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7시 30분쯤에는 이 회장의 영결식이 약 1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운구 차량은 오전 8시 50분쯤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떠났으며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을 태운 버스도 이 회장의 운구를 뒤따랐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삼성 주요 임직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운구 행렬은 이 회장이 거주하던 서울 용산구 자택과 집무실로 쓰던 승지원,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 일군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등에서 임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장지로 향할 예정이다.
장지는 경기도 수원의 가족 선영이다.
이 회장이 영면에 들면서 이 회장의 유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이 18조 원에 달하는 재산의 상속을 어떤 방식으로 정해 놓았는지에 따라 삼성그룹의 승계와 지배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사법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망인의 재산으로 18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재산이 있고 이 재산이 누구에게 얼마나 상속이 될 것인지 그리고 과연 유언장이 존재하는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만약 유언장이 없다면 상속법에 의하여 법정상속분은 배우자가 1.5지분, 자녀들이 각 1지분씩이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상속인들이 합의가 된다면 그 합의대로 상속재산은 분할이 될 것이다. 상속재산 분할을 하거나, 협의를 이룰 수 없다면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하여 기여분과 특별수익을 고려한 구체적 상속분대로 상속재산을 나누면 된다. 그러나 유언장이 존재한다면 일단 유언장의 내용대로 상속재산이 분할이 될 것이며 유언으로 재산을 받지 못한 사람은 유류분을 주장하여 원래 상속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재산을 받을 수 있다.
이인철 변호사는 "만일 유언장이 존재한다면 고 이 회장이 쓰러지기 전 즉 의식이 명료한 상태에서 유언장을 작성한 것인지 아니면 쓰러지고 병상에서 의식이 불명료한 상태에서 작성한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면서 "만약 정신인지능력이 건강한 상태에서 작성한 유언장은 당연히 효력이 있겠지만 쓰러진 후 의식이 불명료한 상태에서 작성한 유언장이 과연 효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중환자의 유언능력에 대하여 우리 법원 판례는 유언의 효력을 인정한 판례와 무효라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면서 "민법에서는 유언방식에 대하여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의 5종으로 하고 있는데 이 회장 사건의 경우에는 자필증서나 다른 방식의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고 긴박한 상황에서 구두로 유언을 하는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을 생각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어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해 부득이한 경우에 유언자가 2인 이상의 증인의 참여로 그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두로 전하고 그 구수를 받은 자가 이를 필기 낭독해 유언자의 증인이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해야 된다"면서 "증인 또는 이해관계인이 급박한 사유 종료일부터 7일 내에 법원에 검인을 신청해야 한다. 보통 유언한 날에 급박한 사유가 종료한 것으로 보는데 반드시 유언자가 사망한 뒤에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언자가 위독하다는 등 급박한 사유가 있어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을 했는데, 상태가 호전됐다면 그로부터 7일 안에 검인을 신청해야 한다"면서 2006년 있었던 판결을 예로 들었다. "전처 사이에 아들이 있었던 남편은 아내와 재혼하게 됩니다. 남편은 재혼 후 고령으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식사도 못 하는 상태가 됩니다. 또 천장의 전깃줄을 뱀이라고 하는 등 정신도 온전치 않았는데요. 백혈병과 위암으로 위독해진 남편은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아내는 위독하던 남편의 병원 입원실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유언을 받아내기로 합니다. 변호사와 회사직원, 운전기사 등이 입회한 가운데 변호사가 유언 내용을 불러주면,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음’, ‘어’ 하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유언장을 작성한 겁니다. 유언장은 ‘전처소생의 아들에게는 일체의 유산 없이, 재혼한 후처에게 회사 3개와 건물 등 부동산, 예금 등 전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틀 후 남편은 사망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전처의 손자, 손녀가 유언장 무효소송을 낸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유언장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는 '망인이 병과 고령으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식사도 못하고 부축 없이는 일어나 앉지도 못하며, 큰며느리를 몰라보거나 천장의 전깃줄을 뱀이라고 하는 상황에서 변호사가 불러주는 내용에 ‘음’ ‘어’라고 대답한 것만으로는 유언을 구술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면서 "결국 법원은 전처의 손자, 손녀 편을 들어 유언장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고 재력가 남편 사망 이틀 전에 유언을 끌어내 전 재산을 차지하려던 후처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언자가 판단능력과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언이 가능하다.
"치매와 기도절개수술을 해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재력가 노인이 있었습니다. 오래전에 치매에 걸린 상태였고 호전되기도 했지만 온전한 의식은 오락가락한 상태입니다. 유언장에 ‘전 재산을 장남만 빼고 아내와 나머지 자녀들에게 준다’고 작성하였습니다. 3개월 뒤에 사망하자 장남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아버지 유언은 치매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 무효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1심 법원은 '치매 노인이더라도 유언할 당시 의식이 뚜렷했다고 보이기 때문에 유효'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는 '치매에 걸린 노인이고, 기도수술을 해서 말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작성된 유언장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대법원에는 다시 '유언장이 유효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비록 치매노인이더라도 유언 당시에 의사결정능력이 있었고, 기도절개수술을 했다고 해도 언어적 표현은 가능한 것으로 보아 유언장은 유효하다고 본 것입니다."
이 변호사는 "고 이 회장의 유언장이 만약 존재한다면 과연 그가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의 건강상태 특히 정신건강상태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라면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있고 의사표현을 하는 상태라면 구수증서 등 유언의 효력이 있을 수 있지만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고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유언장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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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