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가짜뉴스 확산 등을 방관했다는 이유로 '페이크북'이란 비아냥을 들어왔던 페이스북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오명을 벗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자체 알고리즘 제어 툴(도구)을 미 대선 관련 포스팅에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 6월 발생했던 글로벌 기업들의 '페이스북 보이콧' 움직임이 또다시 일어나는 것도 방지하려는 의도다.

"페북이 미얀마 학살 방조" 과거 비난

페이스북이 혐오를 조장하거나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특정 게시물의 확산 속도를 늦추고, 사용자들에게 공개되는 콘텐츠를 변경하는 등의 알고리즘 제어 도구를 새롭게 적용하기로 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은 얼마 전 공화당 및 민주당에서 선거 관련 전문가들을 영입해 대선 관련 콘텐츠 검토 및 규제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알고리즘 제어 도구가 새롭게 적용되면 사용자가 페이스북에 로그인했을 때 홈피드 화면에 나타나는 대선 관련 콘텐츠들이 기존보다 훨씬 더 정제되고 제어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즉 선거와 관련된 선정주의 및 폭력을 조장하는 피드나 잘못된 정보, 가짜 뉴스 등의 확산 속도가 늦춰지고 노출되는 콘텐츠가 대폭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또 일부 콘텐츠 삭제에 대한 규칙 변경 권한도 부여된다.

페이스북이 이번에 사용하는 알고리즘 제어 도구는 과거 미얀마와 스리랑카 등 일부 국가에서 인종 차별이나 정치 문제 등을 해결할 때 썼던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2017년 미안먀 내 이슬람교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이 정부로부터 학살 등 탄압받을 당시 로힝야족과 관련된 가짜뉴스가 페이스북에 광범위하게 확산됐으나 페이스북은 이를 방관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았다. 이듬해인 2018년 유엔은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려 "페이스북이 로힝야 학살 사태 당시 폭력 및 인종청산 등을 방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페이스북은 "폭력적이거나 혐오스러운 가짜 콘텐츠가 널리 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관련 기술을 개선하는데 신속하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란 성명을 내기도 했다.

"트럼프의 선동적 게시물, 이젠 삭제"


페이스북의 이같은 행보는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게시물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논란을 조장할 여지가 있는 인종차별적, 폭력적인 게시글을 올리자 트위터는 이에 경고 딱지를 붙이고 글을 숨겼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면서 이를 내버려두자 페이스북의 조치에 분노한 많은 글로벌기업들이 광고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 내부에서도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조치에 많은 직원들이 반기를 드는 등 내홍도 심했다. 결국 페이스북은 뒤늦게 폭력을 선동하거나, 투표를 방해하는 글을 삭제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WSJ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이같은 알고리즘 제어 도구를 대선 기간 중 폭력적 콘텐츠가 유통되거나 기타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만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앤디 스톤 페이스북 대변인은 "우리는 더 안전한 선거를 위해 수년간 투자했다"며 "이전 대선 경험을 적용하고 전문가를 영입하고 각 분야에 팀을 신설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같은 도구가 악용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즉 페이스북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특정 게시물 노출 및 확산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일부 페이스북 직원들도 대선 중 페이스북의 관여에 특정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들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은 이번 선거를 통해 과거의 오명을 씻는다는 각오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피드 상단에는 투표정보센터가 추가됐으며 로이터통신과 제휴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식 선거 결과를 제공할 계획이다. 조기 승리를 선언하는 등 가짜 게시물엔 경고 딱지를 붙일 것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투표와 관련된 가짜뉴스 게시물을 삭제할 예정이다. 아울러 11월 3일 선거 이후 미국의 모든 정치 광고를 무기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