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코로나19의 고용 충격이 아르바이트생 등 비정규직에 더 큰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20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올해 6~8월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71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만8000원 줄었다. 반면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1년 전보다 6만9000원 증가한 323만4000원이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는 152만3000원으로, 작년 기록했던 사상 최대치(143만6000원)를 또 경신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일시휴직에 들어가거나 근로시간이 감소한 비정규직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비정규직 시간제 근로자의 임금(-2만6000원)이 특히 많이 감소했다. 노동조합의 강력한 보호를 받는 정규직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임금이 증가한 반면 고용보호가 약한 비정규직은 임금 삭감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8월 기준 36.3%였다. 비정규직 비중은 2012~2018년엔 32~33% 수준이었으나 작년 36.4%로 뛰었고 올해도 비슷했다. 이는 2007년 3월(36.6%)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 정부는 2017년 출범 직후부터 비정규직 감축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왔으나 비정규직 비중이 되레 늘어나는 역설적인 결과가 벌어진 셈이다. 정부 정책 영향으로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 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고용 조정이 상대적으로 쉬운 비정규직 채용이 늘어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를 두고 통계청은 “2019년 이전과 이후 비정규직 비중 통계는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에 통계 설문 문항을 일부 바꾼 영향으로 그간 포착되지 않았던 비정규직 근로자가 지난해부터 대거 포착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현 정부 들어 비정규직이 급증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통계청 조사는 일부 설문 문항을 바꿨다고 이전과 결과가 확 바뀔 정도로 부실하게 설계돼 있지 않다”며 “일자리 정책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가리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