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늑장수사에 시효 만료…차명 휴대폰 요금 174만원 `발목'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지 7년여 만에 법원의 첫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오랜 시간을 지체한 탓에 핵심 의혹인 '별장 성접대'와 일부 뇌물수수 혐의 등은 모두 무죄 또는 면소 판결이 나와 만시지탄이란 아쉬움을 남겼다.

김학의 7년7개월만에 첫 유죄…성접대 혐의 단죄 못해(종합)
김 전 차관의 뇌물 수수 의혹은 2012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부인은 한 여성이 남편과 내연관계라며 간통죄로 고소했는데, 고소당한 여성은 도리어 자신이 성폭행당했다고 맞섰다.

이 여성이 윤씨를 강간 등 혐의로 고소하는 과정에서 '별장 성접대 동영상'이 처음 수면 위로 올랐다.

김 전 차관이 2013년 3월 법무부 차관에 내정되자 이 동영상에 그가 등장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결국 언론 보도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결국 김 전 차관은 임명 엿새 만에 차관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후로도 사건은 검찰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찰은 성접대 동영상을 입수해 윤씨를 구속했으나, 김 전 차관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은 검찰이 반려했다.

김 전 차관이 건강 문제를 이유로 수차례 소환 요구에 불응하자 경찰은 그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가 방문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수사 끝에 같은 해 7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4개월 뒤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자신이 영상 속 여성이라고 주장해온 A씨는 검찰의 처분에 반발해 2014년 7월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검찰은 2015년 1월 김 전 차관을 재차 무혐의 처분했고, 이에 A씨가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으나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족한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 사건을 재조사 대상에 포함해 지난해 4월 검찰에 정식 조사를 권고했다.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지 6년여 만인 지난해 6월 김 전 차관을 윤씨와 함께 구속기소 했지만, 단죄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김학의 7년7개월만에 첫 유죄…성접대 혐의 단죄 못해(종합)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 과정에서 성접대 의혹은 1억원의 제3자 뇌물수수와 3천만원 상당의 수뢰 혐의와 한 덩어리로 취급됐다.

하지만 1억원의 제3자 뇌물수수죄가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되면서 성접대와 3천여만원 수뢰 혐의까지 아예 판단 대상에서 제외됐다.

1억 미만의 뇌물수수 혐의는 공소시효가 10년인데 무죄로 판단된 금액을 제외하면 1억원에 못 미쳐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별장 성접대와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는 면소로 유무죄 판단조차 받지 못했다.

다만 진위 공방이 있었던 성접대 동영상 속 인물은 김 전 차관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뿐이다.

김 전 차관의 혐의 시점이 대부분 2000년대 중반 이후인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이 2013년이나 2015년에 무혐의 처분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결론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28일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의 실형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천3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성접대 관련 뇌물수수와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선 1심과 같은 판단을 했지만, 별도 혐의인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4천3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과 달리 유죄가 나온 것은 최씨가 2009∼2011년 대납한 김 전 차관의 차명 휴대전화 요금 174만원의 대가성이 인정된 결과다.

혐의 액수 중 나머지 4천여만원은 모두 수수 시점으로부터 10년이 지나 기소됐지만, 하나의 죄로 묶인 휴대전화 요금이 아직 10년이 지나지 않아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된 것이다.

앞서 1심은 휴대전화 요금 대납을 사실로 보면서도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무죄로 판단했고, 나머지 액수도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간주됐다.

한편 이번 판결은 김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 지 약 7년7개월 만에 나온 첫 법원의 유죄 판단이다.

김 전 차관 측이 상고할 의사를 밝혀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이 남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