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진=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진=뉴스1)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븐 승준 유)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입국 허가를 청했다.

유승준은 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적어도 저는 병역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승준은 해당 글에서 "20대 초반이었고 미국 영주권을 가진 재미교포 신분으로 활동했다. 조금 반항적이었던 청소년기를 이겨내고 이루었던 꿈이어서 그랬는지, 저는 당시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고 올바르게 살고자 했으며, 더 나아가 다음 세대들에게 모범이 되려고 늘 노력했다"면서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기부하는 일에도 앞장 섰으며 금연 홍보대사등의 활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 힘썼다"고 밝혔다.

이어 "2002년 2월 한순간의 선택으로 그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졌다"며 "제가 미국 시민권을 선택한 대가로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병역기피자라는 낙인과 함께 무기한 입국금지 대상자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군에 입대하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저는 데뷔 때부터 이미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이민을 간 영주권자였고, 그 무렵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으면 영주권마저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승준은 "팬들의 신의를 저버리고 현실적인 실리를 선택한 비겁한 행동이었다고 비판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적어도 저는 병역법을 어기지 않았다. 제가 내린 결정은 합법적이었으며 위법이 아니면 법적 재제를 가할 수 없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국정감사에서 장관님께서 저에게 비자 발급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다"면서 "그 전에 제가 가지고 있던 인기와 명예, 좋은 이미지는 이제 어디가도 찾아볼 수 없다. 지금 군에 입대하거나 복무 중인 젊은 청년들 대다수가 저를 모르는 세대들이다. 저는 이미 잊혀져도 한참 잊혀진, 아이 넷을 둔 중년 아저씨에 불과하다"고 호소했다.

유승준은 강경화 장관에게 "제가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으로 보이시나"라며 "대한민국의 안보, 질서와 외교관계가 정말 저 같은 일개 연예인의 영향력으로 해침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시나"라고 반문했다.
유승준, 강경화 장관 향해
유승준, 강경화 장관 향해 "입국 금지는 인권침해" /사진=SNS
유승준은 "제가 과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선택은 이민자들로서는 지극히 흔하고 당연한 선택이었고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었다"면서 "팬들을 실망시킨 잘못에 대한 평가는 팬들이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관님께서 부디 저의 무기한 입국금지 문제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고민해 주시고 이제는 저의 입국을 허락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앞서 강경화 장관은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스티브 유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법원 판결 후) 다시 이 사안을 검토했다”면서 "다시 비자 발급을 허용치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유씨가 최근 재차 소송을 낸 것과 관련, 강 장관은 “(대법원이 유씨를) 꼭 입국시키라는 취지에서가 아니고 절차적인 요건을 다 갖추라고 해서 외교부의 재량권 행사를 위법하다고 판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종화 병무청장은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병무청 입장에서는 (유씨의) 입국이 계속 금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모 청장은 당시 “스티브 유는 한국 사람이 아니고 미국 사람”이라며 “만약 그가 입국한다면 이 순간에도 신성하게 병역의 의무를 지고 있는 장병들이 얼마나 상실감이 크겠느냐”고도 말했다.

유씨는 과거 국내에서 인기 가수로 활동할 때 병역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가 2002년 입국을 제한당했다. 이에 그는 재외동포 비자로 입국하게 해 달라고 신청했으나, 비자 발급을 거부당해 국내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