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건희, '일 한번 벌여보자'…고대·성대 합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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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인터뷰
"이건희 회장은 스케일 남다른 분
'한국 넘어 세계 최고 사학 만들자' 강조"
"우여곡절 끝에 결국엔 무산"
"이건희 회장은 스케일 남다른 분
'한국 넘어 세계 최고 사학 만들자' 강조"
"우여곡절 끝에 결국엔 무산"
25일 작고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생전 고려대와 성균관대 재단 합병을 추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사진)은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총장 재직 시절 이 회장의 아이디어에 따라 2003년부터 고대와 성대 재단 합병 프로젝트를 2년 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은 당시 고려대 100주년(2005년)을 맞아 기부금 550억원을 쾌척했다. 어 전 총장은 "도서관과 박물관이 필요하다는 얘기에 이 회장이 '해외 대학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건물을 짓자'며 거금을 내어주셨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 덕에 영국 옥스포드 대학 중앙도서관 규모로 도서관을 짓고, 국내 대학 박물관 중 가장 큰 규모로 박물관을 건립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왕 일을 벌일 것이라면 세계 일류 대학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재단 통합을 제안했다고 한다. 어 전 총장은 "이 회장의 스케일이 남다르다는 것을 그때 체감했다"며 "한국에서 경쟁하는 대학이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의 사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얘기했다. 삼성재단은 1996년부터 성균관대 운영을 맡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대학(UC) 재단같은 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하자는 취지였다고 어 전 총장은 설명했다. UC 재단은 UC 버클리, UC 얼바인 등 10개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어 전 총장은 "한 재단 아래 두 학교를 운영하면서 서로 교류하고 상호보완하도록 계획했다"며 "두 학교 모두 삼성의 지원을 받을 것도 자명했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문과계열이 강한 고려대와 이공계열이 강한 성균관대가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운영하려고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 전 총장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2005년 이 회장에게 명예철학박사를 수여하기로 했던 것은 단순히 기부금 때문이 아니라 재단통합을 공식화하려던 기념하려던 것이었다"고 했다. 어 전 총장에 따르면 당시 이 회장은 명예박사 학위를 극구 거부했다. 그는 "이 회장이 자신의 모교인 와세다대학에서 명예박사를 주겠다고 했을 때도 거절했고, 학위에 관심도 없다며 사양했지만 내가 끝까지 강권해 결국 받기로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05년 5월2일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식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다. 일부 학생들이 "돈으로 명예박사학위를 샀다"며 기습시위에 나선 것. 이건희 회장은 행사장에 들어가던 중 시위대 때문에 곤욕으르 치르기도 했다.
어 전 총장은 "우여곡절 끝에 재단 통합 프로젝트는 없었던 일이 됐다"며 "완성단계까지 갔다가 엎어진 것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당시 고려대 대외협력처장이었던 이두희 고려대 경영학 교수도 "성대와 고대 재단을 통합하려던 것은 사실"이라며 "귀빈들을 모시고 진행하려던 학위 수여식도 취소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만 참석한 채 조촐하게 행사를 치렀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이건희 회장은 당시 고려대 100주년(2005년)을 맞아 기부금 550억원을 쾌척했다. 어 전 총장은 "도서관과 박물관이 필요하다는 얘기에 이 회장이 '해외 대학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건물을 짓자'며 거금을 내어주셨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 덕에 영국 옥스포드 대학 중앙도서관 규모로 도서관을 짓고, 국내 대학 박물관 중 가장 큰 규모로 박물관을 건립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왕 일을 벌일 것이라면 세계 일류 대학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재단 통합을 제안했다고 한다. 어 전 총장은 "이 회장의 스케일이 남다르다는 것을 그때 체감했다"며 "한국에서 경쟁하는 대학이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의 사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얘기했다. 삼성재단은 1996년부터 성균관대 운영을 맡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대학(UC) 재단같은 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하자는 취지였다고 어 전 총장은 설명했다. UC 재단은 UC 버클리, UC 얼바인 등 10개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어 전 총장은 "한 재단 아래 두 학교를 운영하면서 서로 교류하고 상호보완하도록 계획했다"며 "두 학교 모두 삼성의 지원을 받을 것도 자명했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문과계열이 강한 고려대와 이공계열이 강한 성균관대가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운영하려고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 전 총장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2005년 이 회장에게 명예철학박사를 수여하기로 했던 것은 단순히 기부금 때문이 아니라 재단통합을 공식화하려던 기념하려던 것이었다"고 했다. 어 전 총장에 따르면 당시 이 회장은 명예박사 학위를 극구 거부했다. 그는 "이 회장이 자신의 모교인 와세다대학에서 명예박사를 주겠다고 했을 때도 거절했고, 학위에 관심도 없다며 사양했지만 내가 끝까지 강권해 결국 받기로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05년 5월2일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식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다. 일부 학생들이 "돈으로 명예박사학위를 샀다"며 기습시위에 나선 것. 이건희 회장은 행사장에 들어가던 중 시위대 때문에 곤욕으르 치르기도 했다.
어 전 총장은 "우여곡절 끝에 재단 통합 프로젝트는 없었던 일이 됐다"며 "완성단계까지 갔다가 엎어진 것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당시 고려대 대외협력처장이었던 이두희 고려대 경영학 교수도 "성대와 고대 재단을 통합하려던 것은 사실"이라며 "귀빈들을 모시고 진행하려던 학위 수여식도 취소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만 참석한 채 조촐하게 행사를 치렀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