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때 야당 "특검 수용하라" 고함 쳐
퇴장 때 여당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환호·야유 뒤섞인 시정연설…與 박수 26번·野 "나라가 왜이래'
28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국민의힘이 주호영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 경호처의 수색에 거세게 항의하면서 본회의장은 문 대통령 입장 전부터 시끄러웠다.

연설 중에도 여당에서는 26번에 달하는 박수가 나왔지만, 야당쪽에서는 야유와 항의의 목소리만 들렸다.

◇ '주호영 수색'에 날선 野…"나라가 왜이래"
주 원내대표는 대통령 연설에 앞서 진행된 사전 환담에 참석하려다 청와대 경호처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주 원내대표가 자신의 이름과 신분을 밝혔으나 경호처 직원은 스캐너로 신체 수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국회의사당 내에서 야당 원내대표의 신체 수색을 함부로 하는 것은 의회에 대한 노골적 모욕"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대부분 검은 마스크를 쓰고 본회의장에 들어온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와대의 사과를 요구하며 고함을 질렀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사실을 확인한 후에 합당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야당의 목소리는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박수를 보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책상 위 화면 전면에 '이게 나라냐' '나라가 왜이래'라고 쓰인 피켓을 붙인 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박수와 고성이 엇갈리는 가운데 본회의장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야당 쪽으로는 별다른 시선을 두지 않고 의원들에게 목례를 건네며 곧장 연단으로 향했다.
환호·야유 뒤섞인 시정연설…與 박수 26번·野 "나라가 왜이래'
◇ "2050년 탄소 중립"에 與 기립박수…"대통령님 존경합니다" 응원도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 5분부터 39분간 파워포인트(PPT)를 활용해 확실한 방역 안정과 경제 반등을 강조하며 연설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K-방역', 기업 실적 개선, 기후 변화 대응을 언급하는 대목 등에서 26번 박수를 쳤다.

특히 문 대통령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말했을 때와 연설을 마무리할 때는 긴 기립박수가 나왔다.

다만 연설 중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서해상 공무원 피격 등을 언급할 때는 야당 쪽에서 고성과 항의가 쏟아졌다.

특히 여야 협치를 강조할 때는 "거짓말 하지 말라"는 고함이 들리기도 했다.

10시 44분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은 야당 의원 쪽을 지나 퇴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책상 앞에 붙여뒀던 피켓을 떼어내 문 대통령 쪽으로 들어보였지만, 문 대통령은 특별한 동요없이 걸음을 옮겼다.

문 대통령은 이후 본회의장 뒤편에 있는 민주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눈 뒤 문을 나섰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국회의사당 본관으로 들어올 때 양쪽으로 도열해 '국민의 요구 특검법 당장 수용하라' '특검법 거부하는 민주당은 각성하라' '특검으로 진실규명, 대통령은 수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지만, 연설을 마친 뒤에는 시위를 하지 않았다.

퇴장 때는 민주당 당직자,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문재인대통령님,존경합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문 대통령을 응원하며 환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