠올랐다”고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로 알려진 진혜원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는 같은 날 SNS에 “조직폭력배들은 해당 영역에서 위세를 과시하려고 분홍색·붉은색 꽃을 많이 쓴다”며 “서초동에 ‘대검나이트(클럽)’라도 개업한 줄 알았다”고 비꼬았다.

범여권 인사들의 대검 화환 비판을 두고 ‘어이없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관련 인터넷 기사에는 ‘화환은 민주당과 정부의 독주에 대한 반감이란 걸 알아야 한다’ ‘국민이 촛불 대신 마음을 전한 것’ ‘그동안 국민이 윤 총장처럼 할 말이 많음에도 참고 있었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은 윤 총장이 아니라 추미애 장관’ 등의 댓글이 대거 올라오고 있다. 대검 화환 비판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5일 SNS에 얼마 전 법무부 청사에 줄지어 놓였던 추 장관 응원 꽃바구니 사진을 게시하며 “신장개업 나이트클럽 ‘법무’”라고 꼬집었다.

국민은 낮은 검사 범죄 기소율보다 아들의 군 특혜 의혹과 관련해 거짓말로 일관한 추 장관, 선거법 위반 혐의가 짙었던 고민정·윤건영 민주당 의원 등 친문 의원들에 대한 무혐의 처분에 먼저 분노하고 있다. 추 장관이 ‘검찰개혁’으로 포장한 ‘검찰 길들이기’를 계속한다면 대검 화환 행렬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