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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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투자 조언을 하는 유사투자자문업 제도의 존폐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유사투자자문업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주식 리딩방’ 등 불건전 영업행위의 온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8일 김태현 사무처장 주재로 제27차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열고 유사투자자문업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지위나 기능, 소비자 보호를 위한 효과적인 규제 방안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유사투자자문업은 고객에게 일대일로 자문하는 투자자문업과 달리 금융투자업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사설 투자자문업자를 양성화한다는 목적으로 1997년 유사투자자문업 신고제를 도입했다. 일정 양식을 갖춰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면 누구나 유사투자자문업 등록이 가능하다. 지난 27일 기준 모두 2080개 업자가 신고·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최근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주식 종목을 찍어주는 리딩방 운영에 뛰어들면서 투자자 피해가 점차 늘고 있다. 리딩방 운영자가 사전에 특정주식 매집해놓고 투자자들에 추천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유사투자자문업은 금융투자업에 속한 투자자문업이나 사모펀드와 달리 당국의 사후관리나 감시체계에서 벗어나 있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도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내용은 빠져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사투자자문업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금융투자업자가 아닌데도 당국에 신고등록하는 절차가 있다 보니 금융소비자가 합법적인 것으로 오인할 소지가 있다”며 “제도 존속 여부 등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2012년 유사투자자문업을 폐지해 투자자문업과 통합하는 일원화 방안을 내놓았으나 실천에 옮기진 않았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유사투자자문업자가 보유종목을 투자자들에 추천한 뒤 지분을 매도한 사례를 공개하고 리딩방을 이용한 불공정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도 경찰청과 공조해 리딩방 등의 불법행위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오형주/최예린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