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상속인들이 물어야 할 상속세는 11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올 상반기 삼성전자가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쓴 10조5851억원보다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난 4월 통과된 1차 추경 예산안(11조7000억원)과 맞먹는다.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6년에 걸쳐 나눠 낸다고 해도 매년 2조원을 납부해야 한다.

수천억 배당받아도 매년 2兆 내기 어려워…결국 지분 매각해야
유족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그동안 모아 온 배당금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수 일가가 상장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총 2조7716억원이다.

이 중 이 회장이 받은 배당금이 1조7988억원이다. 유족들이 이 돈을 물려받으려면 최고 세율에 해당하는 50%(상속가액 30억원 이상)를 세금으로 내야 해 상속인들이 실제 받는 돈은 절반인 9000억원 수준이다. 이 기간 이 부회장이 받은 배당금도 지난해 1427억원을 포함해 5041억원이다. 이 부회장은 수입이 배당금뿐이며 보수는 2017년부터 받지 않고 있다. 시장에선 이 부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1조원 남짓으로 납부해야 할 상속세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수순은 지분 매각이다. 상속인들이 팔 수 있는 주식은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76%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있어 주식을 매각해도 삼성물산을 통해 우회적으로 삼성전자 등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27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은 13조2800원이다. 유족들이 삼성생명 주식을 전량 매각할 경우 2조6000억원 안팎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 회장이 상속하는 삼성SDS 지분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 이 회장과 이부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9.2%와 3.9%다. 이날 기준 삼성SDS의 시가총액은 14조54억원. 이 회장 부자의 지분을 모두 팔면 1조8000억원 선의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

현금에 더해 주식까지 매각해도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최대 6조원 정도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