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전 및 석탄화력발전사가 매년 최대 7500억원의 ‘에너지전환기금’을 정부에 납부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를 재원으로 삼아 태양광 설치 등 ‘에너지 전환 사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원전 및 석탄발전사에 막대한 돈을 내도록 하면 결국 전기요금이 올라 국민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이 같은 내용의 ‘에너지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민주당 의원 28명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 총 31명이 공동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법안의 핵심은 매년 원전 및 석탄화력발전사가 전년도 전력 생산량에 비례하는 에너지전환기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내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부담 금액은 추후 대통령령으로 규정할 예정이지만 최대 6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산업부는 기금을 △화력발전소·원전 근로자들의 재취업훈련을 지원하고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며 △화력발전소·원전 계획을 취소한 발전사업자의 손실을 일부 보전해주고 △태양광 관련 연구소를 지원하는 등 탈(脫)원전·탈석탄 관련 업무에 쓰게 된다.

법안이 시행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발전사들의 재정 부담이 대폭 늘기 때문이다. 법안에 따르면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내야 할 금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최대 2918억원에 이른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다른 발전공기업들도 최대 4500억원에 달하는 부담금을 내야 한다.

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는 게 국제적인 추세긴 하지만 발전사에서 돈을 걷어 태양광산업에 뿌리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법안에는 발전사가 산업부와 원전 또는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등의 협약을 맺었다가 이를 지키지 못하면 발전사업자 지정을 철회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담겼다. 한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정부 지침에 따르지 않으면 아예 회사 문을 닫도록 하겠다는 뜻”이라며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한 가운데 원전보다 훨씬 많은 탄소를 뿜어내는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이 기금 납부 대상에서 빠진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원자력학계 한 인사는 “양이 의원이 활동했던 시민단체인 에너지전환포럼의 주요 후원기업이 가스 유통 및 발전사”라며 “해당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